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던 지하철이 출·퇴근 시간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생긴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지하철 내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지옥철 대신 '변태철'이라고 불러야할 판이다.
지하철 성추행 "oh, no!"
지난 8월2일 서울경찰청 지하철 경찰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28일까지 검거된 지하철 성추행 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273명)보다 26.4% 증가한 345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들 중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33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히고, "검거된 성추행 사범은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한 4월에 78명으로 급증한 이후 본격적인 노출이 시작되는 여름이 되면서 매월 50명 이상 검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성추행범들의 추행 행위는 매우 다양하다. 여성 뒤에 몸을 밀착시키고 서서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가 하면 손으로 가슴, 엉덩이 등의 신체 일부를 직접 만지기도 하고, 성기를 발기시켜 엉덩이에 비비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의 대중화로 인해 여성의 치마속이나 다리 등을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7월21일 오전 8시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양아무개(36)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는 양씨는 뭔가를 찾는 듯 시선이 불안정해보였다. 그러던 중 양씨의 눈에 정장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 들어왔고 양씨는 그녀를 따라 지하철에 올랐다.
하지만 출근길 2호선은 매우 혼잡했고, 눈앞에서 목표물이었던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양씨는 목표를 바꿔 바로 옆에 서 있던 23세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고, 신도림역에서부터 양씨의 움직임을 수상히 여기고 동승한 사복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양시는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경찰은 "양시가 승강장에서 여성들의 뒤를 쫓아다니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기에 동영상을 촬영해 증거를 확보한 뒤 피해 여성의 동의를 얻어 현장에서 검거했다"고 말했다.
25세 최아무개의 경우 더욱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추행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최씨는 지난 7월1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로 꽉찬 지하철 내에서 최씨의 눈에 20대 여성이 들어왔고, 그는 그 여성의 등 뒤에 서서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고 신체 특정부위를 비비는 방법으로 성추행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최씨의 경우 다른 남성 뒤에 바짝 붙어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털어 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가 추가로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6월13일에는 유동인구가 많아 늘 혼잡한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숨겨 여성들의 치마 속을 50여 차례 넘게 촬영하던 고아무개(33)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날 오후 5시께 명동역 승강장에 나타난 고씨는 가방 내 디지털 카메라를 부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자행했으며, 지난 4월 중순부터는 역사내 화장실이나 여자고등학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119회에 걸쳐 여성들이 용변 보는 모습 등을 촬영했다.
2호선 30대 변태 많아
지하철 경찰대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한 지하철 성추행 사범 345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성추행 범죄는 지하철 2호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 2호선의 성추행 발생 빈도는 61.7%(213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4호선이 15.1%(52)로 이 두개 노선에서 전체 범죄의 76.8%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대별로는 출근시간대 64.1%(221명), 퇴근시간대 25.2%(87명)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발생하는 범행이 약 90%를 차지, 번잡한 출퇴근 시간에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성추행범의 연령은 30대가 44.6%(154명)로 가장 많았고, 20대(26.4%, 91명)와 40대(30.9%, 72명)가 뒤를 이었으며, 10대 9명도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성추행범의 직업도 다양했다. 회사원이 143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직과 학생이 각각 79명과 24명으로 뒤를 이었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도 7명이나 됐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범행수법의 특이사항을 살펴보면 혼잡한 전동차나 승강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지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여성에게 비비는 '공중밀집장소 내 추행'이 280건으로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 촬영이 지난해 같은 기간 38건에서 올해 6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고, 특히 몰카 촬영범 중에는 상습범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승강장에서 대기하다가 범행 대상을 발견하면 함께 지하철에 올라타 추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면서 "신도림, 사당, 교대 등 주요 환승역과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지역을 통과하는 2호선의 신도림-잠실 구간에서 성추행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시간대에는 여성들이 시간에 쫓겨 피해를 보고도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범죄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112에 전화나 문자로 신고하면 가까운 곳의 경찰관이 바로 출동해 대부분 검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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