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 가득한 마당에는 잘 가꿔진 꽃들과 나란한 돌담길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한다. @ 제주브레이크뉴스 | |
제주브레이크뉴스 조아라 기자=서늘한 가을 오후, 햇살 가득한 마당에는 잘 가꿔진 꽃들과 나란히 이어진 돌담길이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한다. 작은 정원에서 가을을 흠뻑 느끼던 순간 창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서 들어오세요~"
목소리를 따라 들어간 현관에는 가녀린 팔과 다리로 제주의 색을 섬유에 그려내는 섬유예술가 장현승 작가가 활짝 웃으며 서있다.
신발을 벗어두고 들어간 집에는 향냄새가 가득하다. 높은 천장의 거실을 지나 등 뒤로 햇살이 스며드는 넓은 좌식 탁자에 앉았다. 간단한 다과를 차려와 앞에 마주 앉은 장작가는 겉모습은 가냘파 보이지만, 얼굴에 살며시 비치는 속 모습은 강인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장작가는 일관되게 '섬유'라는 재료에 집요하게 전념하며 그것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변화를 실험해 밀도 있는 작업을 창출해내는 섬유예술가다.
지난 9월 24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에서 개최되고 있는 '장현승-색으로 섬을 말하다'전을 통해 접하게 된 장작가의 작품에서는 제주인에게 익숙한 제주 자연 그대로의 색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캔버스 위에 손으로 그린 곶자왈보다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염색으로 물든 천이라 하기엔 너무 놀라운 작품이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섬유작품은 크게보면 제주의 산을 넘어 바다, 그리고 다시 산으로 이어지듯 전시돼있어 이번 전시는 제주의 모든 자연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제주의 산을 지나고 바다를 지나 다시 산으로 올라가면 그 끝에서는 바람에 흩날리는 조릿대를 발견할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 강효실 학예연구사는 장작가의 이번 전시에 대해 "내·외적 요소가 조율되면서도 '수(手)'라는 노동집약적 특성을 놀라울 정도로 포함하고 있다."며 "이는 숙련을 넘어서 모든 것을 탁월한 솜씨로서 주도해 가는 안목과 연결된 기예다. 동시에 이것들은 기능적 측면들을 벗어나 빛과 제주 자연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포괄해 환경의 영역으로 확장돼 수공예적인 능력과 정신이 예술의 영역으로 새롭게 구현된 작업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섬유예술은 다단계의 수고로운 인내의 과정과 노동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지난 81년 일본으로 떠난 장작가는 취미로 염색의 길로 접어들게 됐고, 그때 장작가를 교육했던 선생님의 "당신은 평생 염색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던 장작가는 현재 그 선생님의 말대로 염색을 하고 있다. 이는 진정으로 염색을 하는 작업을 미치도록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안타깝게도 아직 제자를 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비록 염색을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은 힘이 들지라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하나씩 작업해 온 옷만해도 작업장을 가득 메울 정도다. 예전에 전시를 했던 작품들이라며 하나씩 설명해주는 장작가의 눈에서는 수고로움이 예술로 승화된 행복이 흘러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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