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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떠나보낸 첫사랑 여인

첫사랑이 찐빵처럼 포근한 감각으로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09/09 [13:11]
흘러가는 물을 불들 수 있나요? 마찬가지로 떠나가는 사랑을 어이 붙들 수 있나요?
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붙잡지 않고 떠나보낸 첫사랑의 여인이 보고 싶습니다. 영하 날씨 지하철 입구 편의점에서 김을 내뿜는 찐빵처럼 포근한 감각으로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필자는 현대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최근에 쓴 시 3편입니다. moonilsuk@korea.com
▲백령도 두무진 해안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왔답니다.
나무꾼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는
나무꾼의 아이를 낳고
행복했답니다.
어느 날 선녀는
인간의 옷을 벗고
또다시 하늘로 올라갔답니다.
나무꾼의 이룰 수 없는
한때 나마 황홀했을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
물이 되어 흐르는
선녀골엔 동글동글한 바닥 돌들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그 티 없이 맑음 속에
인간 사랑이 깃들어 있겠지요.
노루목 숲속에서
쉼 없이 흘러내려온 계곡물은
선녀골을 하염없이 바라봤을
나무꾼의 아름다운 사랑을
도란도란 전해주고 있네요.
내가 나무꾼이라도
마음씨 고운 선녀를
산처럼 물처럼 그리워했을 겁니다.

**찐빵이 있는 풍경
 
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붙잡지 않고 떠나보낸
첫사랑의 여인이
영하 날씨
지하철 입구 편의점에서
김을 내뿜는 찐빵처럼
포근한 감각으로 되살아날 때가 있다.
찐빵을 데우는 온열기 속에서 새어나오는
뜨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듯
영혼이 온통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떠나보내지 말았어야했던
여인이 둥글게둥글게
호빵 되어 다가올 때가 있다.
또다시 생각나지만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말 한마디 못했던 수줍음이
찬 얼음 되어
내 삶을 잠식해 버렸다.
골목길에 하얀 눈이 내려앉고
사람들이 구멍가게 앞에서
찐빵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긴 그리움 지나
언 손을 녹여줄
그 여인의 미소가 
피어오르는 환영을 본다.
머리 풀어 올라가는
김 서림 인양
뜨실 듯하면서도 아련한
그 여인을 느낀다.

**두무진 해안가에서
겹겹이 쌓은 듯
층층이 다른
바위 결을 바라다보면
용틀임하던
용암의 기(氣)가
우주의 신비를 몰고
밀려온다.
억겁의 풍상 속에서
해안을 응시하며
스스로를 뽐내 온
기암괴석들, 바위들의 나라.
안으로안으로
자신을 담금질하며
수평선 일렁이는
먼 바다를 응시하길 수억만년
보아도보아도 침묵으로 버티고 선
형형색색 두무진 바위들은
바다 속에서 막 솟아오른 불상(佛像)인양
근엄한 법문(法問)을 설한다.
두무진 해수를
멀리멀리 자락으로 깔고 앉아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을 향해
무게 잡고 서 있는
두무진 바위들의 오순도순 행렬
그대들
수억만년 가슴에 품어 온
은은한 미소 속에
내가 서 있다네.
어느새 폐부까지 스며든
청정공기 더불어.
바다풍파와 싸워 이겨낸, 지킴이의 상징
바위들의 나라, 기(氣) 받으며
그대들 호위 받으며
내가 서 있다네.
두무진 해안가에.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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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산인 2008/11/01 [19:19] 수정 | 삭제
  • 당신이
    저만치 서 있네.
    그 거리 한 자일지
    한 길일지

    그러나 그러나
    영원히 좁힐 수 없는 거리
    그 거리가
    이승이고 저승이란 말인가
    내 첫 사랑아!

    남양자가 좋은 글 읽고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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