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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몽펠리에를 방문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길거리에 서 있어도 아는 이를 만나지 못할, 낯선 여행지라 모든 게 어설펐다.
초겨울. 몽펠리에 구도심 코미디 광장 앞 오래된 카페의 노변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12시. 커피를 시켜놓고 가끔씩 혀만 축이듯 마시며, 그곳 사람들을 따라했다. 그저 우두거니 앉아 햇볕을 쬈다. 가까운 지중해에도 비추일 그런 햇볕이다. 첫날도 그랬고, 다음날도 그랬고, 셋째날도 그랬다. 따스한 햇볕이 좋았다. 다음날은 더 좋았다. 그 다음날은 더욱 더 좋았다. 사람들이 햇볕이 내리쬐는 그런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이유를 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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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주는 그 열기에 어깨 부분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족하다는 그런 느낌이 찾아왔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낯선 여행지, 햇볕이 아주 좋은 그런 시간에 내가 나와 마주쳤다. 취재 수첩에 시어를 나열했다. 햇볕이 고마운 그 자리에서 몇 편의 시를 썼다. 아래의 시들은 중세 이후의 고색이 묻어나는 몽펠리에 코미디 광장 커피숍에서 쓴 시들이다. 첫 시는 “나를 어쩌나” 였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낯선 여행지에서/문득, 나와 내가 만나 묻노니//나는 누구였고/무엇을 위해 살았으며/남은 인생 무엇을 할건지//나와 나는 함께 긴 시간을 보냈으면서도/텅 빈 헛간을 들여다보듯 허상//나를 집중해서 들여다봐도/나는 그저 낯설기만 하다.//이를 어쩌나?/나를 어쩌나?”
그날, 난 여행지에 외톨이로 돌아와, 홀로 앉아 있었다. 카페 앞으로,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가정법을 빌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춰냈다. “안심”이란 시다.
“신이 인간을 빚을 때/서로가 서로를/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입술에만 부착해놓았다면//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입술이/다 닳아 없어졌을 터인데//사람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보이지 않게 창조해서/아주아주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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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트램이란 전기버스가 지나간다. 목적지에 따라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행”이란 시의 시어를 찾아 나섰다.
“신이 사람을 만들 때/마음을 보이도록해서/손가락 속에 넣어두었다면//좋은 마음 나쁜 마음/ 훤히 보여/손가락 잘린 사람이/부지기수 였겠지//사람마음이/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설계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몽펠리에 아쿠숑 구 도심은 중세 이후, 그 곳 사람들이 만들어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도심 전체가 문화재이다. 프랑스 정부와 몽펠리에 시는 돌들로 축조된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안에 들어선 수많은 이런저런 상가들은 아름다움을 뽐냈다. 아쿠숑을 둘러보고 “몽펠리에 골목”이란 시를 썼다.
“사람은 살면서 이런 저런/잊을 수 없는 사연들을 만든다.//몽펠리에 마을골목을 걷다보면/누군가 만들었을 사연들이 불쑥불쑥/다가오는데//문화재감 옛집들/반들반들해진 돌 길바닥//아무 거부감 없이/이리저리로 이어지는 길/켜켜이 쌓인 사연들이 속삭여주는//골목길을 걷노라면/나의 사연들은 금세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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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에 있는 동안 지중해 해안을 가봤다. 검푸른, 그런 해안이다. 한국의 백령도 해안처럼 해안가에 모래와 더불어 콩 돌 같은 매끈한 자갈벨트가 이어졌다. 중세 중교전쟁 때 동일한 한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서로 죽이고 방화했던, 그래서 자신들이 믿던 하나님을 원망하며 이 해안을 통해 외지로 떠났을, 가슴에 멍이 들었을 신-구교 신앙인이나 수도사들을 생각해봤다. 사람은 아프면서 큰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몽펠리에 코미디 광장에서 무명악사가 연주하는 섹스폰 소리가 지중해 해안을 쥐어짜듯, 그러나 그 악기 소리가 골목골목을 돌고 돌아 큰 울림이 되어, 경쾌하게 들려온다. 다음은 “지중해”란 시다.
“하늘색을 쏙 빼닮은 지중해가/수평선이 되어/짙은 푸른색으로 걸려있었네.//중세의 수도사가 하염없이 쳐다보았을/몽펠리에 해변//내 인생을 걸고 사랑한다는/글씨를 쓴 다음//그대, 대양 속에/대들보를 걸듯/걸어두고 싶네.”
여행지에서 건져 올린 몇 편의 시를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에게 전송했다. “다행”이란 시를 읽은 한 지인은 “나는 아직 손가락이 잘리지 않았다”고 먼저 방어벽을 쳤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지인은 “안심”이란 시를 읽고 “아직까지 입술이 닳지 않았다. 그런 사랑이 없어 슬프다”고 답해왔다. 여행은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그리고 들떠 있는 심성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돌아온 그날부터 내내, 그곳에 가고 싶은 환영(幻影)에 시달렸다.
나에게 시를 쓰게 한 몽펠리에, 그 아름다운 아쿠숑이란 옛 도심이 있는 그 환상적인, 그러나 종교전쟁의 아픔을 증언해주는, 영혼들의 아린 과거가 있는 그 땅에 또 가고 싶다!! 햇볕을 무료로, 공짜로, 맘대로 쪼일 수 있는, 햇볕이 있는 땅에! 여름 내내 지중해의 강한 햇볕에 익어간 포도로 만든 맛난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포도주의 땅으로!!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