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라도 초등학교 여학생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우리 집에 같이 자러가자”고 말한 행위는 영리약취·유인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oo(55)씨는 지난해 12월20일 오전 8시12분께 인력시장에 일을 구하러 갔다가 일감이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인부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부산 남구 대연동 노상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a(11·여)양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가자”고 말했다.
이때 a양이 박씨의 팔을 뿌리치자, 박씨는 술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a양에게 “학교에 가기 싫으냐, 집에 가기 싫으냐. 우리 집에 같이 자러가자”고 말했다.
당시 a양은 등교하기 위해 친구들을 기다리던 중이었고, 8시23분께 친구 2명을 만나자 휴대폰을 빌린 후 경찰에 신고해 박씨는 붙잡혔다.
◆ 1심, 영리약취·유인 혐의 징역 8월
이로 인해 박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은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박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자신의 잘못을 모두 시인하고 있는 점, 범행 결과가 비교적 경미한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씨는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고, 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 2심 “약취행위의 실행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무죄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잠바 소매를 잡은 경위와 과정, 당시 주변상황, 땅바닥에 주저앉아 피고인이 취한 행동 등을 종합하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피고인이 단순히 ‘가자’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잠바 소매를 잡았다고 해서 약취행위의 실행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데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약취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288조에 규정된 약취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범인이나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그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을 실력적 지배하에 둘 수 있을 정도면 족하고 반드시 반항을 억압할 정도를 요하지 않는다.
◆ 대법원, 유죄 취지로 원심 파기 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위험에 대한 대처 능력이 미약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옷소매를 잡아끌면서 ‘우리 집에 같이 자러가자’고 한 행위는 그 행위의 목적과 의도,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지배하에 옮기기 위한 약취행위의 수단으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 심신상실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이를 이유로 약취행위의 실행행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은 약취행위의 실행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