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 설 퍼져, 사실일까?
국내 철강 업계의 독보적인 기업이자 재계 서열 9위(2009년 1월 현재, 공기업 포함)의 포스코 수장이 사임을 표명했다. 지난 15일 이 회장은 임기를 1여년 앞둔 상태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돌연 사퇴했다.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 이번 일은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교체시마다 포스코 수장이 바뀐 것과 이번 사임이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이 경영목표치를 크게 상회했음에도 경기침체를 극복한 ‘리더십’을 이유로 사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차기 포스코 회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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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임기 1년2개월이나 남았는데 돌연 자진사퇴배경 놓고 뒷말 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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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너가 존재하는 기업이라면 이 같은 돌발 인사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포스코는 사정이 다르다. 특별한 오너가 존재하지 않고 이사회가 전권을 쥐고 있다. 더군다나 이 회장이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사퇴는 석연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굳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퇴의 배경을 두고 업계는 정권의 압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의 운명을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포스코는 1968년 포항제철이라는 사명의 공기업으로 출발한 후 2000년 민영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이 바뀌었다. 김영삼 정부 때 박태준 명예회장이 물러났고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김만제 회장이, 노무현 정권에서는 유상부 회장이 하차했다.
이 회장도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끊임없이 사퇴설이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말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면서 사퇴설이 급격히 확산됐고 특정 외부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외압은 없었다?
이 같이 외압 논란이 커지자 당사자인 이 회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입장을 말했다.
지난 15일 회장직 사퇴에 대해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며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에서도 제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포스코는 오너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이사회가 경영 중심에 있는 회사인데, 전문경영인이 자신이 데려온 사외이사에게 연임시켜 달라고 부탁한다는 식의 일부 시선이 저를 괴롭혔고 이를 불식시키고 싶었다”며 이어 “개인적으로도 ceo 자리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무책임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려운 시기에 활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퇴를 결심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이 외압이 아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 회장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지난 해 실적을 살펴보면 이 회장의 리더십은 충분히 증명된 것 아닌 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 회장이 사퇴를 발표한 지난 15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는 2008년도 결산 실적발표회(ceo포럼)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포스코는 작년 성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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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41조7190억원, 영업이익 7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모두 지난해 1월10일 발표한 2008년 경영 목표보다 좋았다.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았지만 이 회장이 그간 보여준 경영 실적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의 경기침체를 극복할 적임자 중 하나이다.
누가 후임 회장 되나?
이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이라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안간힘이지만 아무래도 이번 사안은 후임 회장과 맞물려 증폭될 소지가 있다. 후임자로 포스코 내부에서는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 건설 사장이 맨 먼저 꼽히고 있다. 윤 사장은 경영 관리 부문을 맡아 왔고, 정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생산 부문을 담당해 왔다.
친(親)정부 성향의 외부 인물도 만만치 않은 후보군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최근 사의를 밝힌 사공일 국가경쟁력위원장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등이다. 더불어 경질이 예견되는 강문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강력한 후보이다.
포스코는 그 동안 내부인사가 회장직을 맡아왔었다. 정권의 교체에 따라 인물이 갈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부사정에 밝은 인사로 채워졌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 포스코 후임인사에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내정된다면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비판의 날을 세울 것은 당연하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포스코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내 놓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교체가 예상되는 강만수, 국가경쟁력 위원장에서 막 사퇴한 사공일 씨 등 대통령의 프렌드가 포스코 회장으로 영전하실지 국민들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어 일각에서는 잔여 임기 1년을 내부인사로 선출하고 내년 2월 다시 포스코의 회장을 선임할 때 외부인사가 영입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회장의 사퇴로 불거진 외압 논란. 후임 회장 선임으로 이 같은 상황은 증폭될 전망이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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