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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들 '잔혹 살인-암매장' 전말

[사건속으로]애정관계 의심, 각종 '고문'·'폭행'…숨지자 암매장

이보배 기자 | 기사입력 2009/03/27 [16:07]
10대 청소년 4명이 또래의 정신지체 2급 장애인 소녀를 살해, 암매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강아무개(18), 이아무개(18), 김아무개(18), 김아무개의 여동생(16)은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자퇴한 뒤 강 군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들 중 이 군은 지난 2007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장애인 소녀 유아무개(여·16)를 만났고 유 양에게도 동거를 권했다. 1월부터 유 양과도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 이 군은 우연히 자신의 친구 김 군과 유 양의 키스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격분, 유 양을 폭행·고문하기 시작했다.
 
김 군 역시 유 양이 "먼저 접근했다"면서 폭행에 가담했다. 장기간 동안 폭행과 고문에 시달리던 유 양은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등학교 자퇴 후 가출, 한집에서 10대 청소년 5명 함께 생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꾀어 동거 시작, 애정관계 의심 폭행치사

 
경기도 성남 중원경찰서는 지난 3월22일 정신지체 2급 장애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이아무개(18)와 이 군의 친구 3명 등 10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채팅으로 시작된 만남
 
경찰에 따르면 숨진 유 양과 이 군은 지난 2007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됐다. 각각 평택, 성남에 거주하던 이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가까워졌고, 평택, 성남을 오가며 교제를 시작했다.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긴 하지만 유 양은 인터넷 채팅을 하거나 의사표현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 초기 유 양의 상태를 알지 못했던 이 군은 교제가 진행되면서 유 양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과 귀가를 되풀이하던 유 양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이 군에게 점점 의지하게 됐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친구 강아무개(18)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이 군은 유 양과의 교제기간이 길어지자 유 양에게 자신과 함께 살 것을 권유했다.

결국 유 양은 집을 나와 지난 1월15일부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강 군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강 군의 집에는 이 군과 또 다른 친구 김아무개(18), 김 군의 여동생(16)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유 양을 제외한 청소년들은 중·고교시절 만나 2007년과 올해 잇따라 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와 지난해부터 방 3개짜리 강 군의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지내면서 주유소,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왔다.

경찰 조사 결과 부친의 사망 등으로 혼자 지내게 된 강 군은 지난해부터 이 군 등 2명의 동창과 자신의 여자친구인 김 군의 여동생까지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생활해 왔고, 올해 초 이 군이 유 양을 불러내 1월부터는 모두 5명의 청소년이 함께 생활했다.

집을 나와 이 군과의 생활을 시작한 유 양은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유 양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군의 친구 김 군과의 키스 사실이 발각되면서 위기가 다가온 것.

경찰에 따르면 우연히 유 양과 김 군의 키스 장면을 목격한 김 군의 여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인 강 군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결국 유 양과 김 군의 키스 사실은 이 군에게도 알려졌고, 이 같은 사실에 격분한 이 군은 친구들을 불러 모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 군은 이 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유 양이 먼저 접근, 일방적으로 나에게 키스했다"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고스란히 유 양의 몫이 됐다. 화를 참지 못한 이 군은 지난 2월26일부터 유 양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김 군과 강 군 역시 폭행에 가담했다.
 
폭행·고문 견디다 못해 사망
 
경찰에 따르면 유 양은 2월26일부터 3월18일까지 하루 2~3시간 가량 폭행을 당했다. 폭행으로 시작된 이들의 가혹 행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문'으로 치달았고 그 방법 또한 점점 잔인해졌다.

유 양을 의자에 묶어놓고 뜨겁게 달군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고통을 주는가 하면, 문신을 새겨준다며 바늘로 유 양의 몸을 찌르고, 줄넘기를 채찍처럼 휘두르고 쇠파이프로 온몸을 구타하기도 했다. 또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흉기로 유 양을 위협, 허벅지 등을 긋는가 하면 흉기 끝을 몸 위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군은 유 양의 아버지에게 물리적 힘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 3월14일 장애인 신분증 갱신을 위해 유 양이 평택에 들렀을 때 강 군과 함께 동행, 유 양의 가출을 막는 유 양의 아버지를 밀쳐내고 휴대폰을 빼앗아 신고를 저지한 것. 결국 유 양은 이들의 손에 이끌려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 이 군 등은 유 양이 숨지자 집 근처 공원 야산에 유 양의 사체를 암매장했다. 사진은 유 양의 사체 발견 장소. <사진제공=경기도 성남 중원경찰서>    

성남으로 돌아온 유 양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폭행과 고문에 시달렸다. 마지막 폭행이 된 지난 3월18일 밤에도 유 양은 뜨겁게 달군 숟가락과 젓가락 등으로 고문을 당해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었다.

기절해 쓰러진 유 양에게 이 군과 그 친구들은 "꾀병 부리지 말라"며 방치했고, 다음날 아침 유 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생각지 못했던 유 양의 죽음에 당황한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사체 처리 방법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폐가에 유기, 토막 내 유기, 야산에 암매장 등 세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자주 갔던 근처 공원의 야산에 유 양의 사체를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3월19일 늦은 밤, 유 양의 시신을 노끈으로 묶고 이불에 싼 뒤 집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암매장 했다.

하지만 사체 유기 이틀 만에 이들의 범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공원 환경미화원이 청소 도중 잔디로 뒤덮인 야산 일부분에 풀이 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

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암매장지 부근에서 발견된 교통카드로 유 양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 양의 친구를 통해 이 군의 거주지를 알아내 시신의 손발을 묶는 데 사용한 것과 똑같은 종류의 노끈을 찾아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은 장애인으로 등록된 유 양이 정부로부터 매달 40만~1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 군 등이 이 돈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신분증을 갱신하러 갔을 때 동행했던 점과 유 양 사망 며칠 전, 유 양이 평택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통장을 놓고 가라"고 말한 점 등이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 이 군 등은 유 양의 사체를 암매장한 다음날인 3월20일 유 양의 통장에서 35만원을 찾아 사용했다. 담당 경찰은 “이들이 유 양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데다 지체장애인으로 등록돼 매달 정부에서 100만원 가량을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를 위해 기자가 성남 중원경찰서를 찾았을 때 공교롭게도 이 군은 경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앳된 얼굴에 다소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경찰의 질문에 답하는 이 군의 모습에서 유 양을 폭행했을 당시의 잔인함이나 폭력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10대 청소년의 모습에 불과했다.
bobae383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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