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비정규 건설노동자 고 이철복(당시45세) 건설노동자가 3개월치 임금 500여만 원을 받지 못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5세의 건설노동자가 일요일도 쉬지 않은 채 하루 10시간 이상씩 3개월을 열심히 일하고 밀린 임금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맞아죽은 일이 발생하자 전국 건설현장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국건설노조가 일명 ‘유보임금’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임금은 노동을 제공한 달에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건설현장은 노동을 제공한 달이 아닌 그 다음 달이나 그 이후에 임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임금 정산일이 31일인 경우 7월 1일~31일까지 일한 대가를 건설노동자들은 보통 8월이나 9월에 받아 첫 달치 임금을 2~2개월 지나서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설현장에서 이를 두고 보통 ‘쓰메끼리’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반 회사 월급 근로자들도 통상 전달에 일한 임금을 적게는 5일에서 많게는 25일까지 늦게 수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퇴직금이나 월차 등 복지성 임금이 전혀 없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유보임금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유보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체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노동자들은 3개월이 지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하면 결국 노동부를 찾게 되지만 이미 임금을 지급해야 할 당사자가 도망을 가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허다해 건설노동자들의 절망은 크다.
건설노동자들은 ‘쓰메끼리만 없어도 살겠다’는 일성이다. 건설현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사업장이 고정돼 있지 않아 수시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당장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카드돌려막기’를 하고 사채를 써야하는 상황이 반복돼 건설노동자들 가운데는 신용불량자와 가정이 파괴된 노동자들이 유독 많다.
유보임금이 발생하는 원인이 뭘까. 하청업체가 한 달치 작업물량에 대한 정산을 해 원청에 올리고, 원청은 이를 다시 발주처에 제출한다.
이후 발주처는 원청업체에 1개월 단위로 진척된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임금이 포함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는데 원청업체는 이 기성금을 받아 5일 내지 10일 정도 지나서야 하청 협력 업체에게 작업물량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것이 재하청과 재재하청을 거치며 자연적으로 한달 또는 두 달 이상의 임금이 연쇄적으로 체불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건설노조는 발주처-원청-하청-재하청으로 연이어지는 유보기간을 14일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h공사는 유보기간을 14일 이내로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유보임금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으로 기성 중 임금 부분을 따로 떼 발주처에서 임금을 직접 지급해 노동자들이 제때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1만9천826 건설 사업장에서 1천837억원의 체불이 발생했다. 2009년에도 8천601 사업장에서 1천555억원이 체불됐다. 사업장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데 반해 체불액수는 16% 정도 줄어드는데 그쳐 건설현장 체불이 개선은커녕 고착화, 고질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체불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유보임금 때문이지만 노동부 통계치에는 유보임금은 반영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동자들의 최대 공포인 유보임금은 imf 이후 확대되기 시작했다.
종전까지는 건설노동자들이 한달에 두 번 기성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유보임금은 당연한 것처럼 건설현장 전반에 자리잡았다.
건설노조는 전국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보임금 실태를 신고·접수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추석 명절 전 유보임금 실태 공개 및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과 노동부-lh공사 면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회에 진정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건설현장 유보임금 해결방안 및 제도개선을 요구한다는 복안도 함께 가지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는 최근 유보임금 신고센터 설치를 즈음한 성명에서 “전체 산업 종사자 대비 체불임금 발생건수가 건설업이 수위를 차지해 정부가 여러 차례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특별대책을 수립했었지만 근본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성명은 아울러 “건설회사는 떼돈 벌고 건설노동자는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해 가정이 파탄 나는 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유보임금 근절을 위한 정부의 특단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