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욱 시인. ©브레이크뉴스 |
(주)장흥투데이 편집인으로 지역 언론인 및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선욱(67)씨가 최근 '등 너머의 사랑'(새로운 사람들 刊)>을 펴내고, 16일 오후 4시, 장흥읍 우산리 전통찻집 ‘꽃피는 남촌’에서 출판 모임을 가졌다.
이날 시집 출간 모임에는 정종순 군수, 이영권 전 의원, 곽태수 김복실 사순문 도의원, 윤재숙 유상호 채은아 김재승 백광철 의원, 고영천 문화원장, 위황량 위성태 김희웅 원로, 권병주 선관위국장, 왕명석 교육지원청장, 김영중 조합장, 이장수 산림조합장,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장, 김규문 명사 등 60여 명이 참석, 김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이날 김 시인과 페이스북 친구인 완도의 법인 스님과 완도 전군의회의장 김신 씨 등이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백수인 조선대 교수는 시평에서 “김선욱 시인의 시들이 감동적인 것은 시적 대상인 자연과의 동화되는 치열한 사랑을, 그것도 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리지만, 그 사랑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희망적인 사랑으로 그리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정종순 군수는 덕담에서 “지역의 대표 언론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시인으로서 크게 활동하는 김선욱 시인이 자랑스럽고, 김 시인 같은 여러 시인들의 지속적인 문학 활동이 장흥문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민선 7기 임기 동안에 제 7시집 발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날 “2012년, 내 시의 출발점은 아내의 암 투병이었다, 1년 반 동안 아내 곁에서 그녀의 암은 내 탓이 컸음을 깨닫고 아내 곁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시로 표현하면서 나의 작시(作詩)가 시작되었고, 아내 생전에 첫 시집을 바치려는 열망으로 첫 시집으로 <정남진 천년의 사랑을 위하여>를 발간했으나, 시집 발간 1개월 전에 아내와 사별했다”고 회고하고 “앞으론 장흥의 고대인까지 포함한 2백 여 명의 장흥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담은, 즉 장흥 사람들의 인명시집인 장흥 만인보(萬人步)’ 2권 정도를 펴낼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 김선욱 시인의 인사말 장면. ©브레이크뉴스 |
![]() ▲이날 2부 순으로 진행된 문화마당에는 가야금연구소 서혜린 씨가 가야금 산조를, 명창 김효정 씨가 흥타령을, 전 국립극장 이사장이었던 김규문 명사가 사철가를 부르는 등 축하공연과 김신 전완도군의회 의장, 정병훈, 위종만 씨 등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브레이크뉴스 |
이날 2부 순으로 진행된 문화마당에는 가야금연구소 서혜린 씨가 가야금 산조를, 명창 김효정 씨가 흥타령을, 전 국립극장 이사장이었던 김규문 명사가 사철가를 부르는 등 축하공연과 김신 전완도군의회 의장, 정병훈, 위종만 씨 등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이날 뒷풀이로 부근의 ‘오리앤오리’ 식당에서 지인들이 모여 만찬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은 김 시인의 <등 너머의 사랑>이란 시의 전문.
“그대는/늘 등이다//온밤을 새워도 다 읽지 못하는/태풍 뒤 고인 고요처럼 돌아누운/눈 감고 영혼으로 다가가야 하지만/눈물로도 채 미치지 못하는//그대는 늘 나를 지나쳐 앞서가니/그대와 마주하더라도/한 찰나에 불과할 뿐//그대에 이르는 길이/하얀 사막을 맨발로 걸어가는 듯/이리 고독한 그대의/등 너머의 사랑//그런데도/늘 그대 등을 넘어서는/꿈을 꾼다.-‘<등 너머의 사랑’ 전문>.
그는 이 시에서 등 너머의 ‘그대’는 신(하나님)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존재에 대한 사랑은 ‘마주 보는 사랑’이 아니라 ‘등 너머에 선 사랑’이다. 그 사랑과 일체를 이루지 못한, 하여 늘 아쉬운 사랑, 그럼에도 사랑의 본질 같은 그 사랑에 대해 시인은 그 사랑을 포기를 하지 않고 늘 등 너머를 넘어서는 선 사랑을 꿈꾼다고 표현했다.
전기철 시인(숭의 여태교수, 평론가)은 이러한 김 선욱의 사랑을 ‘미친 사랑’으로 표현한다. 하여 김기철 시인은 ”김선욱의 시는 사랑과 열정의 시다, 그의 사랑과 열정은 때로 뜨겁다 못해 미쳐버리는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그리되 가장 원초적이며 순수한 생명의 에너지로서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회복하려는 시인이다“고 평가한다.
김선욱 시인은 그동안 <정남진 천년의 사라>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강은 그리움으로 흐른다> <지는 꽃이 아름답다> <꽃자리>를 펴낸 바 있으며, 2015년에는 청하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수인 교수(시인, 조선대 교수)는 “사랑과 그리움의 시학-김선욱의 시집 <등 너머의 사랑>에 붙여” 제하의 시평에서 “김선욱의 시는 자아가 열정적인 사랑의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서정시에서 자아가 독특한 상태에 처해 있음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그의 시에 드러난 사랑의 상태는 열정적인 ‘그리움’의 추구로 나타난다.”라고 평했다. 아래는 백수인 교수의 김선욱 시인의 시집 평 전문이다.
사랑과 그리움의 시학-김선욱의 시집 <등 너머의 사랑>에 붙여
시 평론/백수인(시인, 조선대 교수)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욕망의 한 형식으로 드러나는 사랑은 인간 내면의 정서이며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이다. 사랑은 인간이 서로 공유하는 정서적, 의지적 지향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것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서정시에 있어서 사랑은 매우 중요한 본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사랑은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 가지란 ‘친밀감’, ‘열정’, ‘개입’을 말한다. '친밀감(intimacy)'은 상대방을 가깝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문제를 서로 주고받는 '친숙한' 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열정(passion)'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느끼게 되는 강렬한 욕망이다. 그리고 '개입(commitment)'은 상대방의 생활이나 행동에 끼어들 정도로 상대의 삶과 많이 얽혀 있는 상태이다. 그는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 있을 때 완전한 사랑이며, 이 요소들 중 하나 또는 두 가지가 있고 없고에 따라 여러 가지의 사랑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김선욱의 시는 자아가 열정적인 사랑의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 ▲ 김선욱 시인 시집. ©브레이크뉴스 |
서정시에서 자아가 독특한 상태에 처해 있음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그의 시에 드러난 사랑의 상태는 열정적인 ‘그리움’의 추구로 나타난다.
죽은 듯 적요해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외로운 것은 아니다
허기진 겨울바람에 입술은 퍼렇게 질린다
푸른 피부는 부들부들 떨린다
뼈 마디마디 관절마다 얼어붙는다
그렇다고 사랑이 죽은 것이 아니다
동안거冬安居에 들었을 뿐이다
사랑은 사랑 안에서 침몰하고
사랑 안에서 다른 사랑은 움 틔우니
잔인한 세월을 건너가며
눈물 빛 환한 날을 꿈꾸는
저 겨울강.
-「그리움도 동안거에 드니 –겨울강 1」전문
이 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죽은 듯 적요’한 겨울강의 내면을 그렸다. ‘겨울강’은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겨울강’은 ‘허기진 겨울바람’ 때문에 ‘입술은 퍼렇게 질’려 있고, ‘푸른 피부는 부들부들 떨리’고 ‘뼈 마디마디 관절마다 얼어붙’어 있다. 그러나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겨울강’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외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랑이 죽은 것이 아니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독인다. ‘동안거(冬安居)’에 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동안거’란 승려들이 외출을 금하고 참선을 중심으로 수행하면서 마음의 겨울을 건너는 일을 말한다. 이 문법대로 말하면 동안거에 들어 찾아오지 않은 사랑과 그리움은 승려의 동안거와 같은 수행을 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래서 ‘겨울강’은 “잔인한 세월을 건너가며 / 눈물 빛 환한 날”을 꿈꾸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 안에서 침몰하고 / 사랑 안에서 다른 사랑은 움 틔우”게 되기 때문이다. ‘눈물 빛 환한 날’과 ‘사랑 안에서’ 틔운 다른 사랑의 움은 희망이며 긍정이다. 이처럼 김선욱의 시에서의 미래 시간은 희망과 긍정의 시계를 지향한다.
한동안 얼음장 밑에서 더 웅크리고
나 있는 줄도 모르고 까맣게 잊으면 되리
쪽빛보다 쪽빛에서 나온 빛이 더 푸르고
물에서 나온 얼음이 물보다 더 차듯
생生도 다시 빚어 태어나는 생이
더 빛날 수 있으리니
나, 허리 펴고 세상 밖으로 고개 드는 날
내 몸빛은 더 환하게 빛나리니
-「쪽빛보다 쪽에서 빚은 빛이 더 푸르다 –겨울강 3」 중에서
이생에서 너 만남은 큰 축복이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내내 변하지 않을
우리의 눈물 사랑
너는 내게 눈물로 스미고
나는 네게 눈물로 빨리는
우리의 생이 너무 아프구나
지금은
네 몸이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울리니
너는 울부짖으리
우리의 사랑이 저 환희의
빛 무리에 이를 때까지.
-「눈물의 사랑 -천관산 억새 3」 중에서
「쪽빛보다 쪽에서 빚은 빛이 더 푸르다 –겨울강 3」에서의 화자는 ‘겨울강’이다. ‘겨울강’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언술하고 있다. ‘겨울강’에 투사되어 있는 ‘나’는 “한동안 얼음장 밑에서 더 웅크리고” 있는 처지이다. 그 고통과 추위를 견디는 방식은 자신의 존재조차 망각해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푸른 빛은 쪽 풀에서 뽑아내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얼어서 이뤄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라는 ’순자 권학편‘의 명언에 빗대어 “생生도 다시 빚어 태어나는 생이 / 더 빛날 수 있”다고 자위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고통과 좌절의 부정적 의미를 벗어버리고, 지금은 “얼음장 밑에서 더 웅크리고” 있지만 “나, 허리 펴고 세상 밖으로 고개 드는 날 / 내 몸빛은 더 환하게 빛나리”라는 밝음과 긍정의 세계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
「눈물의 사랑 -천관산 억새 3」은 서정적 자아가 ‘너’에게 건네는 담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청자 ‘너’는 ‘천관산 억새’이다. 자아와 억새, 두 존재의 관계는 ‘사랑’으로 맺어져 있다. 현재의 두 존재의 ‘사랑’은 ‘눈물의 사랑’이다.
“너는 내게 눈물로 스미고 / 나는 네게 눈물로 빨리는” 너무 슬프고도 아픈 사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생에서 너 만남은 큰 축복이었다”고 두 존재의 만남에 매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눈물의 사랑’은 서로 으스러지도록 껴안지만 그것은 두 존재의 울음과 울부짖음이다. 그리고 그 울음의 종착점은 “환희의 빛 무리”라는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김선욱의 시에서는 현실은 고통스러운 사랑이지만 미래의 지향은 밝은 긍정이다.
김선욱 시에서의 사랑은 ‘그리워하는 행위’ 그 자체다. ‘그리워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랑하여 몹시 보고 싶어 하다.”이고, ‘그리움’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다. 김선욱의 시에서의 ‘그리움’은 ‘사랑’을 향한 간절한 추구이며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열혈 도정이다.
산꽃이 그리운 날은
꿈속에서도 산꽃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 그리워하라고 바람이 내 어깨를 다독이는 날이면
나는 바람이 되어 산에 오른다
저만치 서성대는 봄날을 위해
겨우내 잠갔던 빗장 풀어헤치고
속진의 독한 냄새도 거두어 삭히고
아지랑이 같은 맑은 몸내 피워내며
기어이 온몸으로 향 보시하는 산꽃들
이생에서 얼마나
더 많은 겨울을 보내야
이 땅에서 그윽한 향 피우는
산꽃의 그 싹이나 틔울 수 있을까.
-「산꽃이 그리운 날」 전문
이 시에서 ‘그리움’은 후각 이미지로 드러난다. ‘산꽃 냄새’, ‘속진의 독한 냄새’, ‘맑은 몸내’, ‘향 보시’, ‘그윽한 향’의 시어들은 모두 후각 이미지를 환기한다. 화자 ‘나’는 ‘산꽃’을 그리워하는 존재이다. ‘나’의 산꽃을 그리워하는 정도는 “꿈속에서도 산꽃 냄새가 진동한다”라는 언술로 그 지극함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나’는 ‘바람’으로 변전되어 산을 오른다. 산의 공간에 실재하는 ‘산꽃들’은 ‘봄날’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우내 잠갔던 빗장”을 풀어헤치는 일과 “속진의 냄새도 거두어 삭히”는 일이 그것이다. 전자는 고통으로부터 닫았던 마음의 개방을 의미하고, 후자는 더러운 세속의 일들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곳에서의 정신적 발효를 뜻한다. 그리하여 ‘산꽃들’은 “아지랑이 같은 맑은 몸내”를 피워내고, “온몸으로 향 보시”를 하는 것이다. 결국 화자는 산꽃들이 향기를 뿜어내는 일을 ‘보시(布施)’로 인식한다. ‘보시’란 대승불교에서 행하는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존재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화자는 ‘산꽃들’이 향기를 뿜는 행위를 ‘이타정신(利他精神)의 극치로 읽어 낸 것이다. 그리고 화자는 산꽃의 정신을 거울삼아 나는 “이생에서 얼마나 / 더 많은 겨울을 보내야 / 이 땅에서 그윽한 향 피우는 / 산꽃의 그 싹이나 틔울 수 있을까.”를 되돌아본다.
속살이 그리 아찔하도록 빛나는 것은
속으로만 삭이고 쟁여온 그리움의 빛깔
살 거죽마다 빼곡히 뚫고 솟아난
날 선 뼈 가시는 내 속울음의 눈물
얼마큼 생을 돌고 돌아야
뼈 가시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문드러지며
그대 가슴 안에 안겨들 수 있을까
내가 이생에서 물속에 피는 것은
차고 넘치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임을 알리라.
-「비련 –가시연꽃」 중에서
헤어진 지 1년만이다
난 열병을 앓듯 널 그리워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이 삶이지만
처음 널 만난 이후 여태 해마다
겨울 끝물쯤에 간절히 그리게 하는 이는
오직 너 뿐이다
보는 것만으로 세상 시름 다 잊는다
보고 또 봐도 싫증나지 않고
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너이기 때문이다
아주 내 곁에 두고도 싶지만
넌 본시 그 자리에 있어 더욱 빛나므로
너를 내게로 데려올 수도 없다
하여 해마다 널 찾아간다
오늘 널 만나러 산에 오르는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가슴도 쿵쾅쿵쾅 뛴다.
-「다시 만나러 간다 –노루귀 2」 중에서
「비련 –가시연꽃」에서 화자는 ‘가시연꽃’이다. ‘가시연꽃’이 ‘비련’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고 있는 작품이다. 비련(悲戀)의 사전적 의미는 “슬프게 끝나는 사랑”, “애절한 그리움”이다. 화자는 “속살이 그리 아찔하도록 빛나는 것은 / 속으로만 삭이고 쟁여온 그리움의 빛깔”이고 “살 거죽마다 빼곡히 뚫고 솟아난 / 날 선 뼈 가시는 내 속울음의 눈물”이라고 술회한다. 내면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고, 외양은 ‘눈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자신이 운명처럼 받고 있는 천형의 슬픔을 “얼마큼 생을 돌고 돌아야 / 뼈 가시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문드러지며 / 그대 가슴 안에 안겨들 수 있을까”하고 자탄한다.
즉, 화자 자신이 염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얼마나 많은 윤회(輪回)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독한 그리움만을 안고 한 생을 살아가는 처지가 ‘비련’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화자는 ‘이생’(이승)에서의 삶이 “차고 넘치는” ‘비련’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물속에 존재하고 개화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가시연꽃’의 형상을 통해 비련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다시 만나러 간다 –노루귀 2」는 ‘내’가 ‘너’에게 말을 건네는 담화 형식이다. ‘너’는 ‘노루귀’라는 작은 꽃이다. 나와 너, 둘의 관계는 연애 상태에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연애가 아니라, 1년에 한 번 만나는 안타까운 사랑이다.
그래서 “난 열병을 앓듯 널 그리워했다”, “겨울 끝물쯤에 간절히 그리게 하는 이는 / 오직 너 뿐이다”고 고백한다. 화자에게 있어서 ‘너’는 보는 것만으로 “내 삶을 반추하게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욕심을 내면 아예 자신의 곁에 두고도 싶지만, 그 욕망을 버린다. 그 이유는 “넌 본시 그 자리에 있어 더욱 빛나므로”. 즉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또한 마음을 비우는 행위이다. 그래서 1년 동안 ‘그리움’을 견디며 보내다가, 오늘 ‘너’를 만나러 산에 오르는 것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화자 자신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아직 그 화려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화자는 지금 열병처럼 그리워 하던 ‘너’에게로 가는 도정에 있다.
새벽에 억새를 만나던 날
억새 능선 동서쪽에 팬 억새들이
제 사랑이 서로 나은 사랑이라고 말싸움한다
동쪽 억새는 아침엔 불붙지만
서쪽은 불붙는 듯 마는 듯해서 나온 말이었다
해가 이울 녘 또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서쪽은 이젠 우리가 더 잘 불붙는다고
동쪽은 아침 사랑의 여진일 뿐이라고
서쪽은 미진한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저녁엔 불타는 사랑이란다
동쪽은 아침에 불붙는 사랑이었으므로
저녁엔 미진한 사랑일 뿐이란다
어느 사랑이 나은지 가려서 뭐 하랴
크고 작든 처음에 불붙든 나중에 불타든 무슨 대수랴
종일 사랑 안에 머무르다 사랑 안에 져 가는
우주의 사랑 안에 생멸하는
너희 생이니.
-「억새의 사랑법 -천관산 억새 5」 전문
「억새의 사랑법 -천관산 억새 5」는 ‘천관산’의 ‘억새 능선’이라는 공간 배경을 가지고 있다. 화자는 이 공간에서 ‘동쪽 억새’와 ‘서쪽 억새’가 ‘새벽’과 ‘해 이울 녘’에 따라 서로 자신이 ‘불붙는 사랑’ ‘불타는 사랑’이라고 ‘말싸움’하는 소리를 듣는다. 화자가 억새의 햇빛에 비친 모양을 ‘불타는 사랑’의 빛깔로 인식하는데서 이러한 상황은 가능하다. 이처럼 시적 대상을 열정적 사랑의 모습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 시가 갖는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자는 “어느 사랑이 나은지 가려서 뭐 하랴 / 크고 작든 처음에 불붙든 나중에 불타든 무슨 대수랴”라는 관조의 태도를 견지한다. 보다 큰 차원에서 ‘우주의 사랑’을 깨닫게 된 것이다. 즉 모든 존재들의 삶이란 “종일 사랑 안에 머무르다 사랑 안에 져 가는 / 우주의 사랑 안에 생멸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외사랑
땅에 뿌리내리는 사랑이 아니다
하늘을 우러르는 사랑도 아니다
소외된 땅 음지의 바위 틈새에 깊이 뿌리내리고
몸뚱이와 길고 질긴 손발은 모질게 엉겨 붙이고
갯내음 뒤집어쓴 채 파도 소리 들으며
생이 다 닳도록 진화를 꿈꾸고
거친 바위 숨결과 함께 천 년을 기다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햇빛과 별빛과 달빛과 해풍이 품어주고 키워주는
외롭지만 홀로 즐기는 고독한 사랑
내 사랑이 현생에선
비록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질지라도
결코 포기 못 하는 이유이다
이생에선 이생에 미쳐야 한다는
믿음으로.
-「포기를 모르는 사랑 –지네발란」 전문
이 시도 시적 대상인 ‘지네발란’을 화자로 삼은 작품이다. 즉 ‘지네발란’에 투사된 ‘나’가 발화하는 형식이다. 역시 주된 시적 관심은 ‘사랑’이다.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외사랑”으로 간주한다. ‘외사랑’이란 “한쪽만 상대편을 사랑하는 일”, “자신이 상대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 상대편이 알지 못하는 경우에 이르는 말”이다.
화자는 자신의 ‘외사랑’을 “거친 바위 숨결과 함께 천 년을 기다리는 /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 햇빛과 별빛과 달빛과 해풍이 품어주고 키워주는 / 외롭지만 홀로 즐기는 고독한 사랑”이라고 술회한다. 이 시에서의 ‘사랑’은 “결코 포기 못 하는”, “이생에 미쳐야 한다는 믿음”으로 승화되어 있다.
이처럼 김선욱 시에서의 ‘사랑’은 열정적 그리움의 과정을 거치며, ‘이생’(이승)과 ‘저승’의 차원을 넘나드는 우주적이며 시간 초월적인 개념을 갖는다. “이생이 끝나는 찰라 / 사랑받지 못했어도 후회하진 않는다 / 여한 없이 자기를 태웠으므로”(「누군가의 어떤 길 –붉나무잎」), “내 생을 미친 사랑으로 / 불태우며 살고 싶은 거다”(「내가 원하는 생 / -연꽃의 항변」), “네 다음 생은 지구별 어느 외진 곳에서 / 홀로 거침없이 창창히 빛나는 / 생이길 기도한다”(「네 생이 장하다 –애기앉은부채」) 등의 시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대는 늘 등이다
온밤을 새워도 다 읽지 못하는
태풍 뒤 고인 고요처럼 돌아누운
눈 감고 영혼으로 다가가야 하지만
눈물로도 채 미치지 못하는
그대는 늘 나를 지나쳐 앞서가니
그대와 마주하더라도
한 찰나에 불과할 뿐
그대에 이르는 길이
하얀 사막을 맨발로 걸어가는 듯
이리 고독한 그대의
등 너머의 사랑
그런데도
늘 그대 등을 넘어서는
꿈을 꾼다.
-「등 너머의 사랑」
김선욱 시에서의 ‘사랑’은 늘 「등 너머의 사랑」이다.
이 시에서 ‘그대’는 “온밤을 새워도 다 읽지 못하는 / 태풍 뒤 고인 고요처럼 돌아누운 / 눈 감고 영혼으로 다가가야(하는)” ‘등’이다. 그 ‘등’ 너머에 ‘사랑’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이르는 길’은 “하얀 사막을 맨발로 걸어가는 듯”한 고독한 노정이다. “그대는 늘 나를 지나쳐 앞서가니” 만남은 ‘한 찰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늘 그대 등을 넘어서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김선욱의 시는 대체로 모든 시적 대상의 존재를 타자로 인식하지 않고 자아와 동화하거나 감정을 이입하여 투사를 꾀하는 ‘친화’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그의 시적 대상은 ‘고향 공간’이거나, 식물이거나, 어떤 관념이거나 정신이나 마음이거나 구애하지 않는다. 이러한 객관적 상관물들은 결국 그의 마음이나 정신, 사랑을 현현하기 위한 시적 장치로서 활용된다.
그의 시에서는 시적 대상과 자아의 사이에 짙은 그리움이 존재한다. 이 ‘그리움’은 항상 눈물, 울음 고통, 고독을 수반하는 지독한 ‘열병’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그리움은 언젠가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담고 있다.
따라서 시적 현실은 열병의 고통 속에 놓여 있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은 미래 시간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의 시 속에서의 미래 시간이 대체로 희망과 긍정의 시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은 열정이 넘치는 그리움이지만, 이를 지탱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편은 한마디로 ‘마음을 비우는 행위’, 즉 ‘이타정신(利他精神)’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보다 큰 차원에서의 ‘우주적 사랑’을 꿈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선욱 시에서의 ‘사랑’은 열정적 그리움의 과정을 거쳐 ‘이생’(이승)과 ‘저승’의 차원을 넘나드는 우주적이며 시간 초월적인 개념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