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 부패, 비리, 불법 등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를 영어로는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라고 한다.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라는 뜻. 19세기 영국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과 동료들에게 위험 상황을 알렸던 데서 유래한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조직의 부패와 부정비리를 고발한 용감한 ‘휘슬블로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기업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업계의 로비에 밀려 중단된 사실을 폭로한 이문옥 감사관,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세상에 알린 윤석양 이병, 삼성 비자금 사실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용감한 휘슬블로어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 맑아지고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휘슬(호루라기)을 분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칭찬받아야 할 훌륭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이가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 그가 참된 휘슬블로어인지, 아니면 무늬만 그럴 듯한 사이비 휘슬블로어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이를 판별하는 요소는 두 가지일 것. 첫째는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 호루라기를 불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개인적 목적 달성을 위한 사익 추구자인지다. 둘째는 고발한 내용이 사실(fact)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거짓된 내용인지다.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서, 그리고 고발 내용이 진실해야만 보호할 가치가 있는 휘슬블로어인 것. 그렇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 목적 달성을 위해 거짓된 내용을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부는 행위는 보호는 커녕 비난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로고.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최근 나타난 내부고발자를 이 기준에 비추어 대비해보려 한다.
사실 이 사안은 특정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고발의 내용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내재돼 있어 행간을 읽는 눈 밝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눈치 챘기 때문일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은 ‘진정한 내부 고발자’와 ‘사악한 내부 고발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예로 비교해볼 가치가 있는 듯하다.
재해구호협회의 내부고발자를 자처한 인물은 얼마 전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징계 사유와 지금까지의 언동 등에 대한 협회 쪽 설명을 요약해 전하면 대략 이렇다. 징계 사유는 여러 가지인데 첫째는 그가 한 여성을 전지가위로 위협했다가 폭행행위로 입건된 사건이다. 그는 지난해 12월17일 밤에 자신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분식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여성 종업원을 전지가위를 들이대며 위협했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그가 그런 행위를 저지른 배경을 보면 합리적이지 않다. 심각한 문제는 그가 그 뒤에도 반성이 아닌, 피해 여성을 괴롭혔다는 점이다. 이 사건과 관련, 합의를 하자며 피해자 여성에게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행동으로 괴롭히자 공포를 느낀 피해자가 결국 재해구호협회 쪽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피해자가 협회 쪽에 보내온 폭행 당시 CCTV 영상에는 해당 직원이 전지가위로 여성 피해자를 위협하자 여성이 코너로 몰려 벌벌 떠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어떤 직장이든 외부에서 범죄행위를 저질러 형사입건 되면 이에 상응하는 징계조처를 받게 돼 있다. 특히 봉사를 주업무로 하는 재해구호협회의 직원들은 다른 어떤 직장보다도 더 엄격한 도덕성 준수가 요구될 것이다. 협회 쪽에 따르면, 협회는 일차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해당 직원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보통은 자신이 물의를 빚은 것을 사과하고 뒷수습을 잘해서 조직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상식일 것. 그런데 직원의 반응은 전혀 상식에 동떨어졌다는 것. “내 사생활을 왜 알려고 하느냐?”고 오히려 협회 쪽에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고 한다.
여성은 우리 사회의 약자로 거론된다. 그것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힘없는 여성을 전지가위까지 들이대며 위협한 행위는 결코 용서받기 힘든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관련 직원의 일탈 행동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게 협회측의 주장이다. “사무총장이 공사 업체에서 뇌물을 받았다” “재협 직원 누구누구가 불륜관계”라는 류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성 발언을 했다는 것. 이런 가짜성 발언들은 조직과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일 수 있다. 그 직원의 발언을 들은 외부 인사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협회를 찾아와 그런 사실을 알려주기에 이르렀다고.
이 직원은 자신의 이런 잘못으로 직장 안에서 코너에 몰리자 “1억 원을 주면 그냥 퇴사 하겠다”는 엉뚱한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또 징계위에 회부되자마자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포매팅, 모든 자료를 삭제해버리는 행동을 이어갔다. 그동안의 업무 내용이 담긴 컴퓨터의 자료를 완전히 삭제하는 행위는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중대한 사안일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킨 해당 직원은 징계위에 회부되자마자 이 내용을 여기저기 자신이 아는 언론에 제보하며 협회와 사무총장 등을 공격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공익을 위한 선의의 휘슬블로어 행위로 보아야할지. 내부고발자를 위장한 위장술로 파악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답은 독자들의 몫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내부 휘슬 블로어는 어떤 내용을 외부로 유출시켰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라는 섹션에 보도된 고발 내용을 보면 ‘과연 이런 것이 고발의 대상이 될까’ 할 정도의 내용이 많다. 다른 언론들이 이 기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그 내용이 기사화하기에는 너무 사실이 결여돼 있기 때문일 것. 협회가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네, 노트북을 구입했네 하며 이것이 큰 문제인 것처럼 외부에 발설하고 있는 게 그렇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협회가 국민성금을 빼돌려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류로, 일부러 분노를 유발케 하려는 목적이 내면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공기청정기 문제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6월25일 추가로 보도한 ‘퇴사자 5인의 추가 증언’ 인터뷰 기사에서도 다시 언급됐다. 한 퇴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협회 쪽 해명을 보면 ‘모집경비’로 공기청정기를 사는 데 문제가 없다고 돼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모집경비는 말 그대로 기부금을 모집하기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거나 거리에 천막치고 모금할 때 드는 비용이다. 또 현장으로 물품을 보낼 때 발생하는 운송비, 인건비, 출장비처럼 불가피한 비용을 처리할 때만 쓴다. 재협의 회계를 담당했던 내가 보증한다. 과거엔 재난기부금 모집경비로 사무실 물품을 산 적이 없었고,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재해구호협회가 모집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제18조 모집비용 충당비율을 보면 10억 원 이하는 모집금액의 15% 이하, 10억 원 초과 100억 원 이하는 모집금액의 13% 이하, 100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는 모집금액의 12% 이하, 200억 원 초과는 모집금액의 10% 이하를 쓸 수 있다. 모집비용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일체를 뜻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인건비, 출장비, 필요한 비품이 모두 포함된다. 법령상에는 10% 안팎으로 모집비용 사용 한도가 규정돼 있지만 사실 재협은 국민성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거의 2~3% 안에서 경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재해구호협회 쪽 설명을 들어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협회를 방문하는 기탁자들이 증가했고, 협회에 접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회장실과 총장실, 소회의실에서 기탁자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이에 협회를 방문한 기탁자가 공기청정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서 공기청정기 2대를 구입, 회장실과 소회의실에 비치했다고 한다. 소회의실에 있던 소형 공기청정기는 총장실에 비치했다. 그런데도 “현장으로 가야 할 기부금” 운운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과대포장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협회 직원들이 월급을 받는 것부터 ‘협회가 국민성금을 빼돌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라고 비난해야 옳을 수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됐던 주차비 문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재협은 사무총장 지시로 직원들에게 월 3만 원씩 주차비를 청구했으며, 주차비를 법인 계좌가 아닌 지원팀 직원의 개인 명의 계좌로 받고 있다. 협회 소유 건물의 주차료를 법인 수익으로 잡지 않고 직원 개인 통장에 입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재해구호협회 쪽의 해명자료를 보면, 주차비 징수는 전임 사무총장 시절에도 있었다고 한다. 1일 주차 2천원, 월 주차 3만 원, 6만 원 씩으로 들쑥날쑥하던 것을 2019년 2월부터 보다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한다. 돈의 운용 등을 놓고 “협회 소유 건물의 주차료를 법인 수익으로 잡지 않고 직원 개인 통장에 입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대목은 너무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웬만한 직장은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재협도 원래 그랬던 모양.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짜로 주차장을 이용하기 보다는 주차료를 걷고 이를 직원들의 경조사비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는 것. 사실 주차비를 놓고 ‘법인 수익’이니 뭐니 하는 개념을 갖다가 붙이는 것부터가 이상스럽다. 직원들에게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해야 할 협회가 주차료를 거둬 법인 수익으로 잡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낯 뜨거운 일일 수 있을 것. 이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직원들의 생일에 꽃다발도 선물하고 케이크도 사서 나눠먹고 야근 때 간식도 사먹는 것은 직장의 아름다운 사례일 것. 이를 이를 마치 중대한 부정비리가 저질러진 것처럼 비난하는 무리수로 보여 진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련 내부고발자의 고발 내용은 대체로 이런 수준들이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보도한 ‘퇴사자 5인의 추가 증언’ 인터뷰 기사에 대해서도 언급할 내용 있다. 어떤 사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을 것. 어떤 퇴직자는 “스트레스”를 언급했는데, 스트레스가 있어서 그만둔 경우도 물론 있다. 신임 총장의 업무처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임 총장을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예전에는 업무량이 많지 않아서 편했는데 업무량이 늘어나 힘들어서, 대충 사무를 처리해도 그냥 넘어가던 것이 더는 통하지 않아서, 자기가 희망하는 업무를 맡지 못하고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싫어서, 자기가 싫어하는 직장 동료가 신임을 받아 중요한 보직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하는 것이 꼴 사나워서… 등등 스트레스의 원인은 많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 발로 다니던 직장에서 걸어서 나갔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무총장이 오랜 시간 면담하며 퇴사하지 말라고 간곡히 설득했는데도 듣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감정의 앙금은 조금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채 삭이지 못한 분한 감정이 일부 표출됐다. 만약 지금 남아 있는 회사 직원들이 모여서 퇴직자들의 당시 근무 행태나 퇴사한 배경 등을 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내용들이 쏟아져 나올까? 실제로 재해구호협회에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경우, 퇴직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련 휘슬블로어가 불어댄 호루라기 소리에 대해 이렇다할 반향(메아리)이 없다고 한다. 그 반대로, 재해구호협회 쪽에 격려의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진실이 부족한 내부고발이라는 요란한 후루라기 소리는 이 사회의 해악요소로 남게 된다. 내부고발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떳떳해야만 한다. 자신의 오점을 가리려고 자신이 근무했던 직장을 무차별 공격한다면, 결코 떳떳한 일일 수는 없다. 오직 진실이어야만 한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모든 것은 진실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이 부족하다면,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재난재해의 구호를 위해 땀 흘리는 재해구호협회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 수 있다. 명예를 실추시키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구호 성금을 보내준 수많은 국민을 욕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거짓이거나, 거짓에 가까운 휘슬블로어의 해악을 향해, 진실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회적 풍토도 마련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119@break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