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대는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 당내 대주주들 모두가 빠지면서 경선초입부터 끝까지 일단 흥행 면에선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내 차기잠룡들 모두를 배제한 채 치러다 보니 당권후보들도 ‘스타성’보단 내년 총·대선 공정관리의 ‘관리형’에 치중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견인하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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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으론 떠들썩한 ‘매머드 급’을 지향했으나 내실 면에선 ‘미니멈 급’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이는 3일 실시된 당원-청년선거인단 투표율이 20%대(25.9%, 5만2809명)의 저조함에 그친 게 단적으로 반증한다. 특히 광주 13%, 대전 17% 등 당 지지세 약체지역에선 당원들마저 투표에 무관심했다. 한나라당은 당일 전국적 폭우에 따른 ‘날씨’ 탓을 하나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선거인단확대를 변화·쇄신동력으로 활용하려던 당 지도부 계산이 빗나간 셈이다.
지난 02대선패배 후 위기상황에서 선거인단을 21만 여로 대폭 늘려 당 대표를 뽑은 03년 투표율(56.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오히려 당원선거인단 일부가 통보받지 못해 투표권을 행사 못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법적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전당대회를 치르며 변화모습을 연출하려 했으나 결국 흥행성공을 견인하지 못했다. 또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대 후유증도 우려되는 가운데 새 지도부에게 큰 부담이다. 법원의 ‘위법’판결로 지난 2일 재 소집된 전국위에서 친李계 이군현 의원은 “패배한 후보가 허수선거인단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통보받지 못한 당원이 투표결과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7전국위 변칙 의결을 문제 삼아 당헌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낸 김혜진 중앙위원도 “전대 결과를 보고 계속 소송 진행여부를 결정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불씨는 여전히 상존해 있다.
선거인단증원 및 당원부실관리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경선규칙 편법변경도 오점으로 남았다. 당 쇄신의 시발로 삼았던 선거인단확대 등 새 경선규칙 이행과정에서 갖은 허점이 드러났다. ‘유령 당원’이 수두룩한데다 선거인단주소 역시 엉터리로 나타났다. 8천 여 대의원을 상대로 한 기존 전당대회규칙을 당원 19만4천여 명과 당적 없는 청년선거인단 9443명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당원 부풀리기, 부실한 당 관리 등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선거인단명부에 주소가 잘못됐거나 심지어 사망자까지 들어 있는 등 엉터리 명단이 상당수였다. 이번 전대 선거인단은 지난달 20일 확정된 21만2400명 중 624명이 탈당 의사를 밝혀 전대 대의원 8881명, 공개모집한 청년선거인단 9443명, 당원선거인단 19만여 명 등 모두 21만1776명이었다. 문제는 당협위원회 별로 중앙당에 올려 보낸 선거인단에 ‘유령 당원’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다. 실제 한 여론조사기관이 선거인단명부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40% 이상이 연락 안됐고, 연락 닿은 당원들조차 실제 주소지에 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위가 비상대책위원회의 여론조사 없는 ‘1인1표제’ 경선규칙을 ‘1인2표제, 여론조사 30% 반영’으로 변경한 것에 법원이 효력을 정지시킨 것도 오점으로 남았다. 전대를 이틀 앞둔 지난 2일 전국위를 다시 열어 재의결하는 등 부랴부랴 수습했으나 ‘위임권 행사’를 통한 낡은 정당 문화를 이번에도 그대로 확인시켰다.
또 내부적으론 경선과정 상 불거진 계파 간 이전투구 봉합을 통해 당 화합을 견인해야 한다. 이번 경선을 통해 친李-친朴-소장그룹 등 당내 각 계파후보들 간 정책노선 및 갈등구도가 고스란히 노출된 탓이다. 상위권 주자 간 상호비방전으로 인해 첩첩이 쌓인 앙금도 털어내야 한다. 지난 3일에도 모 후보를 음해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돌면서 당 선관위회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막판까지 진흙탕 공방이 이어졌다.
대표 공백 상황에서 황우여 원내대표가 추진한 대학등록금 완화대책 등 정책관련 당내 통일성 유지역시 새 지도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또 당 노선 및 정책기조에 대한 혼선정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내지도부와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율리더십도 필요한 상황이다. 와중에 당 일각에선 획기적 전환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은 이번 전대경선 과정에서 계파싸움 틀을 못 벗은 구태정치를 재연하면서 ‘쇄신의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4·27참패 후 스스로 ‘통합과 쇄신’을 다짐한 채 새 좌표를 설정하며 잃은 대국민 신뢰회복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무너뜨린 격이다. 쇄신 분수령 길목에서 스스로 향후 좌표제시를 놔버린 셈이 됐다.
특히 경선 시작단계부터 계파대결 시비가 불거진 데다 후보 간 비방 및 의혹제기 등 이전투구가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계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시 당 통합 및 쇄신을 추진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부작용은 당내 문제를 넘어 당·정·청 관계 및 국정운영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