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7,000억원을 투자한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지난해 발생한 노동자 수십명의 산재사망 사고와 조선 수주 부진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가 전무해 한진중공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수빅조선소는 5번도크와 컨테이너선 6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6번 도크까지 완공, 대규모 설비를 갖췄다. 현재 수빅조선소가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58척.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선 수주가뭄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
조선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위기극복 해법으로 한진중공업은 시장 전망이 좋은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진중공업은 6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아울러 필리핀 수빅 지역에 대규모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lng-fpso(부유식 가스저장설비), 드릴십(원유 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관련 선종 개발에 나섰다.
한진중공업 측은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선을 만든 경험과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이 녹녹치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후발주자로써 기존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설계 등 고도의 기술 인력 확보도 난관으로 꼽힌다.
조선 수주가뭄이 심화되면서 필리핀과 홍콩 두 현지법인의 수주한 선박에 대한 선수금 보증 4조1,600억원도 현대중공업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발생한 필리핀 현지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바있다.
필리핀 상원의회 노동위원회가 수빅조선소 진상조사를 추진하자 필리핀 한국 대사관이 공식 항의하면서 한·필리핀 간 외교분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최중경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폰스엔럴 필리핀 상원의장에게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한진 필리핀 현지법인(hanjin heavy industries corporation-philippines)이 상원 조사의 대상이 된다면 (양국 관계에)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여파를 낳을 수 있다"며 경고했던 것.
그러나 필리핀 상원의회는 당시 최 대사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에서 발생한 수십여명의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수빅조선소에서 발생한 필리핀인 산재사망자는 총 17명. 그러나 필리핀 현지언론 등은 산재사망자가 최대 4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필리핀 상원의회 노동위원회의 호세 에스트라다 위원장은 “(조사결과) 8000여 필리핀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작업중단 요청을 포함한 다각적 조치를 고려하는 등 파장이 확산됐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지난해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으로부터 <필리핀 대통령 훈장>을 받은 바 있다. 필리핀 대통령훈장이 제정된 것은 1993년. 지난 16년간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며 아시아인으로는 조 회장이 처음이다.
이 같은 훈장 수상 배경에는 한진중공업이 지은 수빅조선소가 한 몫했다. 국내 조선회사가 해외에 건설한 첫 종합조선소로 2006년 5월에 착공, 불과 18개월만에 생산설비를 완공했다.
필리핀에서 수빅조선소가 가지는 국민경제적 의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개 중형 컨테이너선에 불과한 명명식 행사에 필리핀 대통령이 명명자로 직접 나섰고 수빅조선소 첫 배의 탄생을 축하했다.
수빅조선소에서 새로운 조선역사를 쓰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소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과 최근 조선 수주 부진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김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