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다빈치 코드’의 대성공 이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팩션 열풍은 ‘왕의 남자’, ‘미인도’, ‘쌍화점’ 등의 계보를 이은 영화장르뿐만 아니라 지난해 mbc ‘선덕여왕’에 이어 2010년 kbs ‘추노’, ‘명가’, sbs ‘제중원’ 등이 방영되며 드라마 장르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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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팩션 바람이 공연계에도 불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爾)’, 범죄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에쿠우스’, 실존영웅 홍길동을 그린 뮤지컬 ‘홍길동’,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요덕스토리’ 등이 그것.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흥미진진한 무대 이야기를 엮어보았다.
연산이 광대 공길과 동성애 관계? ‘왕의 남자’ 원작연극 ‘이(爾)’
연극 ‘이(爾)’는 2005년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며 공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천민 광대의 신분으로 임금에게 ‘이(爾)’라는 호칭을 받은 ‘공길’, 광적인 폭정을 일삼았던 조선조 제10대왕 ‘연산’, 연산군이 총애했던 여인 ‘녹수’ 등 극중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이들이다. 연극 ‘이’는 이처럼 실제 존재했던 역사를 기반으로 하되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와 ‘연산군이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라는 기발한 두 가지 허구적인 장치를 더함으로써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극적 효과를 발휘한다.
연극 ‘이’는 2000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3,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베스트5 작품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이듬해 2001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등을 휩쓰는 파란을 일으켰다.
오는 2월 27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10년의 역사를 함께한 최고의 배우 김내하, 이승훈, 정석용, 오만석, 진경 등 역대 출연진이 총출동하는 기념비적인 10주년 특별공연. 10년간의 찬사, 10년간의 성원에 화답하는 의미로 특별히 마련되어 단 23일 동안만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드라마 연기에서부터 뮤지컬 연출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만능 엔터테이너 오만석의 ‘공길’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범죄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에쿠우스’
연극 ‘에쿠우스’는 6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알런 스트랑이라는 소년의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국 작가 피터 셰퍼의 1973년 동명 작품이 원작으로 그 해 영국 초연 당시 살인, 섹스와 같은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매 공연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1975년 극단 실험극장의 개관작으로 한국 초연된 이후 국내 공연의 최다공연 기록을 수립하였다. 2008년 미국 공연 당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20)가 ‘알런’ 역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연극열전3’의 개막작이자 극단 실험극장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으로 연출가로 변신한 조재현과 ‘맥베드’로 카이로 국제연극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김낙형 협력연출이 새롭게 해석한 ‘에쿠우스’를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섹시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지닌 화려한 볼거리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이다.
중년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 역에 송승환, 조재현이, 소년 알런 스트랑 역에 정태우, 류덕환이 각각 캐스팅되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연극 ‘에쿠우스’는 오는 3월 1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한국 의적의 상징적인 존재를 그린 뮤지컬 ‘홍길동’
‘홍길동’은 최초의 한글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으로 잘 알려진 인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역사적 실존성과 고증에 의한 장성인 홍길동의 삶은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신분이 첩의 자식이라 관리등용을 제한하는 국법으로 인해 출세의 길이 막히자 좌절과 울분 속에 차별 받던 민중을 규합하여 활빈당을 결성한다. 이후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실천적 삶을 살았으며 봉건적 조선왕조의 핍박을 받던 중 무리를 이끌고 탈출하여 오키나와로 진출, 그곳에서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는 민권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뮤지컬 ‘홍길동’은 장성군과 사단법인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민관합작으로 제작 공연하는 창작뮤지컬로 활빈당의 활약 그 후를 배경으로 기존에 초점이 맞춰졌던 재주, 모험 스토리와는 달리 인간 홍길동의 사랑과 고뇌를 보다 실존적인 시각에서 담았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예성, 성민이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홍길동’은 4월 18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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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요덕스토리’는 2만5천명의 정치범과 탈북자가 수용되어 있는 북한 함경남도 요덕군 제15호 정치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 북한 최고 무용수 강련화가 아버지의 반역으로 인해 요덕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닥친 비극적 운명과 수용소 안에서의 사랑, 용서를 그린 서사 뮤지컬이다.
2006년 초연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같은 해 미국 공연 당시 “이 역동적인 뮤지컬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레미제라블’에 견줄 만 하다.(워싱턴 포스트)”, “노래와 춤으로 만든 뮤지컬이 북한의 잔혹함에 맞서다. l.a. 4회 공연에 매진사례의 대성황을 이루다.(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등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북한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의 정성산 감독이 연출한 ‘요덕스토리’는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의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등 12개국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신성아 기자 mistery3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