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학자 서길수 교수는 지난 12월21일 “살아서 하는 장례식”을 치렀다. 이색 장례식임에 틀림없다. 대부분 장례식은 사후에 치른다. 그런데 서 교수는 '살아서 하는 장례식' 행사를 마련했다. 장례식 주인공은 살아 있는 서 교수였다.
장례식 행사는 축사(고구려발해학회 회장 공석구), 축가(민족음악 가수 전경옥 : 바람의 빛깔, 함께 아리랑), 서길수 교수의 장례식 강의(책 두 권에 담은 내용 함께 나누기), 참석자들과의 대화(서길수 교수와의 대화-삶과 죽음에 관하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서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낮밥은 슬픔이 없는 가족들이 대접했다.
![]() ▲ 서길수 교수의 '살아서 하는 장례식' 장면. ©브레이크뉴스 |
서 교수는 살아서 장례식을 치른데 대해 “나는 늘 마음에 죽음을 새기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자식들에게 할 유언을 준비하면서 살아서 하는 장례식을 생각했습니다. ‘죽은 뒤 찾아오는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죽어서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장례식보다는 내가 살아서 조문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는 장례식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하기 위해 장례식을 살아서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대신 죽었을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부고 없이) 조용히 가려고 했습니다”고 말했다.
![]() ▲살아있는 장례식에서 후배 학자를 만나는 서길수 교수(중앙) ©브레이크뉴스 |
그는 “2009년 정년퇴직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2012년까지 산사에 들어가 3년간 ‘삶과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고 2012년 가을, 산에서 내려와 나머지 삶은 ‘함께 나누는 삶(回向)’을 살기로 했습니다. 나누는 삶이란 지금까지 내가 얻은 것을 정리하여 남겨주는 것을 뜻합니다. 하산하고 동아일보(2012. 9. 19)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남은 생 책 쓰며 나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라고. 그러므로 내 장례식은 책이 한 권 나올 때마다 한 번씩 하기로 결정했습니다”고 피력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다. 다음은 몇 유명한 이들의 세수(歲數)이다(무순). “예수 33세 △공자 73세 △석가 80세 △소크라테스 70세 △이순신 54세 △김삿갓 56세 △윤동주 28세 △이상 26세 △안중근 32세 △김대중 85세 △노무현 62세 △박정희 62세 △이승만 90세 △김구 73세 △신익희 62세 △조병옥 66세 △링컨 56세 △케네디 46세 △섹스피어 52세 △톨스토이 82세 △도스토에프스키 60세 △웨슬레 88세 △록펠러1세 98세 △칼빈 54세 △간디 78세 △괴테 83세”. 이들, 모두의 장례식은 사후에 치려졌다.
그런데 살아서 장례식을 치른 서 교수는“살아서 하는 장례식은 출판기념회로 대신했습니다. 몇 번을 해도 좋은 장례식을 하자는 것이지요. 한 번을 하면, 책 1권을 나눕니다. 100번을 하면 책 100권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죽기 전까지 가능한 한 많은 장례식을 했습니다”면서 “저는 제 장례식에서 ‘내 죽음을 내가 보며 가게 해 달라.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가능한 한 집에서 세상을 떠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장례식에서는 ‘숨을 거두면, 장례식을 하지 말고, 화장터와 연락이 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화장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24시간 안에 하되, 주검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조용히 떠나는 것이 좋다’고 말 했습니다“고 소개한다.
![]() ▲저술활동을 위해 현장탐사 중인 서길수 교수. ©브레이크뉴스 |
“장례식에는 울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이 명상 주제는 1967년(24살)부터 주어졌습니다. 당시 대학 3학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은 전통적 방식으로 엄격하게 진행 법식에 따라 곡(哭, 울음)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울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울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수근거렸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장례식에는 왜 울어야 하는가? 1991년(48살) 12월 2일,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울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울지 않았삽니다. 장례식에서는 울어야 하는가? 이 명상주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주신 화두였습니다. 울어야 하는가? 안 울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의 답은 ‘죽음(死)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지난 1992년(49살) 2월 22일 체선(體禪)을 시작. 내 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한 수행(修行) 시작했습니다. 체선은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관(觀, 念)하는 수행법입니다. 지도하는 선생님과 첫 대면에 한 첫 질문이 죽음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죽음에 대한 고통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걸 없애려고 노력하십니까?’
‘하지 않습니다.’
‘아예 두려워하시고 두려운 상태를 그대로 두십니까?’
죽음, 그것은 영원히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두려움일 뿐입니다. 두려움 자체가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선택을 하고 망설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니까 고통이 옵니다. 두려움은 다 드러내면 고통은 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체선의 원리입니다.”
서 교수의 저서는 고구리ㆍ고리사 연구(高句麗ㆍ 高麗史 硏究) 등 6권이 있다. “▲1권 : 고구려 본디 이름 고구리(高句麗) ▲2권 : 장수왕이 바꾼 나라이름 고리(高麗) ▲3권 : 세계 속의 고리(高麗) - 몽골 초원에서 로마까지(2020년 출판) ▲4권 : 실크로드에 핀 고리(高麗)의 아이콘 닭깃털관(鷄羽冠)(2020년 출판) ▲5권 : 남북국시대의 고리(高麗)-당(唐)은 고구리 땅을 차지하지 못했다.(2021년 출판) ▲6권 : 후고리(後高麗)와 조선시대의 고구리ㆍ고리(2021년 출판)” 등의 역사 서적을 집필했다. 또 다른 저서로는 ① 『고구려 성』 ② 『고구려 축성법 연구』 ③ 『한말 유럽 학자의 고구려 연구』 ④ 『백두산 국경 연구』 ⑤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 ⑥ 『유적유물로 보는 고구려사』 ⑦ 『한국 학자의 동북공정 대응논리』(공저) ⑧ 『중국이 쓴 고구려사』(번역) ⑨ 『동북공정 고구려사』(번역)등이 있다.
서길수 교수. 그는 “새 책을 낼 때마다 장례식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