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단 사단장. 전인범 소장을 만났다. 필자와 만나는 개인 약속이 잡혀진 것은 아니었다. (주)한우물 강송식 대표는 경기 고등학교 영어선생으로 재직했었다. 이 당시 전인범 소장은 이 학교의 학생이었다. 전 소장은 강송식 선생한테 영어를 배운 학생이었다. 강 대표는 제자였던 전 소장 부대에 정수기 두 대를 기증, 사제 간의 우의를 다졌다. 필자는 강 대표가 이런 인연으로 27사단을 방문하는 길에 동행하는 행운(?)을 얻었다.
| ▲ 전인범 소장이 옛 스승인 강송식 대표에게 사단의 역사관을 설명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 |
필자가 32년간 군 생활을 한 전인범 소장을 만난 것은 대한민국 국군이 현재 어떻게 변하고 있는,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한민국 군대, 27사단은 분명 크게크게 변하고 있었다.
우선 전 소장의 짧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옆머리는 거의 잘려나갔고, 머리 윗부분만이 조금 남은, 바라보기에 아주 짧은 머리였다. 부대원들의 머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스스로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먼저 엄한 게 제 리더십입니다. 이렇게 될 때 부대원들과 친화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장병과 친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군인은 기개와 군인다운 단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옛 스승을 맞이해 사단 역사관으로 강 대표와 필자를 안내했다. 옛 사단장실이 있는 구(舊) 건물을 역사관으로 꾸몄다고 했다. 27사단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국가를 지키다 전사한 선배 전우들의 투쟁 위업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놨다. 그런가하면 현대군이 쓰고 있는 무기와 장비도 전시돼 있었다. 사단 내에서 장병들이 훈련하는 모습의 사진들도 전시됐다.
역대 사단장들의 사진도 잘 정리돼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사단장뿐만 아니라 주임 원사들의 사진도 모두 부착되어 있었다. 계급 순이 아니었다. 그런가하면 사단이 속해있는 화천의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전 소장은 사단장으로서 27사단 역사관을 만든 장본인이다. 역사-문화관은 사단 장병들뿐만 아니라 면회 오는 가족, 부대를 방문하는 외부인사에게도 공개되고 있었다. 군이 자신의 역사를 챙긴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전 소장이 사단장으로서, 국가가 위임한 권위를 가지고 추진하는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부대 입구에 있는 연병장을 인조 잔디 축구장으로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부대 내의 각종 축구대회가 이 인조잔디장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27사단 사단 사령부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연병장은 이제 상상 속에나 있게 됐다.
부모-친지-애인들이 장병들을 만나러 와서 면회하는 면회실의 분위기도 호텔에 버금갈 정도로 바꿨다. 아주 환한 분위기에서 면회가 이뤄지도록 실내 분위기를 바꿨다.
27사단은 엄하게 훈련을 하는 부대로 유명하다. 신병 훈련소는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강한 훈련으로 국가방위의 예비병력을 키운다. 전 소장은 신병훈련 수료식 때 성적이 좋은 병사들과 부모들을 무개 차에 탑승시키고 퍼레이드도 벌여준다. 이런 장면을 연출하도록 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잘하는 병사들을 칭찬하는 한 방법이다.
운전 면허증이 없는 사병들에게 외부 운전학원과 연계한 운전교육도 시켜 면허증을 갖게 하고 있다. 이 역시 사회에 나갔을 때 유익한 일이다.
전 소장은 부대가 위치한 인근 화천군을 위해 여러 가지 봉사하는 일을 해왔다. 군 단위 시골 주민들에게 오페라를 구경하도록 하는 행사도 만들었다. 수해가 났을 때는 장병들이 나서서 수해복구를 나선다. 민군(民軍)의 하나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일요일이면 화천군 사창리에 있는 군인교회에도 나간다. 갓 전입되어온 이등병과 함께 성경을 읽고, 찬송가도 부른다. 계급 차별이 전혀 없다. 그런 장면은 아주아주 인간적이다.
그러나 전 소장은 역시 군인이었다. 필자가 전 소장과 만날 때 그는 하급 부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침 점호 때 2km 구보는 꼭 시키세요.”라고 말했다. 필자가 집무실에서 전화하는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군에서 건강한 체력을 만들어 우리 사회로 내보는 것도 군의 국가 발전에 대한 한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 시의 대한민국 현직 사단장이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이 어떠해야하는가를 잘 알고 있는 장군이었다. 알려진 대로라면, 그는 대한민국 현직 사단장 가운데 가장 영어를 잘하는 장군 중 한명이다.
| ▲ 수해시 복구 작업에 나선 전인범 사단장(오른쪽). ©브레이크뉴스 | |
그가 이끌고 있는 사단 단위의 군 변화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미래 대한민국 강군의 새로운 모델이었으면 한다. 그의 리더십이 옳다면, 그는 대한민국 현대 군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의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는 장성일 수 있다. 그의 스승 강송식 대표는 중국 도연명의 일화를 인용하면서 “그도 또한 누구의 자식이니…”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스승이, 옛 제자에게 계급의 고하를 떠나, 현직 사단장에게 모든 부하가 “그도 또한 누구의 자식이니…”라는, 도연명의 당부를 결코 잊지 말라는 충고였다. 전 사단장은 "두 아들이 현역 군인"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이 유쾌하게 복무할수 있는 군을 만드는 아버지 장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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