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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생쥐’, 고양이에게 결투 신청

[재계X파일] 르노삼성 협력업체들 '집단 반발' 내막

박현군 기자 | 기사입력 2008/11/05 [21:46]
벼랑 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우리나라 기업 상황에서 대기업 원청업체와 중소기업 하청업체의 관계는 고양이와 쥐, 공룡과 개미 등에 비유된다. 힘의 차이, 불평등 계약관계 등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 요건을 고려해서 들리는 말이다.

이들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중소 하청사들을 향해 무리한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언론과 사회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 공룡의 횡포라며 크게 이슈화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소 하청사들이 목숨을 담보로 대기업 원청사를 향해 반기를 드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르노삼성 협력업체들이 원청사를 향해 집단행동에 돌입한 내막을 취재했다. 

 

협력업체, “원자재·환율 파동 불구 납품단가 동결, 목숨 걸고 결사 투쟁”
르노삼성, 협상 과정 통해 일부 업체에 한 해 선발적으로 납품단가 인상


수 년 전 해외토픽 중에서 황소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 모습이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이 같은 일들이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벌어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의 협력업체들은 “납품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단체 행동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3개월여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번 사태는 협상이 지지부진 한 상황.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납품업체들이 반기를 들 경우 완성차 업체는 거래서 교체를 통해 가볍게 응징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이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사회 이슈화 될 경우라도 언제나 칼자루는 완성차업계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르노상성 사태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보인다.
 
협력업체들, “죽음도 각오”
 
문제는 납품업체들의 이런 움직임들이 르노삼성을 향한 협상카드 차원이 아닌 생존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업체들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르노삼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해 온 a사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이 폭등해 자금사정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최근에는 대출도 막힌 상태라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여력도 더 이상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1차 협력업체인 b사의 경우 그 동안 거래해 온 2차 협력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납품단가의 일부 인상을 단행했지만 정작 b사는 르노삼성으로부터 납품단가 조정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이 업체는 2차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 아니면 거래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단가를 인상해 준 것. b사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이제는 같은 상황에 빠졌다. 2차 협력업체들에게 줘야 할 지출내역이 늘어난 만큼 르노삼성으로부터 단가 인상을 실현해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르노삼성의 경남지역 협력업체 중 10여개 사는 지난달 “납품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르노삼성차 측에 정식으로 발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올 해 들어 원자재값 급등과 환율 변동 등으로 손실은 크게 확대됐지만 납품단가는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도 이미 갈 때까지 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협력업체의 관계자도 “회사차원에서 그 같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쥐가 고양이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것 같은 무모한 행위로도 생각되지만 몇 달만 더 지나면 르노삼성과의 거래 이 전에 회사 존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단가인상 계륵의 고민
 
‘협력사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로 인해 르노삼성은 내심 언짢아하면서도 계약관계 해지나 요구조건 무시, 어음결제 기간 늘임 등 지금까지 업계가 관행처럼 해 왔던 힘의 우위를 앞세운 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일면 괘씸하고 어이없는 측면이 있지만 환율, 원자재·유가 등 올 해 국내외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측면이 없지 않은 터라 강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사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상 요구는 원자재값과 유가가 한창 치솟던 3~4개월 전부터 시작된 것.

이때부터 1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일부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납품단가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사실 완성차 업체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상 요구는 원자재 값이 상승해 오던 작년 말부터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유가와 원자재 값이 최고점을 향하던 지난 8월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gm대우 등 모든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는 각 사마다 달랐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바람은 직원들 급여 인상만 고려하지 말고 현재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납품단가 인상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유독 강조하며 회사차원 혹은 협력업체간의 연대 등을 할 의사가 아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납품단가 인상을 이미 결단을 내린 상태”라며 “이 상황에서 현대차와 납품단가 인상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말 원자재 파동이 시작될 때부터 주물제품의 원재료비에 대해 2차례나 인상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동제품의 납품단가 20%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원재료 값 상승에 대한 부품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인 만큼 인상분이 2차, 3차 협력업체에 충분히 전달되는지도 계속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을 비롯한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경제사정을 이유로 주물제품 등에 대한 납품단가를 동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 3월부터 이미 인상, 르노삼성은 미루다 반발만 사
르노삼성, “납품단가 인상 사실은 타 협력사와의 협상을 위해 영업비밀 사항”


르노, “조속한 시일내에 타결할 것”
 
르노삼성은 3개월여나 끌어 온 이번 협력업체와의 갈등에 대해 “앞으로 1년, 2년 간 계속 갈등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조속한 시일 내에 갈등관계를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이번 봉기가 현재 경제사정을 감안해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가 어려운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도 환차손과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전담 부서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만여개의 부품업체들 중에는 우리와 직접 연결된 1차 협력업체들도 있지만 2차, 3차 협력업체들도 있다”며 “또한 부품별로 협상 진척이 쉬운 것도 있고 또 양 측의 입장과 경제 여건 상 풀기 힘든 부분들도 있어서 협상팀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경제사정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동결해 협력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시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할 말이 많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미 수 개월 전 우리는 업계 최초로 납품단가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소식은 지방과 중앙의 주요 언론사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으며 협력업체들과 완성차업체들에게서도 이 같은 이야기는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

이와 관련 르노삼성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추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의 인상 문제는 고통분담의 대표적 미담사례로 판단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준비를 했었지만 담당부서가 협력업체들과의 협상력 저하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 불발된 바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협력업체들과의 납품단가 인상은 양 사간 협상비밀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르노삼성은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종류만 수백가지”라며 “납품단가 인상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나 고통분담 등 미담사례인 것은 확실하지만 특정 부품에 대한 납품단가 인상에 대한 내용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게 될 경우 다른 부문에서도 동일한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요구하게 되고 이를 거절할 명분이 적어지게 된다”며 납품단가 인상에 대한 대외홍보를 막고 비밀에 붙이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르노삼성은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상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상이 필연적이라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르노삼성의 협력업체 전담 부서는 경영진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납품단가 인상을 단행하기 보다는 이를 참고사항으로 받아들인 후 각 사별로 개별 협상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 박현군 기자  human0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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