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올 8.15 경축사에서 중도-실용의 길 제시
1998년 김대중(2009년 8월 18일 서거), 2003년 노무현(2009년 5월 23일 서거)의 집권은 한국 정치사에서 초유의 일이었다. 박정희로부터 시작된 보수정권은 그 후 36년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의 짧은 10년 집권기간은 보수로 편향되었던 우리나라 정치 흐름을 중도로 가져다 놓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물론 이 10년 기간을 진보-좌파정권이라고 칭하지만, 이 기간에 극우로 치우쳐진 정치 체제를 중도에 가깝게 가져다 놓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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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올 8.15 경축사에서 중도-실용의 길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1세기 문명사를 이끌 미래 비전을 주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지구 전체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국제질서’를 구현해야 한다.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문명사와 세계사의 큰 맥락에서 추구해야 할 중도 실용의 길”이라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강하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다. 하지만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낙관만 할 수 없다. 민주화는 우리 사회를 참으로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평등의식을 고양하고 권위주의를 약화시켰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남북 분단도 모자라 지역이 또 나뉘어 있다. 노사의 극한적인 대립도 반복되고 있다. 사소한 갈등도 완충지대가 없이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저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갈등에서 나타나는 역동적인 힘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발전의 잠재력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려면 중도 실용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중도는 좌와 우의 어설픈 절충이 아니다. 중도는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헌법 정신,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는 관점이다. 중도는 기계적 평균이 아니다. 중도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중도는 미래를 향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길목을 선점하는 것이다. 중도는 국가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위민(爲民)의 국정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실용은 국민의 삶과 괴리된 관념과 구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실용은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우리 마음 속의 편견과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실용은 창조적 실용이어야 한다. 바람직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 가장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도실용은 우리가 둘로 나누어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모두 상생의 가치로 보자”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중도-실용 노선은 중요한 정치노선의 선택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이념을 가진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되어 현재 보수정권의 최고 리더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지난 2년여 간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면서 보수로 급회귀 했다. 그가 5년을 집권하고 퇴임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아마 그가 추구했던 중도-실용노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중도 사회로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의 노선이 우리나라를 진보로 치우치게 했다면, 이명박의 5년은 진보로 치우쳐진 이 나라를 다시금 중도 오른쪽쯤으로 가져다 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우리사회의 중도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가정 하에, 김대중-노무현-이명박의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정치적 역할을 비교하면, 세 전-현직 대통령이 공히 '중도적 국가'에 기여한 집권자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국엔 중도-실용주의 안착시킨 "정치 쌍둥이적 역할자"
김대중은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해낸 전직 대통령이다. 김대중 정권 이전은 선거에 의해 여야가 한 번도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해내지 못했다. 김대중이 그 첫 번째로 이룩해냈다. 그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째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기린아다. 김대중-노무현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 권력을 넘겨주거나 넘겨받는 식으로 권력이양을 했다면, 결코 이명박에게 권력이 넘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김대중-이명박 전-현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의 주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쿠데타에 의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평화적인 여야 정권교체의 주역들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이념적으로, 소위 색깔론을 앞세워 비판하면 비판할수록 종국엔 중도-실용주의를 우리 사회에 안착시킨 "정치 쌍둥이적 역할자"라는 데서 한 형제로 만나게 되어 있다. 이게 살아있는 한국 현실정치의 오묘함이다.
지금 세계 선진 국가들의 경우, 이념의 색깔로 상대 정당을 매도하면서 정치를 이끌어가는 국가는 없다. 실용-시장주의가 대세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색깔로 상대를 매도하는 정치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중도-실용의 길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선언인 것이다. 평가받을만한 행동이 기대된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