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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너무 과신하지 말라!>
나는 특히 신부교실에서 강의를 할 때, 잊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두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가능하면 첫사랑과는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사실,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려는 청춘 남녀들에게 나의 이런 충고가 제대로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안다.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려는 이들에게는 제 에미 애비가 하는 충고도 귀에 들리지 않을 판인데, 내가 하는 이런 충고 따위야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정도로 스쳐가고 말 게다.
젊은 남녀가 <사랑>이라는 덫에 사로 잡히면 이성적 판단이 거의 마비되거나 흐려져 많은 부분에 오판을 하기 쉽다. 특히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는 젊은이들은 사랑을 과신 내지 맹신하고 있다. 사랑이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이놈의 사랑이다!
나는 지금까지 대부분 남녀의 사랑은 반드시 식는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런데 묘하게도 정직한 사람들과 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 지론에 전적으로 공감하는데, 주접떠는 사람들과 머리 나쁜 사람들과 순수한 사랑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론을 펴는 것을 보았다. 남녀의 사랑이 순수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말이 된다. 그러나 남녀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은 희망 사항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 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는데, 순수한 사랑을 해본 사람일수록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인지를 안다.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할 사람들은 주로 이렇게 생각한다.
-- 우리의 사랑은 딴 사람들의 사랑과는 차원이 다르고 순도가 다르다. 바람이 촛불은 끌 수 있어도, 큰 불은 끌 수 없고 더 활활 타게 한다.우리의 사랑이 이와 같다. 우리 앞에 어떤 역경이 있어도, 우리는 그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결혼을 반대하는 벽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높으면 높을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진정한 축복을 받을 수 없다.>
결혼은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해야 한다. 그런데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면 절대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설령 특별히 가까운 극소수의 별난 사람들 한테는 축복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반대하는 결혼을 축복해 주는 것은 얼핏 보면 신랑 신부를 위하는 것 같지만, 멀리보면 신랑 신부를 일생 동안 불행의 늪에 빠지도록 공범 내지는 불행방조죄를 범한 것과 같다.인생의 첫 출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 받지 못한 나머지 깊은 산사나 한적한 시골 성당에서 도둑 결혼 처럼 한다는 것은 첫 시작부터 되먹지 못한 짓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등져야 한다.>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본의 아니게 주의 많은 사람들과 등져야 한다. 어떤 사람과는 등을 져야 하고, 어떤 사람과는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을 쌓고 살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등을 지고, 가까운 이웃들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 많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 사랑에 눈이 먼 젊은 남녀라고 해도 그들이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어 일생을 살아가자면 세상에 수많은 보편적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그런데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나면 보편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보이지 않는 벽이 많아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반대하는 결혼을 한 남녀가 이불 속에서 알을 까는데는 주위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험한 세파와 싸우면서 한 세상 살아가는 데는 남의 도움이나 성원과 격려가 필요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런데 시작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등지거나 벽을 쌓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
<수많은 벽을 뛰어넘다보면 지치게 된다.>
반대하는 결혼을 한 이들이 결혼 뒤에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벽들을 처음에는 그런대로 극복할 수가 있다. 그래서 처음 얼마동안은 벽을 극복할 때마다 희열 내지는 성취감에 젖어 두 사람이 기뻐할 수 있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벽들을 계속해서 뛰어넘는 가운데 자기들도 모르게 많이 지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몸이 건강할 때는 모르는데, 일단 몸이 아프면 짜증이 많이 나고 매사가 귀찮아지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와 같다. 크고 작은 벽들을 계속 해서 뛰어 넘다보면 지치게 된다. 그때는 분명히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기들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별별 노력을 하고 변명을 해도 내심으로는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순간 순간 들지 않을 수 없다.
<가족.친지들과 불화를 이루고 마침내 가문을 망치게 된다.>
전쟁 고아끼리 만나서 반대하는 결혼 하였다면 또 모르지만, 에미 애비가 멀쩡하게 있고, 주위에 일가 친척이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가족과 친지들의 불화를 이루고 마침내 가문에 흠집을 내기 쉽다. 사람이 살다보면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지고, 가문 나름의 행사도 있기 마련이다. 명절 때나 제사 때나 길 흉사 때면 온 가족 혹은 온 가문이 한데 모이기도 한다. 이런 자리에반대하는 결혼을 한 부부가 끼이면 손가락 질 받기 쉽고, 손가락질까지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공연히 의기소침하여 제쪽어서 무표정으로 한 구석에 외톨톨이로 앉아서 좋은 분위기를 망치게 하기 쉽다.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게 된다.>
반대하는 결혼을 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게 된다. 반대하는 결혼을 한 사람일수록 주의 사람들이나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까딱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 가령, 가문의 차이를 무릅쓰고 반대한 결혼을 한 이라면 가문 이야기만 나오면 긴장하고 그바람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입기 쉽다. 학벌의 차이 때문에 반대하는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수슨 말 끌에 학벌 이야기만 나오면 긴장하고 까딱하면 마음 상할 대목이 생기기 쉽다. 경제적인 차이 때문에 반대하는 결혼을 한 경우라면 친정이나 시가쪽의 가난 문제가 거론되면 초긴장을 하게 되고,단어 하나면 잘못 써도 마음에 상처를 받기 쉽다.본래 멀쩡하고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몸이 지치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점점 가슴이 식어지고, 냉담해지고, 무표정으로 바뀌게 된다.
<마침내 사랑이 식어 서로 웬수가 된다>
사랑이 식어서 마침내 서로 웬수가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 동안 나는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였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속 사정을 들어보면 그들이 신혼 초에 뜨거웠던 사랑도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 앨범 속에 사진 몇장의 추억으로 남았고, 그들의 가슴도 식었고, 그들의 꿈도 깨어지고, 앞으로 살아갈 것이 막막하여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러니 사랑이 변하여 어느새 서로 웬수가 되어 있었다. 반대하는 결혼을 하여 서로 웬수가 된 청담동에 사는 내 제자 김 모군(36살)에게 물어본다.
--- 왜 반대하는 결혼을 하였어?
--- 선생님, 그때 내가 어디 씌었나 봐요.또 그때는 사랑이면 다 해결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멋적게 웃는 그의 표정에 잠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고, 그의 귀밑에는 어느새 흰머리카락이 몇 가닥 보였다.
내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한다. 불행해 지고 싶으면 반대하는 결혼을 하라. 서로 사랑하면 할 수록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말라! 지금 손수건 흔드는데 가슴이 찢어지고 불면의 밤에 오래 시달리는 쪽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여 일생동안 치르는 수강료에 비하면 백배 천배 싸다! 내가 이토록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었는데도 반대하는 결혼을 한 누구누구 부부는 잘만 살더라! 라고 하는 이에게는 할말 없다! 어른 말을 들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보석같은 명언인 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다! (www.songhy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