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이 취임 6개월 목전에서 거센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중산층볼모의 ‘세금폭탄’이란 역풍을 맞은 탓이다. 박 대통령 대선공약인 복지재원확충 등을 위한 이번 개정안이 가뜩이나 경제난에 허덕이는 민심을 자극한 것이다.
세금논란은 야권의 촛불시위에도 기름을 부운 사뭇 공교로운 형국이다. 이번 사안의 처리향배는 오는 25일 취임 6개월을 맞는 박 대통령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심각성을 대변하듯 12일 당·정·청 모두 부랴부랴 수습에 들어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석상에서 원점재검토를 지시했고, 동시에 당정 역시 수정안 논의를 위한 긴급협의에 들어가 결과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서민·중산층 지갑을 얇게 하는 건 원점재검토해 달라”며 “국회-상임위에서 논의될 수 있고, 당정 간 협의도 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후 심상찮게 돌아가는 반발여론을 의식한 차원으로 보인다. 중산층 세금폭탄이란 여론과 함께 “증세는 없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위반이란 비판여론이 확산일로로 치닫자 뒤늦게 역풍차단에 나선 형국이다.
동시에 이날 당정 역시 긴급회동을 갖고 중산층 세 부담수정안 관련 긴급논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세법개정안=사실상 증세’란 점에 공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불러 중산층에 대한 세금부담 완화방안 등 논의를 위한 긴급당정협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중산층근로소득공제를 높이는 동시에 세액공제율 역시 상향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재부는 당정협의 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현 부총리 주재 확대간부회의를 갖고 세부수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어째든 여권이 민생 살리기란 의도와 달리 거센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수습에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대기업·고소득자 세 강화 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정지지율하락 및 10월 재·보선 악영향 등 우려 역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국정원 댓글 및 대선개입논란 등으로 촉발된 촛불정국에도 영향을 미쳐 여권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 형국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미 12일부터 세제개편 반대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세금논란이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야권엔 반전호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최근 국정원 댓글조사 국정조사를 고리로 장외투쟁에 돌입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열기로 회군을 고민해 온 탓이다.
그간 국정원 댓글논란 등 난마정국에 제3자 스탠스를 취해 온 청와대는 아직 반응을 아낀 채 여론흐름 등을 주시 중이나 박 대통령 고민이 깊어진 건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 최대 화두로 ‘민생-경제 살리기’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비서진 개편 등 신발 끈을 바짝 조인 채 나서려던 찰나 바로 발목이 잡힌 양태다.
취임 초반 인사파동과 정부조직법 지연, 윤창중 전 청와대대변인 성추문 의혹 등 악재들을 겨우 극복 후 하반기 국정운영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형국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록 공개파문과 국정원 댓글의혹 및 관련국조 등으로 야권의 파상공세는 계속돼왔으나 민생 이슈가 아닌 정치공방에 가까워 청와대는 그간 한발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세금논란의 성격은 민생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국민 특히 중산층 삶과 직결된 문제여서 안이하게 대처했다간 자칫 수습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비록 수정안 논의에 들어갔으나 향후 재논의 과정에서 자칫 현 정부의 불신으로까지 비화될 공산마저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풀어야 할 안팎의 정국난제들이 산재한데 국민 특히 중산층에 너무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 양태다. 세계적으로도 집권여당이 세금인상 후 지지를 받은 경우는 전무하다. 때문에 당장 앞둔 10월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이번 선거는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이 신속한 조기진화에 나선 가운데 정부여당 역시 보조 맞추기에 돌입했다. 당정은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 법인세 과세확대와 고소득자 및 금융자산가들에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향후 나올 정부의 수정개편안 내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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