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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 스토리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은
산비탈에 자리를 잡은 산동네
서해에서 막힘없이 밀려오는
바닷바람을 마실 수 있었고
천국의 계단인양 위로위로 올라가는
계단 오르기가 즐거웠고
내려올 때는 수월하다는 느낌도 좋았고
높은 언덕이라
여러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숨이 차 허리를 펴며 쉬어가야 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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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에 산다며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운명을 탓하기도 하고
부모덕이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고
다닥다닥 붙은 판자-블로크 집들에
화장실이 없어
공중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며
아랫배를 잡아야 했던 동네 사람들
좁은 골방들에서
재봉틀로 옷가지를 만들어
남대문-동대문 시장에 팔아 살아가는
희망의 재봉틀 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던 골목
산비탈 계단이 많고 많아
그리하면서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에서 후미진 마을로 손꼽히는 동네
반듯한 가게하나
멋드러진 집 한 채 없는 동네
가끔씩 부부싸움을 하는 목소리가
골목으로 흘러나와
삶의 팍팍함을 가슴에 아리게 간직했던 곳
눈이 내릴 때면 앞서거니 뒷서거니
빗자루 들고 나와 제설 작업을 벌여
인정을 섞었던 골목
강남-강북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
아파트가 들어섰어도
여러 골목집들이 그대로 의연하게
옛스러움을 지켜온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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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없지만 동네에 있는 슈퍼엔
이 물건 저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고
주인 가족들은 잠 줄이며
밤늦도록 새벽 일찍이 문을 열어 편리하게 해주는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
골목 안이 떨리고
오토바이 운전자 뒤 자리엔
앞 사람을 껴안고 누군가가 함께하고 짐도 싣고 달리고
딱정벌레처럼
천천히 돌아다니는 03번 버스가
한쪽으로만 빙글빙글 돌아주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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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난한 동네에 사느냐?"라고 하대 받던 곳
정치인들이 표 얻으려고
이 말 저 말로 현혹하고
그 약속을 비켜주지 않았어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양같이 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언덕 오름엔
돌로 단단하게 지은 환일 고등학교
이 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고
돈 없는 이들은
싼 지하방으로 내몰려 살기도 하지만
오히려 조용하고 따뜻해서 좋은 방
높은 꼭대기 집이라서
고급 아파트촌보다 조망권이 좋아
끝발있다는 관공서 건물도 눈 아래 보여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며
관조할 수 있는 곳
호롱불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고
연탄재 뒹굴던 골목에는 가스가 들어오고
연필로 공부하던 방마다 컴퓨터가 들어오고
그 고통과 고난의 시간들을 보내고
긴 역사 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켜온 동네
좋아하다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고
행복을 구가하던 사랑이 깊이 영글던 동네
착한 사람들의 동네
그 역사 속에 정겨운 삶이 담겨있고
첨단시대들 이끌
에너지가 샘솟고 있음을 느낄 때가 왔나니
옛날부터 알아주지 않는 곳이나
첨단시대 이제부터 대우받게 되거라
서울시 중구 만리동 배수지가
멋진 공원으로 바뀌고
넓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있게 됐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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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늘 가득 차 있는 곳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가아가려고 꿈틀 꿈틀거리는 곳
맑은 달을 볼 수 있는
조각달도 오래 머물러 주는
공기하나 만큼은
서울에서 최고로 맑은 곳
허벌나게 밝은 햇볕이 늘 함께 하는 곳
미래의 밀라노
샌프란시스코 구불구불 꽃길을 능가하는
문화의 보고
한 계단 한 계단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향하는 아현동이여
가난했기에 복이 있나니, 그래서 널 사랑한다!
미래 서울의 문화적 자존심이 되거라
인간냄새 물씬 나는 인정을 깃발로 오래오래 펄럭이거라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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