洪, “윤승모는 정치권 로비 창구…그가 이것만 심부름 했겠는가?”
리스트의 인물들 대책회의 열어 입 맞춘 정황…거센 후폭풍 예고
여당 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 등 요직을 줄줄이 맡으면서 시원시원한 리더십을 보여 ‘홍반장’으로 불리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절체절명의 운명 앞에 섰다.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며 ‘보수의 아이콘’으로 뜨던 홍 지사였건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후로는 기가 팍 죽었다. 1990년대 슬롯머신 사건 이후 인기절정의 드라마 <모래시계> 주인공 검사로 꼽히면서 화려하게 정치권에 발을 들인 홍 지사는 지난 5월8일 친정집이던 검찰에 불려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진태 검찰총장과 명운을 건 싸움도 벌여야 했다. 김 총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걸고서라도 진상을 규명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고, 홍 지사 역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무죄 입증에 사력을 다했다. 홍 지사의 검찰조사 이후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라고 소명하고 나선 이상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홍 지사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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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5월8일 오전 10시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로 불러 조사를 했다. 검찰은 홍준표 지사 측에 돈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경남기업 전 부사장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과 그간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홍 지사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내가 홍준표를 잘 알아요. 2011년일 겁니다. 5~6월쯤 되는데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친구한테도 1억원을 캠프에 가 있는 윤승모를 통해서 전달해줬고…”라고 말했다.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 지사의 공보 특보였던 윤승모(52)씨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가 특별수사팀에 포착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 중에 금품 전달 명목이나 시기·전달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힌 인사는 5명인데 중간에 ‘전달자’가 있는 경우는 홍 지사가 유일하다. 죽은 성 전 회장 대신 증언해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돈 전달자 있는 경우 홍준표 유일
검찰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 때 1억원을 전달한 진술과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승모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1억원을 전달한 장소가 국회 지하주차장이었고, 전달 시간은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 직전인 2011년 6월, 자신의 부인이 운전한 차를 타고 국회로 갔으며 홍준표 지사의 측근 나모씨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윤승모 전 부사장은 그동안 네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준 건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자금과 일정 등을 관리해온 측근 2명도 불러 조사를 마쳤으며 “수사의 목적은 기소”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홍 지사는 검찰에서 윤승모 전 부사장과 관련해 “경남기업의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 부사장이다. 그는 정치권의 로비 창구”라며 “(윤 전 부사장이)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홍 지사는 5월6일 검찰의 소환이 통보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지적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고,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5월7일에는 휴가를 낸 채 변호사 등과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 조사에 대비해 특수통 검사 출신들을 변호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홍 지사가 선임한 이우승 변호사와 이혁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4기 동기. 이들은 김진태 검찰총장과도 사법연수원 동기다.
홍 지사는 검찰의 소환에 앞서 “한 달 넘게 검찰의 관리를 받고 있는 윤승모 전 부사장의 진술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불쾌함을 내비치며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측근들을 데리고 윤 전 부사장에게 찾아가 전달 사실을 확인한 것을 놓고 배달사고 가능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홍 지사는 “그동안 정치판에는 곳곳에 올무가 있다”며 “나 자신이 이번 사건과 같은 올무에 왜 얽혔는지 이유를 찾고 있다”고 결백함을 강조했다.
지난 8일 검찰에 불려가 17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홍 지사는 검찰에서 "2010년에는 윤 전 부사장을 여러 번 만났지만 2011년에는 11월에만 한 번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 시점인 2011년 6월에는 본 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2010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돈을 함부로 받을 사람이 아니다"는 취지로 평가한 모 정치권 인사의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1년 6월에 국회의원 회관에서 홍 지사와 보좌진이 윤 전 부사장을 접촉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금품거래의 구체적 장소와 날짜를 특정했고, 홍 지사와 보좌진이 의원회관에 머물렀다는 사진까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 인물들 모여 입 맞췄다고?
하지만 검찰 수사의 흐름은 홍 지사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쪽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홍 지사가 검찰에 불려가기 전날인 5월7일 <한겨레신문>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된 직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불러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물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입을 맞췄다며 회유와 협박을 한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해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특별수사팀은 홍준표 지사의 측근인 김해수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씨가 윤승모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발언 내용이 각각 녹음된 파일 2개를 확보했다는 것.
김해수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중순께 서울 신라호텔로 윤승모 전 부사장을 불러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어 “당신이 입을 잘못 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은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말을 맞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며 “수사팀은 5월6일 오후 김해수씨를 소환해 윤승모 전 부사장 회유에 나선 배경에 누가 있는지, 그가 언급한 대책회의가 실제로 열렸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고 전했다.
홍 지사의 또 다른 측근 엄씨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홍 지사가 회유를 지시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성완종 리스트’ 8인이 조직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직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라고 소명하고 나서는 이상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의 단초가 된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와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을 가진다는 견해가 다수다.
어쨌거나 홍준표 지사는 정치권에 진입한 이후 줄곧 승승장구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의 화려했던 정치적인 운명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홍준표 지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의 명줄은 검찰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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