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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만 아니었으면 언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상황이었다. 아마도 그는 순간 지난 06년 당시 ‘북핵 악몽’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당시와 흡사한 ‘데자뷰’에 재차 직면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넘기기엔 상황이 너무 공교롭다.
박 위원장에 5년 전 ‘북핵 사태’는 징크스 차원을 넘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그는 당시 북핵 실험 때 유탄을 맞았다. 그해 6월 대표직을 던진 후 지지율 1위를 견인하다 핵실험 직후 당시 이명박 후보에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 후 흐름을 뒤집지 못한 탓이다.
박 위원장에겐 재차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다. 한데 그가 다시 ‘북한 트라우마’에 직면했다. 난파직전 한나라호 구명정 선장에 안자마자 ‘안보시험대’에 서게 됐다. 나름의 불안국면 속에 위기관리능력을 조기검증 받게 됐다. ‘총선 건너 차기’ 궤도마저 수정해 불가피하게 U-턴하자마자 ‘지뢰밭’과 마주 앉은 형국이다.
한데 현재 김정일 사망정국이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를 흡수하는 상황이다. 디도스 파문 등 여권의 악재가 다소 희석된 반면 위기관리능력 조기검증이란 반반의 득실이 공존하는 와중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는 아직 운신할 공간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성패를 가를 초반 움직임도 완전히 묻혔다.
김정일 사망을 사전인지 못한 정부의 대북정보력부재와 대북관계단절을 부른 대북강경책이 동시쟁점 화되는 것도 그로선 악재다. 현 정부와의 차별화와 정책기조변경, 인적쇄신 및 물갈이 등 박근혜 발(發) 쇄신행보가 대북정책논쟁에 밀릴 수도 있다.
박 위원장 입장에선 현 상황이 ‘살얼음판’이다.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난국을 정면 돌파해도 부족한 판에 ‘북한 악재’가 재차 터져 한껏 조심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가 20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김정일 조문’ 사안을 ‘조의표명-정부조문배제-민간조문허용’으로 절충적 교통정리에 나선 가운데 박 위원장은 신중 속 ‘보수’ 편에 섰다.
그는 비대위원장 취임직후만 해도 ‘김정일 조문-조의’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며 비켜갔으나 20일 비대위 회의에선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으로 국민이 고통 받고 있고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런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는 박 위원장의 지난 06년 ‘북핵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단지 ‘여성’이란 성별문제로 불안한 인상을 준 전례가 있는 탓이다. 그래서 이번 경우 대북문제에서 원칙-단호한 자세를 견지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또 보수층 결집도 의식한 듯하다. 정책일관성 견지 의지도 내포된 듯하다. 그는 미(美)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반대 쪽 우려도 상존한다. 박 위원장은 외교·안보분야에서 강한 보수성을 가졌다. 하지만 복지 분야에서 중도로 기울면서 중도층 호감을 견인했다. 한데 이번 김정일 조문정국에 재차 ‘보수’로 기울면서 중도층 이탈공산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게 돌출된 김정일 사망정국으로 인해 박 위원장이 때 이른 차기안보시험대에 오른 채 조기검증을 받게 됐다. 북한을 방문해 생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바 있는 그가 북한과의 과거악연-차기 사이에서 쉽지 않은 ‘과제’를 안은 가운데 어떤 해법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