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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살 만한 짓을 했다면야 달리 할 말이 없겠지만 터무니없이 의심에 의해 의심을 위한 의심을 하는 경우에는 대체로 비극적인 종말로 향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 간에 야기되는 거개의 의심은 불륜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배타성이 강하기로 치면 남녀관계만한 게 없으니 제삼자의 개입 그 자체가 곧바로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안이 되고 수틀리면 칼부림까지도 불사하는 위기국면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요즘 케이블방송 중에는 재미삼아 불륜부부의 뒤를 추적하는 장면이나 불륜 현장을 덮치고 나서 악다구니를 하는 장면 등을 현장중계 형식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런 방송을 보다가 느닷없이 ‘혹시 우리 그이도 저 사람처럼 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닐까?’ 아니면 ‘혹시 내 아내도 내가 출근하기 무섭게 분단장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게 아닐까?’ 하는 식의 뜬금없는 불안감이 치민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아내의 터무니없는 의심에 피가 마른다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남편의 의처증에 치이다 못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는 아내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오는 남편이나 아내를 보면 정지용의 시 ‘향수’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으로 표현했던 수준의 용모를 소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겉모습이 아닌 또 다른 원인에 의해 야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어디 가서 다른 여자 손이라도 잡았거나 블루스라도 뜨뜻하게 한번 땡기고 나서 이런 닦달을 당한다면 차라리 덜 억울할 겁니다. 근데 이건 생사람을 잡아도 분수가 있지,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인 남편을 바람둥이로 몰아세우다니…,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걸 모르겠다 그겁니다.”
그런가 하면 의처증의 피해자가 된 아내의 하소연도 만만치 않다.
“남편이요. 툭하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요. 제가 마트에라도 가면 집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곧바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서 욕을 퍼붓는 거 있죠? 지금 어디서 어느 ○을 만나고 있느냐? 기가 막혀서…. 그러더니 사람을 시켜서 제 뒤를 미행시키는 거 있죠? 저도 몰랐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남편이 시켜서 제 뒤를 미행을 했는데 이제 보니 아무래도 남편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의심하며 사느니 차라리 헤어지자고도 해봤죠. 근데 손톱도 안 들어가요. 어느 ○좋으라고 이혼을 해주느냐는 거죠! 끝까지 곁에서 피를 말리겠다는 뜻 아녜요?”
이쯤 되면 부부가 아니라 원수지간이다. 그러고 보면 부부 인연이라는 게 전생에 부모를 죽인 원수끼리 만난다는 속된 말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확 다가오는 순간이다. 대저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배우자를 달달볶아대는 사람은 사주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재성, 여자는 관성이 문제다.
이를테면 일주(日柱)의 세력이 허약하고 재성이 무력한 판인데 비견이나 겁재가 가까이 있는 경우다.
이를 좀더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자면 정력이 부실하여 노상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남편의 눈에 왠지 행동거지가 맘에 안 드는 놈팡이가 아내 곁에 기신거리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또 이처럼 사주상의 문제점이 있는 사람의 배우자일수록 대인관계가 살가운 쪽으로 나타난다. 신약한 팔자일수록 남에게 살뜰한 배우자의 처신이 지조가 부실한 행실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아내와 놈팡이가 아니면 남편과 그 ○이 머잖아 불륜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치솟게 되고 그래서 ‘이것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확실하게 싹을 분질러 놓을 요량을 하는 수도 있다. 더러 의처증이나 의부증인 사람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싶다. 팔자가 이러하면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불행을 비껴갈 수 있다.
이런 팔자는 관성운(官星運)과 인성운(印星運)이 되면 ‘웬일이니?’ 싶게 저간의 자기 처신을 뉘우치는 수도 더러 있지만 부부 금슬은 이미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린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그 배우자는 이때다 싶어 이혼을 들고 나오는 게 요즘 세상이다. 일부종사? 하이고! 어림없는 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