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가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씨와 여운환씨의 뒷얘기를 담은 글을 월간지에 보도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엄 변호사는 월간조선 2004년 2월호 ‘엄상익 변호사의 사건 실록’ 코너에 <권력, 검사, 주먹, 벤처사기의 혼란스러운 변주곡>이라는 제목으로 여운환씨와 홍준표 전 검사, 이용호씨의 뒷얘기를 담은 38페이지 분량의 글을 실었다.
이씨는 “엄 변호사는 여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마치 나는 벤처사기를 하면서 권력이나 주먹과 연관된 것처럼 암시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흥미만을 위해 굳이 언급하고, 특히 여씨를 미화하고 나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갖고 글을 작성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만큼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출판물 내용은 모두 진실이고, 설령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을 일부 담고 있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와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4민사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산)는 이씨가 엄 변호사와 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씨가 원고로부터 로비 및 알선 명목으로 각 40억원과 10억 4000만원 상당의 어음을 받은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특별검사가 여씨의 로비 의혹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원고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되고, 그로 인해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위자료 1000만원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가 된 3개의 문장은 내용 자체로는 ‘여운환이 변호사비를 많이 지출했다’, ‘여운환이 20억원 투자금의 담보조로 이용호에게 40억원 어음을 요구했다’, ‘특검은 여운환이 로비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라는 의미의 전달에 불과할 뿐,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에 대한 침해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사건 3개 문장은 내용과 전후 문맥 등에 비춰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한 것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일환 기자 hwankim@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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