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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 나선 ‘감성풍경' 사진집 출간

자신으로부터의 혁명일군 사진작가 '이형근'

김성애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0/03/08 [10:01]
풍경사진을 감상했다. 마음을 찾아 나선 ‘감성풍경(sentimental scenery)' 사진집을 선물 받았다. 한 장의 사진마다 촬영노트가 적혀있었다. 일기장이었다. 남이 쓴 일기를 엿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고, 천둥 번개가 친다. 본능적으로 새벽날씨가 심상치 않으리라는 느낌이 든다. 새벽 4시 30분, 백운대 산길을 뛴다. 중반쯤 올라오니 위장에선 독한 신물이 올라온다.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순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서, 앞이 트인 곳에 삼각대를 세운다. 아름답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끽하는 초하의 신록, 정말 아름답다. 삼각산……. 오르며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07년 5월 여름날 북한산에서’

촬영노트에 쓰여 있는 ‘위장에서 올라오는 독한 신물’이라는 경험하지 못한 글귀에 그만 빠졌다. 그토록 자신의 일에 매달리는 작가의 세계가 지독히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색깔을 덧입히는 여정에 큰 박수를 보냈다. 배낭에 짊어진 카메라의 무게만큼 독한 신물은 곰삭게 했다. 자신으로부터의 혁명을 일구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아름다운 길에서 탄생시킨 풍경사진을 따라가 보았다.
 
마음을 당기는 심상풍경
 
사진작가 이형근(www.leehk.net)의 촬영노트는 20년째 쓰고 있다. 노트의 두께를 비례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누에의 허물인양 서서히 벗었다. 몸과 마음의 허물을 벗었다. 허물의 무덤아래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산천을 날았다. 언제나 반기는 산야에 마음을 묻었다. 마음에 가득한 모든 잡음과 소음을 몽땅 묻어버렸다. 새하얗게 눈 덮인 나뭇가지에, 곱게 물든 단풍에, 휘감은 운해가 여린 여명에, 장대한 바다운무에 발자국을 남겼다. 이 순간 조용한 소리가 났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소리였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닮아 있었다.
▲ 이형근     ©브레이크뉴스
▲ 이형근     ©브레이크뉴스

촬영노트는 싱그럽다. ‘설악에 눈이 내린다기에 늦은 저녁 서울을 떠났습니다. 도착한 새벽에 정말 아름다운 눈이 단풍에 곱게 내려앉았습니다. 맑은 겨울산길, 보라색으로 채색된 새벽 산길의 눈을 밟으며 정상을 치닫던 날들. 어둠의 산등을 밟고 떠오르던 빨간 여명은 출렁이던 가슴을 잔잔하게 만들어 버리고, 정상은 항상 모든 어둠을 씻어내 주었습니다. 계곡에도 눈이 내립니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처럼 흐릅니다. 자연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그들이 태초에 인간을 잉태하고 다시 품안에 안을 때까지 안식을 베풀어 줍니다.’

심상을 여지없이 잡아당기는 작가를 만나러 작업실을 찾았다. 수유리 작업실은 북한산 줄기에 맞닿아 있었다. 책상 앞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산자락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과수원 빛을 닮아있는 강아지들을 찍느라 건빵 한 봉지를 투자했다는 그의 미소는 정을 담았다. 수줍게 반기는 모습에서 나이를 잊었다. 작년 말 명예퇴직으로 사회의 줄을 마감했다. 제2모작인 그의 심상풍경 터전은 이미 우뚝 서있었다. 20년 시간에서 태어난 풍경사진들은 이형근의 ‘감성풍경’ 사진집으로 정리했다.
 
자기로부터의 혁명
 
그의 심상풍경사진(心象風景寫眞, www.leehk.net)은 자신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사진들 하나하나에는 마음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 아무것이나 받아들였다. 저항이라는 스크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히 받아들이는 색체는 풍성한 소리를 품고 있었다. 바람, 새, 계곡, 심지어 새순이 비집고 나오는 소리와 빛까지 스며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이나 편견, 교육, 돈, 모두를 산야에 묻어버린 마음이 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품은 사진에게 마음을 던지게 하였다. 방관자로 익숙했던 내 마음은 금세 술렁거리게 했다. 어느 덧 차분한 진리의 마음이 깃들고 있었다.

감성풍경의 사진집을 펼치면서, ‘이게 진짜다.’ 그의 손은 한 사진을 집었다. ‘공용능선, pantax 645n2 33-55mm 18 1/2 sec cpl’의 풍경, 그야말로 장대한 운무의 바다는 금새 휘돌아서 마음에 들어찼다. ‘2008년 8월 2일 공용능선의 신선암 아침부터 1275m붕을 휘감는 운무가 동해로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반대쪽 대청봉을 보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귀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 밤 동해바다 오징어잡이 배는 틀림없이 만선이리라.’ 평생에 몇 번 담지 못할 장엄한 풍경사진에 마음을 잃었다.

설악산의 신선암에서만 100여 컷을 넘게 찍은 배낭의 소품들은 20년 세월에 손쉽게 쌌다. 눈이 내리면, 낙엽이 떨어지면, 마음이 일면 떠났다. 한 치의 주저 없이 비우기 위해서 떠났다. 그의 비워진 마음에는 가끔 가다 섬뜩한 감성풍경이 몰려왔다. 정말로 몇 년에 한번 맛 본 풍경에 인생의 꿈을 녹였다. “설악산의 신성봉에 해가 넘어가는데 나무숲에 빛이 잠겼다. 빨갛게 익었다. 신성봉의 능선과 에스자 코스 구도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마음을 되찾아가는 사진여행
 
▲사진작가 이형근(www.leehk.net)은 20년째 촬영노트를 쓰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이 해보지 않은 경험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지 못할뿐더러,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런 사진을 한 번도 찍어보지 못한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의 사진학과 교수들조차 방관자로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구경하는 데만 익숙해져 실제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책을 읽고 사진을 보았다. 결코 책을 쓰는 일도, 산 정상에서 카메라를 짊어 매고 100컷 이상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저 구경꾼으로 멍청히 방관하면서 이말 저말만을 즐겼다.

아웃사이더로 만족한 습관으로 진리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이미 우리는 창조하는 힘을 잃어 버렸다. 이런 일관성으로 오로지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서 자신을 잃고 살고 있다. 더욱이 자신을 잊어버리려는 생각에 밀착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마음의 진리를 놓치게 했다. 이미 습관화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이 마음의 진리에서 멀리 떠나버리게 만들었다.

남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잡음만을 듣는 세상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런 잡음을 초월해서 말속에 담긴 마음을 찾아가는 사진여행은 자기로부터의 혁명이었다. 단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정확히 주시하면서 관찰하고, 귀 기울이고, 눈을 떼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순간, 사진에 담았다. ‘있는 그대로를 안다.’의 원점에서 심상풍경은 출발했다. 그 순간, 모든 마음의 진리는 시작했다. 더불어 시간으로서의 해방을 맛볼 수 있었다. 잡음이 송두리째 묻어버린 심상풍경에서 시간으로서의 해방을 살맛나게 맛보았다. sungae.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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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름빛 2010/03/08 [20:57] 수정 | 삭제
  • 바람에 머물지 않는 풍경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수시로 변화하는 풍경을 선보이죠..스산한 바람으로 태어나 산에서 홀로 노래하며 살던 겨울. 이제야 다 보내고... 봄의 노래를 우리에게 선사합니다.봄처녀 제~ 오시네~ 수풀 옷을 입으셨네~ 길고 긴 겨울. 거친 바람의 풍경이 있었기에.. 우린 오늘 또 눈이 시리도록 아릿따운 봄의 노래를 이렇게 들을 수 있었나 봅니다.. 다음엔 봄을 예감 할 수 있는 사진과 글 부탁드리오며....오랜만에 감성에 젖어 글 적었네요..어무나~!! ㅎㅎ세상에라.. 참말로 아름다운 사진과 글이옵니다.^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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