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0월31일 오후 3시부터 은행연합회 14층 세미나실에서 '금융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조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노동부의 정책지원사업 중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6개월 간 노동부 정책지원금으로 진행된 csr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공동연구에 참여한 4명의 연구자가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관련 부문의 대표자들이 나와 토론문을 제기하고 객석의 질문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으며, 토론의 열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6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은행 측을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나, 노조 쪽이나 향후 10년 은행이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그 해법을 놓고서는 의견차이를 확인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요약하고 결론 부분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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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31일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금융기업의 사회적 책임 토론회 © 김경탁 기자 |
소득 재분배·고용창출 외면, 사회 책임투자 등한시
비정규직 늘려 삶의 질 후퇴, 대국민 호감도 바닥권
노사 "은행산업 향후 10년 뒤가 안 보인다" 공감대
이장원 교수 "csr은 은행의 생사 달린 사안" 주장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한국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축소돼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일부 은행들이 유엔 글로벌 컴팩(global compact)에 가입하거나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만 그 진정성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글로벌 컴팩'은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에 기초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계적 표준안으로, 그 안에 노동3권, 남녀평등(차별금지), 환경권 등과 관련해 기업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기관 중에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가입.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김동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사회책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1부 인사말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imf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노사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주자본주의에 의한 고배당 및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스톡옵션, 금융 공공성의 파괴, 은행서비스의 외주화 및 용역으로의 전환, 비정규직 대량생산 등의 문제들은 csr의 범주에서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의 일부 자선행위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구성원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는 양 과대선전에 이용되면서 이미지 제고에만 열을 올려서도 안 될 것"이라며,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노사분규로 인한 피해액은 2조에 불과한 반면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15조를 넘어서는 것이 현실임에도 노사분규 피해액만 언론에 회자되는 것은 분명 인권, 노동권이 경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업 호감도 끝에서 3등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원으로서,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기업의 사회책임 과제와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발제에도 나선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연구 개요에 대한 설명에서 "금융기업에게 csr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사가 달린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소의 산업별 국민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담배(84%), 정유(58.9%), 금융(54.3%) 순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환경파괴 주범이라는 '화학'보다 금융이 더 부정적으로 인식된 것은 충격"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은행의 bbk 5억원 대출 의혹과 우리은행 및 굿모닝신한증권의 삼성그룹 비자금 관리 의혹 등과 관련해 "최근 몇몇 메이저 은행들이 참 희한한,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사건과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금융이란 사회적 신용과 신뢰를 먹고사는 산업인데, 자신의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자기 규율과 자기윤리를 철저히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금융산업, 좁게 이야기해서 연루된 은행들 같은 경우 은행산업의 전면적인 대국민 신뢰 상실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전체 금융의 생사가 걸려있는 중요한 일이 바로 사회적 책임 내지는 윤리강령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자본시장 통합시대를 맞아 우리 금융기업들이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외국의 훨씬 윤리적이고 금융기법이 뛰어난 사람들이 들어와서 한국 금융을 담당해주겠다고 나설 때 거기에 맞설 힘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우리가 맞설 힘은 선진화된 금융기법이나, 훨씬 많은 신용이 아니다"며, "국내 여러 산업 주체들 속에서 금융기업들이 해왔던 사회적 책임이나 소위 '내셔널 코드'가 있어야 그나마 자본시장통합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책임보다 주주이익 치중
'한국은행산업의 사회적 책임전략'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금융기업들이 imf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경영 개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저축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나눠주는 소득분배는 매우 제한적인 반면 주주 배당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주주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하는 금융기업을 비판했다.
권 교수는 "경영성과가 노동시장 내 양질의 고용 창출로 이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증가로 삶의 질이 후퇴했다"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하나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신한은행을 분석한 결과 단순한 홍보차원의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권 교수는 특히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csr적 개혁과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최근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산분리제도 폐지 주장의 명분을 일축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가 허용될 경우 은행을 통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금융구조조정의 목표가 전도되어 오히려 거대재벌에게 은행의 소유권을 부여하는 왜곡된 구조로 변질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