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출범 10년 ‘빛과 그림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사태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세계 자동차 산업을 좌지우지해왔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등 빅3 업체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소식이 세계 자동차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경쟁력을 갖춘 6개 대형업체만을 남기고 모두 초토화될 거라는 이른바 '빅6 생존론'은 이미 10년 전부터 회자되어온 이야기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 6개 업체의 구성이 당초 예상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는 여전히 '후발주자'인 국내 자동차업계에 도산의 위험과 도약의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전망과 대안제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빅6 생존론'이 처음 회자되던 10년 전,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imf 구제금융의 후폭풍으로 인한 합종연횡의 거센 파도가 몰아쳤고, 현재 재계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탄생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지난 10년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과 디자인경영의 시도, 럭셔리세단 진출 등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잡음과 문제점들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건의내막>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출범 10년을 맞아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거둔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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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 앞세운 기아차 지난해 성적 인상적
내수시장은 압도적 선두…세계시장 전망은 안개 속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1월2일 있었던 2009년 시무식에서 올해의 경영 화두를 '위기에서 생존'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 확보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1월2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국내 57만962대, 해외 221만715대 등 국내외 총 278만1677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6.9% 증가한 실적을 올렸는데, 이 중에서 국내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해외시장 판매증가가 가팔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내수 31만6432대, 수출 108만3989대 등 전년대비 2.9% 증가한 140만421대를 판매했는데, 수출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감소로 0.4% 감소한 반면 내수는 국산차업계에서 유일하게 증가세(전년대비 16.2%)를 기록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2003년 정의선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영업이익이 정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된 것은 재벌오너의 경영개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모범적 사례로 평가된다.(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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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의 문제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독과점적 지위는 문제 지적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의 독주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선수이자,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다국적 기업의 지배를 받지 않는 업체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 9일과 10일 각각 판매촉진대회를 갖고 2009년 국내시장 점유율 목표로 50%·35%(합 85%) 달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국산차 기준 76.9%, 수입차 포함 약 73%로,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80%에 가까운 독과점으로 인해 자동차 내수가격 인상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어서 목표(85%)가 실제 달성될 경우 공정위 개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더해 국내 자동차부품업계가 현대기아차라는 거대기업의 동선과 건강상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현실도 산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내수 목표를 발빠르게 발표한 반면 세계시장 목표는 1월 중순 현재까지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침체 여파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여 수출시장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비록 수출 여건은 어렵지만, 최근 급변하고 있는 차종별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고객 선호도가 높아진 소형차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최대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영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이하 금속노조)이 1월5일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톱5 전략의 한계와 문제점'이라는 이슈페이퍼가 대표적이다.
‘gt5 전략’에 대한 비판
노동계 “차 경영위기, 정몽구 회장 gt5 전략 때문”
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이 12월22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관리직의 임금동결, 임원 감원 및 임금삭감, 생산공장의 조업단축 및 혼류생산체계의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이러한 경영위기 상황을 자초한 자신의 근본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1년 이후 현대차그룹 해외생산전략의 실체(?)를 살펴보면, 급격한 감산과 조업단축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경영위기에 실질적 책임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추진된 정몽구 회장의 'gt5 전략'에 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주장의 핵심은 현대자동차그룹이 2000년대 초반 현지판매의 단기적인 급상승 현상을 과신하고 시장수요의 합리적인 성장추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해외 현지공장의 건설전략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2008년 11월 현재 현대차그룹 해외공장의 총생산능력은 무려 263만 대에 이르지만, 10월 현재 생산실적은 약 134만 대이고 현재의 추세로 보면 올해 말까지 140만 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생산능력 대비 55%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것이 금속노조의 분석이다.
금속노조는 "일반적으로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남기려면 70% 이상의 생산가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결국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은 과도한 생산능력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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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는 특히 "해외공장의 건설 및 가동에 들어간 과도한 투자비용이 직접투자방식은 물론, 현지차입방식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판매부진으로 인해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이 급속히 떨어지면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을 무시하고 완성차업체의 '과당경쟁'을 조장하는 해외생산전략이 세심한 중간점검 없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생산입지의 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제품의 연구개발, 생산체계의 혁신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이 국내에 사용되지 않고 해외조립공장의 건설비용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지금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몸집 불리기'와 '밀어붙이기'식 경영으로 인한 조직관행을 타파하고 중장기적 수익구조를 창조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의 각 주체들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는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진정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추진하려 한다면, 먼저 기존의 'gt5'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노동친화적 생산체계의 구축과 국내생산입지의 역량강화를 위한 생산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해법이다.
세계에서 6개 업체만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 '글로벌 톱5' 목표를 포기하라는 금속노조의 주장은 다소 선정적으로 들리고,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시장에 과잉경쟁을 조장한 원흉이라는 식의 비판은 19세기 고전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을 연상시킬 정도로 황당한 측면마저 있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 입지경쟁력이 나날이 약화되고 모든 글로벌 수출산업의 '현지화'가 최대 화두로 제기되는 시대에 "국내 생산입지 역량 강화"를 주문하는 것은 한국 노동계의 '아전인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국내생산기지와 해외생산기지의 적절한 균형발전을 구사하고 있는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의 글로벌 생산전략을 본받으라는 주문만큼은 현대기아차그룹으로서도 새겨들을 만한 충고로 보인다.
주간 <사건의내막> 555호 취재/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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