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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은 여인

詩作은 솥단지 속에 피를 끓이는 일처럼 뜨겁고, 아픈 일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09/09 [11:36]
시를 쓴다는 것은 솥단지 속에 피를 끓이는 일처럼 뜨겁고, 아플 수 있다. 나는 얼음처럼 얼어 붙어 있는 세상을 살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필자는 현대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다음은 필자가 최근에 쓴 시 3편이다. moonilsuk@korea.com
▲연꽃    

1박2일 여행을 함께 떠나고픈 여인

주섬주섬 간편한 옷가지를 준비해
1박2일 여행을 떠난다면
함께 떠나고픈 여인이 있다.

별일이 아닌데도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는
여인과 동행하고 싶다.

소주를 마시면서도
비싼 와인이나 양주보다
당신과 술잔을 부딪치며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나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귀한 여인과 더불어 떠나고 싶다.

석양노을이 붉게붉게
원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키스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며
와락 껴안아
포옹해주는 따뜻한 여인과
손을 꼬옥 잡고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름 모를 풀 밑에 가냘프게 핀
제비꽃을 보면서도
세상을 사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아는 여인과
 
목숨이라도 걸고
후회하지 않는, 후회할 수 없는
멋드러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사철나무

온갖 활엽수는
가을이면 낙엽을
떨구는데

사철나무는 초여름에도
노랗게 물들어
수줍게
낙엽을 떨굽디다.

낙엽은 가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나무들은

초여름에도
낙엽지는 나무의
사철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소.

별, 그리고 나

별은 왜 어두운
밤에만 뜨나요?

훤한 대낮에 뜨지는 못하지만
어두운 밤이면 떠서
밤을 사랑하는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잖아요.

무한대 하늘에
보이지 않은 별들도 많겠지요.
그 중에서도
반짝이는 별이 있기에

행복한 사람을 생각한다면

한번 쯤 어둠과 함께해온
속 좁은 사람도
기억이나 해주소.

보잘 것 없는 날 위해
그 멀리 우주에서 찾아온 별처럼.

물에게 인생을 묻다

한 방울의 물은
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
냇물을 이루고 강물을 이룬다네.

뒷물은 앞 물을 뒤따르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모여
거대한 흐름이 이뤄지나니

물 너만큼 자신을 낮추는 존재는 없어
한강물, 쳐다보면 볼수록
유연함 속에서
웅대함을 설파하고 있나니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결국은 큰 바다를 이루는

물의 하심이여

대해에 다 달아선
몸 바쳐 구름으로 승천,
온 세상에 비를 내려 주나니

물아, 넌 위대하면서도
어찌하여

만지면 만질수록
보면 볼수록 부드러우냐?

미미한 한 방울의 물로
끝내는 모든 것을 성취해내는
물 너에게
인생이 무언지를 묻고 싶구나!!

물, 너처럼
사람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뒤따라
흐르고 또 흘러, 세상 끝까지 흘러
냇물이든,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그 무엇이라도 이뤄내고 싶구나!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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