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99년 대우의길 vs 84년 국제의길‥선택은?

[심층분석] 좌충우돌 MB와 진퇴양난에 빠진 재계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10/02 [17:27]
'위기설'의 9월은 넘겼지만…

우리 경제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 갔던 '9월 위기설'의 9월이 지나갔다.
 
'9월 위기설'이 주장했던 내용과 같은 국가부도의 사태가 바로 벌어지지 않았지만 9월 한달 동안 연이어 터져 나온 미국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우리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당초 증권가를 중심으로 떠돌았던 '9월 위기설'의 골자는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과 은행권의 중장기 차입금 만기가 9월에 집중됨에 따른 금리·환율의 급변동과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외국자본이 급격하게 한국 시장을 이탈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세계최고 수준의 외환보유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애초에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위기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우리나라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9월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정책대응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최근 몇 달 사이 우리 경제에 나타난 웃지 못할 살풍경들을 되돌아봤다.
 
▲ 이명박 대통령은 9월18일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도 위축되지 말고 투자를 늘     ©청와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 이명박 정부의
 
수많은 정책적 실패와 실책을 시야에서 가리는 효과

지난 9월 중순에 들어서자마자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9월 위기 끝났다"는 유의 보도를 내보냈다.
 
'9월 위기설'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일(9∼10일)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는 이유였다.

"9월 위기가 끝났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며칠 되지 않은 9월15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세계 5대 투자은행의 하나인 리먼브러더스가 약 600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하면서 '9월 위기'는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위기가 나타난 방식은 '설'과 많이 달랐지만 그 강도는 '설'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이 전해진 바로 그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되었다는 뉴스가 함께 터져 나왔고, 이튿날인 9월16일에는 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아메리카인터내셔널그룹(aig)에 8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79.9%를 인수한다고 발표한다.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각각 1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9일 만의 일이었다.

9월1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20일 밤 미국 재무부는 2년 동안 70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외 금융기관 및 주택과 상업용 모기지에 관련된 금융회사의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한다.

9월26일 미 행정부와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재무부가 발표한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키는데 합의했지만, 29일 미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2008 긴급경제안정법'을 228대 205로 부결시켜 10월1일 상원을 거쳐 신속히 구제금융을 투입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 정부의 대응

환율 정책 실패로 수백억 달러 외환보유고 낭비
 
▲ 지난 1년 사이 1달러의 원화가격 추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원화의 가치가 급락한 것을 볼수 있다.     ©김경탁

▲ 지난 2년 사이 1달러의 중국 위안화 가격 추이. 달러화 가치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김경탁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인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저질러온 수많은 정책적 실패와 실책들을 사람들의 시야에서 가리는 효과를 낳았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마치 미국 금융위기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인식이 전제되지 않고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

올 2월25일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이명박 정부가 벌여온 경제관련 정책들을 요약하면 '자해하면서 풍차로 뛰어드는 돈키호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달러가치 하락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진행되던 연초에는 고환율(원화가치 절하)을 유도해 물가 불안을 부추겼고, 달러수요가 증가하면서 환율상승이 불가피한 시점에는 반대로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저환율을 위한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진시키면서 개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개입의 효과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국제 환투기꾼들을 불러들이는 역효과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환율방어를 한다며 일명 '도시락폭탄'식 개입으로 2개월 사이에만 2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소진했고, 최근에는 추가로 100억 달러를 풀겠다고 밝혔지만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9월 말 현재 1달러당 1200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월22일 기록했던 종가 947원과 9월30일의 종가 1207원 사이에는 27.45% 이상의 격차가 있다. 환율만 감안하더라도 7개월 사이에 수입 물가가 30% 가까이 올랐다는 말이다.

정부의 외환정책 실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것은 중소·중견기업과 서민 가계였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제외하더라도 연초 원화가치의 완만한 상승을 기대하면서 가입했던 환변동 대비 금융상품에 의한 피해만으로도 기업의 존립이 흔들릴 지경이 된 것이다.<관련 기사 참조>

민주당의 환헤지피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에 따르면 6월 말까지 환헤지 피해는 519개 사가 1조5000억원 정도(환율 1046원 기준)로 추산되며,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9월30일 현재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환율이 100원 상승했을 경우 총 손실은 24% 정도 증가했다"며, "8월 말 기준 22개 기업이 키코와 관련해 약 20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빠졌고 이에 따라 5000여 명의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9월8일 추경예산 편성 등이 포함된 키코 등 환헤지 피해 5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관련 추경편성은 여야 합의과정에서 결국 제외된 바 있다.

정부는 흑자 도산 위기에 있는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 선별 지원한다는 계획이며, 나머지 피해 기업은 금융감독원의 불완전판매 조사와 키코 관련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라 손실보전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결론이 내려진 다음은 이미 때가 늦은 뒤이기 십상이다.
 
▲ 최근 3개월 사이 거래 주체별 코스피 주식매매동향. 외국자본의 한국 증시 이탈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김경탁


대통령의 현실인식

불황 예상되는 시기에 기업에 공격적 투자 압박?

정부는 또한 환율정책 실패로 인해 급격하게 폭등한 물가를 잡겠다면서 그 효용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 이른바 'mb 물가지수'라는 것을 만들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 품목 하나 가격이 통제되는 것은 없었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오히려 다른 항목보다 더 급격한 가격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특히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대기업 총수들을 사면했으면서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비리(?)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중견기업들에 대해서는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고, 이에 따라 지난 5년 사이 급성장한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유동성위기설과 검찰 내사설에 시달려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 경기 불안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해지면서 상품수지 항목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경상수지는 47억1000만 달러 적자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월 단위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9월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8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국내경기 둔화에 따른 수입 감소(46%→38%)보다 국제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33%→16%)이 더 커지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12년 만에 최대인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 6월 반짝 흑자를 보였지만 7월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누적 적자도 크게 불어나 12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당초 예측했던 올해 전체 적자 예상액 90억 달러를 이미 훌쩍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9월18일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불확실한 요소들이 다 제거되는 것으로, 이번 기회에 우리가 준비를 잘해 대처하면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도 위축되지 말고 투자를 늘리는 등 공격적 경영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전경련은 30대 그룹이 연말까지 전년대비 27.5% 증가한 96조3000억원의 투자를 하고 고용도 전년대비 30.5%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재계 배은망덕론'에 반박해 8월까지 투자가 상당히 늘어난 상태라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하지만 실제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격적 경영' 주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세계적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에 '공격 경영'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연초부터 계속된 정부의 환율·금리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고,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는 정부의 '공격 경영' 주문을 대놓고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수도서울의 항공방위 체계를 뒤흔들면서까지 일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친기업 정부'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거니와 지난 시기 정권과 연계돼 일어났을 수 있는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는 사정당국의 저인망식 수사도 큰 부담이다.

특히 호남권에 기반을 둔 주요 기업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들이 모여 있는 부산경남권의 일부 기업들이 사정의 주요표적으로 주목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미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기소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 정부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더라도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는 주가조작이나 비자금 조성 등 재계 요소요소에 산재해 있는 각종 부조리 관련 첩보들을 집대성하는 작업으로 이어져 일부 기업이 정부 방침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무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이 세계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에 공격경영을 하다가 1999년의 대우그룹처럼 공중 분해되는 피해를 입을까 우려가 되면서도 약점을 잡힌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투자확대' 방침을 대놓고 거스르다가 1984년 정권에 의해 해체당한 국제그룹처럼 될까도 걱정이 된다는 말이다.

취재/김경탁 기자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 괴물 2008/10/03 [17:39] 수정 | 삭제
  • 그럼 북한이 붕괴돼서 돌파구 나온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