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한번씩 불거지는 일선 조합장 선거관련 불법시비는 물론, 매년 수 십건씩 터져 나오는 금융사고까지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의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이 더해 가는 가운데, 최근 한 지점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농협은 정대근 중앙회장이 3억원을 수뢰한 혐의로 징역 7년에 몰수 3억원이 구형돼 재판을 받고 있는가 하면, 올 6월에는 한 지점에서 국가정보원의 직원 경조회비 90억원을 횡령하는 엽기적인 사건까지 터지는 등 최상층부터 말단까지 만개한 비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 d지점 불법비자금 조성·관리 충격
올 6월엔 국정원 자금 횡령 엽기사건까지
kbs <취재파일4321>은 지난 20일 "우리 농협을 고발합니다"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광주광역시 농협 d지점에서 불법비자금을 조성·관리해온 사실을 전하며, 농협 일선조직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고발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d지점에서는 공사를 발주하면서 대금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거나 사무용품 구매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업자로부터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총 4천7백여만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파일4321>에 따르면 이 지점은 지난해 6억여원을 들여 지점 내부를 새롭게 꾸미는 환경개선공사를 했는데, 공사 1년 반만에 천정 네다섯 군데에서 비가 새는 등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지점장은 '건물이 오래된 탓'이라며 오히려 사업체를 두둔했다.
공사는 농협 자회사인 농협교류센터 광주전남지사로, 농협교류센터는 한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를 하청 했고, 2005년 5월 공사가 끝나자 공사대금이 지급됐는데 인테리어업체는 돈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농협교류센터 직원을 통해 현금 1천7백만 원을 농협에 다시 건넸다.
이와 관련 인테리어업체 측은 "공사를 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줘 감사의 표시로 돈을 건넸다"고 해명했지만, [취재파일4321]은 이와 전혀 다른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공사계약을 할때부터 이미 공사가 끝난 후 돈을 받기로 약속이 돼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에 나온 농협직원은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구두로 공사대금의 5%를 리베이트로 제공을 하겠다고 저희한테 제시를 했다"며, "그 공사가 끝나고 나서 자금을 세탁한 후에 일정 기간이 지나 가지고 현금으로 마련해서 그렇게 되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공사 리베이트나 물품 대금 부풀리기 수법
공식라인 통해 관리되는 비공식 자금 만연
<취재파일4321>은 이렇게 들어온 돈이 비자금으로 축적돼 어두운 용도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입출금 내역이 적힌 비자금 장부 복사본이 제시되었는데, 총 4천8백만원의 수입금액 중 공사 리베이트로 조성한 1천7백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객 사은품 구매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만들어졌다.
제보를 한 농협 직원에 따르면 실제 공장도 가격이 5천원에 공급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정찰 가격인 8천~1만원에 구입한 것처럼 처리하고, 차액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이 조성됐다.
한편 비자금 장부 지출란에는 △지점장 해외 연수 지원금 △직원들의 경조사금 △내부 경비 등 다양한 항목이 기록돼 있어서, 조성된 비자금은 주로 지점장 개인용도나 지점 내부경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출 항목기록 중에는 농협교류센터를 통해 천7백만 원을 받은 지 1주일 만인 6월 2일자로 △'본부장, 부본부장에게 3백만원 지급'이라는 부분이 있어 비자금의 일부를 윗선으로 상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자는 본부장과 부본부장에게 전달할 현금을 자신이 지점장에게 전달했고, 지점장님이 그 돈을 가지고 지역본부에 방문해서 당시 근무를 했던 간부직원들에게 전부 다 제공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지역 본부장은 비자금 장부의 기록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취재파일4321>은 전했다.
<취재파일4321>은 취재가 시작되자 비슷한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렇게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지점은 이 곳 뿐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일선 지점뿐 아니라 지역본부에서도 비자금을 만들어 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취재파일4321>에 따르면 광주지역본부의 사무용 기기를 유지 관리하는 업체 사장은 지난해 허위 매출을 통해 2천6백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가 내놓은 장부를 보면 지난해 5월 실제 작업을 했거나 소모성 부품을 교체한 것은 8번이지만 지역본부에서 5월에 대금을 지급한 것은 18차례나 된다.
인터뷰에서 사무용 기기 업체 사장은 "허위 계산서를 끊어주면 그쪽 농협에서 우리 통장으로 금액을 입금시켜줬고, 그것을 현금으로 찾아서 농협 직원한테 줬다. 계산서의 10%가 세금이기 때문에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농협 직원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분기별로 6,7백만 원씩 허위로 매출을 일으켰다는 것으로, 광부지역본부의 당시 담당자는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히면서도 수선이나 소모품 교환에 대한 세부 기록을 남기지 않아 정확한 내역은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취재파일4321>은 일련의 의혹이 농협중앙회 본사까지 보고됐지만, 보고 직원이 농협과 법적 분쟁에 휘말려있다는 이유로 2달이 지난 지금(8월 20일)까지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농협이 스스로 내부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 내용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측 관계자는문제가 된 광주 d지점 지점장은 이미 구속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검찰에서 수사중인 건이기 때문에 [취재파일4321]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직무유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취재파일4321>에 제보를 한 직원의 경우, 허위공제 관련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kbs가 그대로 방송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 내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