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1500억 사회 환원소식을 듣고 언뜻 뇌리에 스친 대목이다. 그간 기성정치권의 만연한 ‘일구이언, 말 향연, 비(非)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지치고 실망한 국민들 입장에선 ‘오아시스’격 일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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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극적 나눔 행보는 ‘말’뿐인 여의도정치의 ‘허’를 찌른 채 무색케 했다. 그의 기부를 둘러싼 여의도정가의 ‘말’들을 무용지물 화하고 있다. 정치 공학적 분석·해석 등 ‘갑론을박’이 분분하나 아무런 설득력을 견인하지 못하는 게 반증한다. 뭣보다 여론이 열광하고 있다. ‘미래희망’의 단초, 불씨로 보는 듯하다.
안 교수가 마치 대중들 ‘빛과 소금’으로 등극한 양태다. 그간 기성정치권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드리겠다’란 구호와 약속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파기돼 온데 대한 반사작용이다. 설령 또 ‘2012대선용’인들 어떠한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물론 안 교수의 정치권 진입을 반대한 채 ‘국민 멘토’로 머물길 바라는 여론도 있다.
한데 국민들 입장에선 별반 밑질 게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볼거리,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다. 난무하는 정치권의 ‘말 향연’ 대비 직접 ‘몸 시연’에 나선 그의 향후 행보를 감상하며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가 정치에 직접 나서던, ‘조력자’로 머물던 안 교수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통령직에 도전할 권리를 갖는다. 그냥 기성정치권의 만연된 ‘언어유희, 일구이언’이 아닌 뱉은 말을 지키며 직접 행동하는 신의의 정치인, 옥석을 가려내는 지표로 삼으면 될 일이다. 이젠 좌-우, 보수-진보 등 단순 이분법적 사고와 대립구도를 떠나 추구하는 가치-코드지향점의 대결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새 패러다임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을 안 교수가 쏴 올린 형국이다.
한데 그의 행보를 두고 갖은 시각들이 분분하다. 대체적 긍정여론 일색인 반면 ‘안티’ ‘부정’ 기류도 간간이 눈에 띤다. 투명·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존 ‘재단’ 형식이 아닌 ‘성실공익법인’을 추진한다니 그냥 지켜보면 될 일이다. ‘재단’은 부유층이나 저명인사들이 증여 및 세금회피 등 편법을 위해 악용돼 온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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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정치는 다양한 색채를 아울러 승화시키는 ‘종합예술’이다. 계층 간 갈등해소 및 융합은 선결과제로 부상한 사법부 특히 검찰개혁 못잖게 차기정권의 화두로 자리 잡아야한다.
현재 만연한 이분법적 대립과 지역갈등도 결국 정치권의 네거티브전략에 따른 산물이다. 재산 절반을 뚝 잘라 기부 후 정치권에 진입한 이들이 아니라면 사실 안 교수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 이외수씨가 시의적절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16일 트위터에서 “남을 위해 콩 반쪽 나눠 먹는 일도 꺼리던 사람들이 기부나 봉사에 앞장서는 분들을 씹는 모습은 정말 비열하고 추해 보인다”라며 “고수의 눈엔 하수가 보이는 법이나 하수의 눈엔 고수가 보이지 않는 법”라고 꼬집었다.
갖은 찬반여론 중에서 질문이 던져진다. 안 교수 같은 이가 발붙일 수 없도록 헐뜯고 조롱하는 게 과연 해야 할 일인가? 라고. 다져진 의지도 표출된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 같은 이란다. 축복이란다. 자식교육의 지표로 삼겠다고 한다. 짧은 생각과 이기심 등이 가득 찬 시선으로 그의 뜻을 더럽히지 말란다.
그러나 정치권 상당수는 여전히 말만 쏟아내고 있다. 작은 이해관계에 ‘이전투구’하다 공동이익엔 ‘단합’하는 여의도정치의 졸렬함과 이율배반에 치중하던 주역들이 그들이다. 또 한 목소리로 안 교수 행보를 차기포석으로 풀이하고 진단한다. 어디에도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하지만 안 교수는 진흙탕 싸움에 일관하는 기성정치권을 단박에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특유의 ‘메시지’ 하나로 여의도정가를 무력화시키는 촌철살인의 필살기를 재연했다.
15일 서대문에서 안 교수 멘토인 법륜스님 특강이 있었다. 그는 모두에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뉘우치면 된다. 그러면 편할 것을..”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 기부를 둘러싼 갖은 시시비비를 관통하는 화두를 제시했다. 하지만 ‘반구자기(反求諸己.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기성정치권에 여전히 요원한 테마인 듯하다.
안 교수 의사와 무관하게 내년 대선을 향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安風’이 계속 가속기류를 탈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안 교수의 대선출마를 상정할 때 ‘고용·복지’를 내건 여권의 차기주력테마인 ‘朴風(박근혜 전 대표)’과 ‘교육’을 강조한 ‘安風’간 한판 아마겟돈 혈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승패는 ‘지난 60년 한국정치코드 vs 변화의 새 패러다임’간 대결구도 속에 ‘2040세대’ 열망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혈전의 서막은 이미 올려진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