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기증자가 공익법인에 재산을 기증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여러 조건을 달아 공익법인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경우는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oo(64)씨는 2004년 공익법인인 c장학재단을 대표한다고 자칭한 이oo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재단이 s대학을 인수해 학교법인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이 성사되면 김씨를 상임이사에 김씨의 동생을 학장에 임명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에 김씨는 본인 소유의 충남 아산의 땅 2918㎡(884평)을 c장학재단에 증여하는 계약을 체
결하고 2004년 12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다.
계약에는 김씨가 부동산을 무상으로 증여한다고 돼 있으나, s대학을 인수해 새로 설립된 재단이 학교 권리를 인수한 경우에 한해 증여의 효력이 발생하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증여는 무효이고, c장학재단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원상 복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c장학재단은 약속과 달리 학교법인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s대학을 인수해 학교법인을 신설하는 등의 사업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땅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그가 넘긴 땅은 이미 재단이 2005년 7월 매매를 통해 제3자인 우oo(47)씨에게 팔아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상태였다.
이에 김씨는 “증여계약상 c장학재단이 s대학을 인수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약정했는데 재단이 s대학을 인수하지 않았으므로 증여계약은 무효이고, 장학재단으로부터
이전된 우씨 명의의 소유권도 말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가 우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권순열 판사는 지난해 5월,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최규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각각 원고 승소 판결하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증여계약이 해제됐더라도 이로써 c장학재단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제3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는 없고 판단했다.
또 증여계약을 통해 부동산이 장학재단의 기본재산에 편입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증여계약에 관해 재단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지거나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재단과 우씨 사이의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우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김씨가 우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법인(재단)의 재산취득행위가 외형상 무상취득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공익법인 설립 목적과 무관하고 기증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기증행위에 조건 또는 부담이 붙어 있어 공익법인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은 ‘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기부에 의하거나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맺은 증여계약은 재단의 설립 목적과는 별 관계가 없이 주로 원고 형제의 s대학 인수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고, 부가된 조건들도 재단에 지나치게 과다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내놓은 땅을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당연히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판단한 원심은 공익법인법상 기본재산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장학재단에 재산(부동산)을 기증하며 여러 조건을 내건 김씨의 행위는 공익법인법상 ‘기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