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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쓴 시입니다.
눈 내린 칠선계곡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걸을 때
살짝 내린 눈은 산등성이까지를 훤히 보이게 했다.
우거진 잎들이 무성했던 여름날의 산들은
자신의 우락부락한 몸가짐을 감추고 또 감추고 있었는데
겨울 지리산은 그저 있는 그대로
성성한 어깨와 억세 보인 앞가슴까지도 드러내놓고
오는 길손을 편하게 맞이했다.
나비의 날개 짓 인양 서두르지 않고 내리던 눈발이
온 지리산에 뿌려지던 장관을, 발걸음 멈추고
이름 없는 한 그루 나무되어,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혹여, 사랑하는 이가 이 산밖에 있어
그 사람에게만 살며시 보여주려 욕심을 낸다면
얼마의 돈을 들여야
그 장면을 다시금 연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눈이 나리는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환상적인 아름다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감동
가슴이 부르르 떨리어 옴을 어찌하랴.
세상을 살아오며 피곤하고 지친
상처 남은 몸과 맘으로 영산을 찾아왔는데
계곡 안개 속에서
밤새 내린 이슬로 화장을 하던, 칠선계곡을 보고파 왔는데
많고 많은 계곡들마저 모두 발가 벗겨져버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겨울 지리산
하얀 눈, 살짝 내린 산은
찬바람 부는 대로 눈발 휘날려 빈 허리 드러내 보이며
그 품에 안아준다.
칠선계곡은 위로의 말 인양, 쉼 없이
계곡수를 흘려보내지만, 깊고 깊은 계곡의 가슴에선
그 순간에라도 아무런 소리 없이
봄을 기다리는 녹색의 힘을 솟아오르게 할 것이다.(1/7/2009)
옻오른 내 몸
옻닭을 먹고 옻에 걸렸다.
얼굴과 손발을 빼놓은 온몸이 빨개졌다.
배꼽주변은 옻독이 번져 불타듯했다.
옻오른 내 몸은 가려워지기 시작했고,
나도 몰래 긁적였다.
손톱으로 긁으면 긁을수록 시원한감은 더 했으나
가려움증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
뜨거운 샤워 물이 빨개진 내 몸에 닿을 때면
한 번도 경험 못한 야릇한 감정이 느껴졌다.
묘한 느낌은 날 미치게 만들었다.
옻 탄 내 몸을 나 스스로 요리조리 긁어대면서
말로 표현 못할 시원함을 느끼듯이
평생 기자를 해왔으니
민중들이 가려워하는 그 어딘가를
팍팍 긁어준다면, 그 사람들은 얼마나 시원할까?
느닷없이 내 몸에 들어온 옻독은
지금도 나로 하여금 긁적이게 하면서
시원하다, 시원하다 읊조리게 하면서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피가 나도록 개칠해준다.(1/8/2008)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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