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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친인척 내세워 경기불황 극복한다?!

2008년 빅 이슈 '글로벌 경기침체'‥정기 인사이동에도 영향 끼쳐

김영수 기자 | 기사입력 2009/01/08 [15:47]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재계 최고경영자(ceo) 판도를 흔들고 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사장 등 대부분의 ceo를 물갈이하는가 하면 lg그룹은 전 계열사의 ceo들을 유임시키며 안정을 추구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불황 타계의 일환으로 오너 경영체제를 가속하고 있다. 오너의 친인척들이 대거 경영 일선으로 나선 것이다. 오너 경영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이가 경영까지 맡아 하는 것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동시에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총수일가의 가족회의가 그대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될 수 있으며 경영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불황 속 오너체제 강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적 좋은 기아차 조남홍 사장 내치며 2인 사장체제 구축, 경영권 승계 발판?


▲글로벌 경기침체는 재계 인사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너경영이 가속화 되면서 ceo로 선임되거나 경영일선에 배치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sk그룹 사옥.
지난 해 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연말 인사이동이 정기적인 기업의 업무임에도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는 다름 아닌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이다. 2008년 한해 금융시장을 날마다 떨게 만들고 서민들을 울렸던 불황은 재계ceo들의 인사이동에까지 손을 뻗쳤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바꾸는 ‘태풍 인사’를 실시했다. 3대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를 비롯해 지주회사격인 skc&c와 sk건설 sk해운 등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skc와 sk케미컬 등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인사를 하지 않는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장단이 교체된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해 업계는 ‘다가올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창사 61주년으로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한 lg그룹의 인사는 전 계열사의 ceo를 유임시키며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 내년에 불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지금껏 추진해온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조직의 불필요한 동요를 막기 위한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임원인사가 이번 인사이동의 화두는 아니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질 불황 속 인사이동의 화두는 ‘오너경영 강화’이다. 오너경영이란 기업을 소유한 대주주가 경영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과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에 용이하다.
 
오너경영 강화
 
이번 재계 인사의 특징은 오너 일가의 전진 배치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잇단 사장단 이상 인사를 통해 1세대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정의선 사장을 재차 전면 배치시키기 위한 포석을 깔았고, lg그룹, gs그룹, 한진그룹, l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동양그룹 등이 오너의 친인척들을 대표이사 및 경영일선에 배치시켰다. 이는 어려울 때일수록 친정체제를 강화하며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극심한 자동차산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기아차 조남홍 사장을 내치면서 2인 사장체제를 구축했다.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업계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번 인사를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발판 다지기로 해석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12월19일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 사임에 이어 23일 조남홍 기아차 사장마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돌발 인사’가 다시 시작됐다는 평을 내놨다.
 
특히 이들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아차를 올해 3분기 연속 흑자로 돌려놓았고 3분기까지 기아차의 누적 매출액은 11조3411억 원으로 세계적인 경치침체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사상 최악의 상황을 격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이어 현대기아차그룹은 12월24일 기아차 생산 및 국내 담당 사장에 서영종 현대파워텍 사장을 임명했다. 기아차는 해외 판매 및 기획 담당인 정의선 사장과 함께 2인 사장 체제를 갖추게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측은 “미뤄졌던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며 섣부른 추측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소위 잘나가던 기아차(?) ceo들을 연이어 내친 데는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 제거 수순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기아차의 호조는 정의선 사장의 ‘디자인 경영’의 성과라는 평가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오너경영에 힘을 보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비슷한 경영 lg·gs
 
lg그룹의 계열사 lg패션도 지난해 12월17일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의 동생인 구본진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본걸 대표이사 사장의 막내 동생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진 신임 부사장은 lg미주지역본부, lg화학을 거쳐 2004년 lg상사에 입사해 경영기획팀 부장, 무역부문 상하이지사 상무 등을 역임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브레이크뉴스
이에 따라 lg패션은 기존 2명의 부사장 체제에서 3인 부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구 부사장은 앞으로 기획관리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패션은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한자리 인데 반해 두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등 내실있는 기업으로 통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선 '책임 경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gs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그룹의 계열사 gs건설은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의 셋째 동생인 허명수 국내 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신임 허명수 사장은 gs건설 주식 3.62%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로 lg전자 lgeis법인장, gs건설(옛 lg건설) 경영지원본부장, gs건설 사업지원총괄본부장(cfo) 등 요직을 두루 거치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gs건설은 gs홀딩스 허창수 회장이 지분 12.15%,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5.8%,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4.44%등 허씨家가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이 같은 지분 구조와 가족관계를 본다면 오너 경영 강화 및 gs 특유의 가족경영으로 전환을 한 것이다. gs리테일도 지난 12월9일 허승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허 부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삼촌으로 lg상사 마트사업부문 부사장과 gs스퀘어(옛 lg백화점)·lg상사 마트사업부문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후 2002년부터 gs리테일(옛 lg유통)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왔다.

더불어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형제들이 계열사 사장으로 모두 등극하면서 바야흐로 gs 형제경영체제의 불을 댕겼다.
 
한진 오너들, 경영일선 등장
 
▲ lg패션은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의 동생인 구본진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사업지원총괄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승계에 한창인 모습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는 대한항공의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여객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조 상무는 최근 대한항공 인사에서 '상무b'에서 '상무a'로 승진하면서 여객사업본부 부본부장에서 '부'자를 떼고 본부장을 맡았다. 여객사업본부장으로의 발령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조양호 회장도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거쳤던 곳일 뿐만 아니라 고위 경영진들이 거치는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상무는 지난 해 8월 자재부에서 여객사업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인사이동에서 본부장이 되면서 오너家의 경영 확대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조 상무는 지난 3월 그룹 물류회사인 ㈜한진의 등기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10월 한진드림익스프레스 등기이사가 되는 등 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상무 이외에 맏딸인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과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 등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곧 오너경영 확대에 동참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진그룹 내 계열사인 한진해운도 최은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향후 대주주로서의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회장 취임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최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오너경영 강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각자 대표체제로 최은영 회장 외에 김영민 사장이 선임됐다.
 

lg패션 구본진 상무→부사장 승진, gs건설 허명수 대표이사 체제…닮은꼴
ls·현대백화점그룹 ‘형제경영’, 오너경영 우려 불식시키며 불황 극복 가능한가


ls·현대백화점 ‘형제경영’
 
▲ls·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경영’을 강화했고 신세계그룹은 사위를 승진시켰다. 이외에도 재계는 오너경영 강화에 한창이다. 사진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ls그룹도 최근 임원 인사에서 ‘형제경영’을 강화했다. 산전·가온 사업부문의 구자엽 부회장과 전선·동제련·엠트론 사업을 담당하는 구자열 부회장을 각각 회장으로, 에너지와 패션·레저의 축인 구자용 e1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구자엽 회장은 구자홍 그룹 회장의 친동생이고, 구자열 회장과 구자용 부회장은 구자홍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2세를 각 사업부문 회장으로 전면 배치해 독립 경영과 책임 경영이 가능토록 배려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형제경영’을 구축했다. 2007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에 이어 동생인 정교선 현대홈쇼핑 부사장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형은 그룹을 총괄하고 동생은 홈쇼핑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지선 회장은 해외 유학파로 불과 입사 5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거쳐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로 국내 대표적인 ‘오너 3세’이다. 이번 정교선 사장의 승진으로 그룹 내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불황=오너체제?
 
신세계백화점 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신세계i&c 상무를 같은 회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인 현정담 동양매직 부장이 2009년 1월1일 상무보로 승진했다. 1977년생인 현 상무보는 지난 2006년 10월 동양매직 차장으로 입사한 이래 1년여 만에 부장으로 승진한 뒤 다시 상무보에 올랐다. 입사 2년 여 만에 임원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외에도 lig손해보험이 구자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 김우진 대표이사 사장이 기획과 자산운용담당을, 장남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되면서 개인영업총괄을 맡아 운영하는 등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체제도 한층 강화된다.

lig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19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임원인사를 발표, 구자준 대표이사 회장 체제 속 전문 경영인체제를 확립해 현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의 승진은 오너가 직접 살림을 챙겨 금융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벽산건설도 오너가 2년 만에 다시 경영에 뛰어들었다. 벽산건설은 전문경영인 출신인 김인상 전 대표이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오너인 김희철 회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은 2006년 말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2년 만이다. 물러난 김 전 대표는 2005년 3월부터 사장으로 일 해왔다. 앞서 벽산건설은 지난해 11월 김 회장의 차남인 김찬식 전무(40)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오너경영 장단점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오너들이 속속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너 경영의 가장 큰 장점은 권한 집중에 의한 빠른 의사 결정이다. 소유주와 경영자가 같은 사람인만큼 책임경영도 가능하다. 또 전문경영인이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반면 오너경영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할 수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사업의 경우 오너경영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경제 불황과 맞춰본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 보다는 직관력에 의한 의사 결정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들의 오너경영 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예전부터 제기된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을 좌지우지 한다’는 비판이다. 이것은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풀지 못한 당면한 숙제다. 또 유교에 근거한 우리네 정서상 총수일가의 가족회의가 기업의 경영에 그대로 반영될 소지가 많다. 이럴 경우 주주총회나 사장단 회의 등은 사실상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뒤따라오는 문제는 ‘경영이 잘못됐을 경우 그것을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경영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과거부터 계속된 비자금 문제와 경영권 불법 승계등이 그 예이다.

장단점이 극명히 갈리는 오너경영. 불황을 맞아 적극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기업의 경영시스템이다.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기업경영의 독으로 기억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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