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무산되고 말았다. 대우조선은 지난 해 최대어로 각광받으며 재계 10위권 내외의 유수의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인수전은 시작부터 드라마틱한 일의 연속이었다. 강력한 인수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약체로 평가되던 한화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에 대우조선 매각은 끝이 난줄 알았다. 그러나 승부사 김승연 회장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매각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번 매각협상 불발로 한화는 300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몰취 당할 위기에 처했다. 법정공방을 펼칠 태세지만 어찌됐던 일정부분 책임은 있기에 전액 환수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한화는 신성장동력 부재로 ‘goal2011’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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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m&a 최대어 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산업은행 대립 끝에 매각 결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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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은 지난해 3월 매각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됐다. 관심의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대우조선의 역사와 규모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은 1999년 8월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워크아웃 상태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특히 대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빨리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한 대우조선은 지난해 매출 10조5764억원, 영업이익 67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세계 3위의 조선업체로서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재계 서열마저 급상승하게 돼 재계 유수 기업들이 호시탐탐 노렸다.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두산, 한화 등이 인수전 참여 의지를 보였고 그래서 언론에서는 저마다 인수전의 전망을 내놨다.
대우조선 인수협상 결렬
그런데 시작부터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수전의 한 축이었던 두산그룹은 2007년 밥캣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특히 두산의 m&a를 진두지휘하는 박용만 회장은 “대우조선에 관심이 있다”며 군침을 흘렸다. 그러나 박 회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산그룹은 ‘기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인프라구축 지원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이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 한화, gs 3파전을 예상했다. 그런데 두산의 자리를 메우려는 듯 조선업계의 최강자 현대중공업이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업계에 충격을 선사하며 4파전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백미’는 포스코·gs 컨소시엄 구성과 사흘 만에 끝난 그들만의 동고동락이다. ‘동상이몽’을 꿈꾸던 두 기업은 ‘gs 인수전 불참’, ‘포스코 입찰자격 박탈’이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면서 강력한 인수후보로 한화그룹이 부상됐고 결국 지난해 10월24일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일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두 기업은 각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바람을 품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김 회장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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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화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글로벌 경기침체다. ‘리먼 사태’ 이후 세계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고 이어 금융시장 불안이 찾아왔다. 1900년대 초 세계경제공항에 견줄 만큼의 위기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의 자금마련 계획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게 됐다. 대한생명 지분 매각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매각한다 해도 처음 계획했던 자금마련이 어려운 사정이다.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교동 사옥 등은 매수자가 나타나질 않았고 국민연금 컨소시엄 구성도 경기 악화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자 한화측은 산업은행에 3월로 예정됐던 대금 납부일을 연기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양해각서(mou)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서로 줄다리기를 한 끝에 결국 매각협상 결렬이라는 최후를 맞게 된 것이다.
이행보증금은 어디로?
m&a 업계는 ‘드라마틱한 시작을 한 대우조선 인수전이 마지막까지 안개 속이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협상결렬이 끝은 아니다. 한화컨소시엄에서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화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산업은행과의 mou체결 당시 전체 대금 중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납했다. 인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금액이지만 매각대금 자체가 6조원을 넘는 만큼 이행보증금도 3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일례로 얼마 전 롯데주류에서 인수한 ‘두산 처음처럼’ 매각가가 503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양측은 이 돈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 매각추진위원회는 “한화가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분할인수 방안은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한화의 과실을 물어 3000억원을 몰취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주)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대우조선해양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3사는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협상결렬을 발표한 뒤 하루가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법무법인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정, 반환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것은 산업은행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산은이 기업실사노조와 사전 협의를 요구하며 기업실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한화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실사를 위한 노조 문제를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산업은행 역할론을 거론했다. 실제 한화컨소시엄은 지난 해 11월 mou 체결 이후 노조의 반대로 실사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대우조선 노조 요구안에는 ▲100% 고용승계 ▲회사 주요자산 처분 금지(5년) ▲자본구조의 변경금지(5년) ▲계열사 간 지급보증ㆍ자금대여 금지(3년) ▲당기순이익 20% 이상 배당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한화측은 고용보장 등은 인수전부터 약속한 내용이라 수용할 수 있지만 자산처분 등에 관해서는 '경영권 간섭'이라며 수용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에도 대우조선 노조와 몇 번의 교섭이 있었지만 원만히 해결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한화컨소시엄의 주장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mou 체결 당시 선계약 후실사에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산업은행으로서도 할 만큼 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관투자자와 함께 별도의 pef를 조성해 한화가 내놓은 물건을 사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한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기에 적당한 정도의 명분을 쌓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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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mou를 불이행한 한화측 책임이다”…양측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만 산적 |
‘goal 2011’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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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화그룹의 이미지는 또 다시 타격을 입고 말았다. 사실 한화는 4인방의 인수 참여 기업 중 약체로 꼽혔다. 이유는 자금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라고 평 하긴 했지만 자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했다.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자금조달 계획을 한 셈이다. 불확실한 시장전망과 무책임한 자금조달 계획으로 인수준비가 미비했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이미지 타격에 이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화그룹의 글로벌 전략은 'goal 2011'로 요약된다. 국내에 치우쳐 있는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신사업 부문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2011년까지 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을 총 매출의 4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화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선이다. 또 김 회장이 "내 인생 최대의 승부수"라고 표현한 대우조선도 2011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과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경영전략도 세웠다. 살펴보면 대우조선이 흥해야 한화그룹의 ‘글로벌 전략’이 가능한 구도다.
대우조선이 저 멀리 떠나간 상황은 신성장동력 부재로 이어지게 된다. 김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도 멀리 떠나가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요르단 국왕이 방한했을 때 기업 수장으로써는 유일하게 단독 면담하며 글로벌 기업 만들기에 매진했던 김 회장은 새틀을 짜야한다.
한화그룹은 10년 단위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성장세를 이뤄왔다. 1950년대 한국화약으로 시작해 60년대에는 석유화학 기틀마련, 70년대에는 무역·건설·식품유통분야 진출. 80년대는 전자·레저 등 3차 산업 강화를 했다. imf인 90년대는 경기에 어려움을 반영하며 내실강화에 주력했고 2000년대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금융 분야에 집중했다. 이제 다가올 2010년대를 맞아 한화그룹이 변화를 꾀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인 것이다. 특히 그룹의 숙원이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이니만큼 목표 달성의 일환이 될 사업에 집중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대우조선을 놓친 가운데 당장 어떤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할 시점을 놓칠 수 있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향후 m&a시장? 글쎄~
한화그룹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가운데 산업은행의 주름도 깊어갈 수밖에 없다. 우선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 매각 불발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 대우조선이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너 자체가 공공 기관이다 보니 내실화에 치중하게 된다. 적극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 등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우조선 제2의 도약을 위해서도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해서도 매각해야했다는 책임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향후 m&a 시장의 경색이다. m&a 업계는 최근 미국發 금융시장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데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마저 무산되면서 m&a 시장이 급격히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물로 나오게 될 기업이 매각 보류되거나 가치가 하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중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줄잡아 10여 개. 특히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도 연내 매각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대우조선마저 매각 결렬이 됐으니 몸집이 큰 매각대상 기업만 3개가 됐다. 국내 시장의 한계에 따른 세계화와 필요한 시점에서 공격경영은 힘들게 됐고 더욱이 대우조선 매각으로 공적자금 회수의 물꼬를 트려고 했던 계획이 모두 수포가 된 것이다.
이어 공적자금 투입 기업 매각 지연은 산업은행의 민영화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기업 지분이 상당한 상황에서 섣불리 민영화를 했다가는 적대적 인수 기업에 의해 큰 피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
이래저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매각해야 했지만 결렬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이제는 양측이 남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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