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 많다던 은행권, 당장 현금화할 자산 없어
외형적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 돼 리스크 관리 뒷전
정부가 10월19일 은행의 외화채무에 대한 1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증을 발표한 데 이어 21일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업계에 대한 9조원대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10월22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해 왔던 은행과 건설사에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 덕분에 재무구조가 개선됨으로 인해 막대한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것)을 통해 한 해에 수조원씩 이익을 거두면서 외형적인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고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은행들은 해외에서 저리로 단기 차입하여 이것을 갖고 국내에서 파생상품 시장 등에서 장기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거두었는데, 은행들의 외화대출 실적을 보면, 2001년 말 447억 달러에서 지난 6월 말 889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환율급등과 외화대출 만기연장에 따른 외화수요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외화자산이 많다고 주장해 왔지만, 해외에서 자금을 거둬가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별로 없어서 외채의 만기연장이 점점 어려워지자 결국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청하는 지경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임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달라지지 않은 은행권의 이러한 경영 행태와 이를 방치한 당국의 감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된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의 말을 소개했다.
<머니투데이>는 10월20일 '대규모 금융지원에 정부 속앓이'라는 기사에서 "은행이 엄살을 부려서 피 같은 외환보유액을 받아내 그 돈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오버나이트(하루만기)로 돈 장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과 "결국엔 (정부가) 시장에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괘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의 말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월7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을 하는 은행이 우대를 받도록 할 것이며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패널티 금리'를 부과해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알려진 바로는 지급보증 수수료를 1% 내외로 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는 약한 것은 아니냐"며, "은행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건설업계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기업들의 토지와 미분양주택 등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의 표본으로, 그동안 성실하게 우량기업을 일궈온 경제인들에게는 허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평소 현금흐름을 잘못 관리해 온 기업에까지 일률적으로 똑같은 조건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며, "오히려 건설업체나 기업들이 우량자산은 별도로 보유하면서 어차피 팔아야 할 '애물단지' 자산만 공공부분에 넘기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특히 "오히려 주택전문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 문제가 심각하다"며,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6월 11.4%, 지난해 말 11.6%를 유지하다가 올해 6월에는 14.3%로 상승, 올해 1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8년 6월 말 현재 은행의 부동산 pf대출은 총 47조9122억원으로 총대출액의 4.4%이고, 연체율이 0.68%에 불과하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pf대출은 총액이 올 6월 말 기준 12조2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pf대출로 저축은행이 부실화되면, 건설업체 및 저축은행의 파산→관련 금융회사의 위기 증폭→국내 금융위기 점화식으로 발전되어 결국 저축은행 발 위기가 '제2의 종금사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취재 / 김경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