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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青岛)의 가을 하늘이 청명하구나!

흑룡강성 상지(尙志)시 출신, 칭다오 재중동포모임 견문기

정라곤 시인 | 기사입력 2013/10/24 [14:54]
아름다운 해양 도시 칭다오(青岛)를 ‘중국 속의 유럽’이라 칭한다. 또한 ‘중국 속의 한국’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칭다오는 그 면적이 서울의 18배에 달하고, 인구 872만명의 거대 도시다. 이곳에는 재중동포 70여만명이 모여 살고 한국인들도 6만여명이 살고 있으니 그렇게 부를만하다. 도시 곳곳에 한글로 된 간판이 많아 한국 사람들이 장사를 하는가 여겼지만 한국인이나 재중동포를 겨냥하여 한글을 사용하여 달아놓은 간판이다.
 
지난 10월 중순경에 집사람이 그간 배운 중국어 실력을 현지에서 실습해보겠다며 칭다오에 9일간 자유여행 갔다가 뜻밖의 재중동포들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다름 아닌 필자가 투숙한 민박집 주인의 고향인 흑룡강성 상지(尙志)시 출신 사람 가운데 칭다오시 청양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임에서 가까운 자오저우시 산둥 샤오하이(少海)공원에 야유회를 가는데 민박집 박 사장님의 소개로 우리 부부가 특별초청을 받아 따라 나선 것이다.
 
칭다오에 자유여행 와서 여러 날이 되어 시내 명소 등 둘러볼 곳을 거의 보고난 뒤 귀국을 앞두고 있던 참이라 중국동포사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닥쳤으니 호감이 갔다. 상지시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 다녀오고 난 뒤에 자료를 찾아보니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을 하기 위해 경상도 사람들이 흑룡강성으로 많이 건너간 지역이었고, 상지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지이기도 했다.
 
또한 상지시는 중국인들이 떠받드는 항일 민족영웅인 조상지(趙尙志) 선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도시명칭마저 변경된 인구 60만명의 도시다. 특이한 점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야부리 스키장을 가지고 있는 등 중국 최대 규모의 현대적 시설을 갖춘 대형 스키 리조트시설이 많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칭다오시 청양구에 거주하는 상지시 출신 야유회 기념 단체 사진
 ©브레이크뉴스
아침 8시 30분경 약속 장소로 가면서 박 사장은 상지 고향모임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는데 올해에만 정월 대보름 윷놀이와 음력 3월 8일 행사를 했고, 봄에는 벚꽃놀이를 다녀왔으며, 여름에는 계곡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가고 10월 21일경에는 1주일 계획으로 계림에 기차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유년기와 청·장년시기에 살던 곳을 떠나와 객지에 살면서 고향사람들끼리 정을 붙이고 재미있게 살아가는구나 생각하면서 중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마찬가지라 생각해보았다.
 
차를 타고서 10분쯤 달려 약속장소에 가니 이미 그곳에는 상지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우리 부부는 차에 탑승하여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민박집 박 사장이 김두열 회장에게 미리 이야기해둔지라 김 회장이 우리를 회원들에게 소개시켰다. 회장님이 필자에게 인사를 해라기에 “칭다오에 와서 많은 볼거리가 있어서 좋았는데, 오늘 상지시 출신 사람들 모임에 동행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기회가 되면 향우회 이야기를 글로 써서 홍보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어서 회장의 행사 장소와 일정에 대한 안내 멘트가 끝나자마자 버스내에서 곧장 행사가 시작했다. 한국의 어느 모임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래 부르기다.
 
회장의 리더로 회원들이 차안에서 손뼉을 치며 합창한다. “동산에 붉게 피는 진달래꽃은 영웅의 아름다운 희망이련만 장백도 흑안령도 여기서 멈추라. 여기는 자랑스런 항일의 성지. 아, 이곳은 내 고향 상지”란 노래를 열창한다. 아마도 고향 상지노래인 것 같다. 옆 사람이 친절하게도 항일운동가인 조상지 선생을 설명해준다. 모두가 자긍심을 높게 가지고 있는 애향의 노래였다.
 
노래가 이어지면서 회원들은 우리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나이가 들 때까지 부르고 있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들으니 한국말을 사용하는 재중동포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 노래가 끝나자마자 노래 부른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정하면서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데 전부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유행가이다. 정말 오래전에 불렀던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로 시작되는 “유정천리 무정천리” 노래도 나오고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이어 70세라는 여성 부회장이 “내 나이가 어때서” 한국 신곡을 뽑아 부르는데 모두들 좋아 박수치면서 흥겨워하는 모습이다.
 
차안에서 노래로 흥이 나려는 순간 목적지 가까이 접어들었다. 회장은 교주지역이 신흥발전지역으로 국제공항이 건설 중에 있어 몇 년 후에는 칭다오의 신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알려주었다. 옆에 있는 분도 작년에 오고 오늘 교주에 다시 와보는데 그 사이에 발전이 많이 되었다며 하루가 다르다고 하면서, 벌써 교주인구가 80만명이 넘었다 한다. 
 
▲칭다오 자오저우시 산둥쇼하이공원 풍경
    ©브레이크뉴스

 10시경 교주에 있는 산둥 샤오하이 국가습지공원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공원 일대 6km거리를 한 바퀴 도는 소형차 3대로 갈아타고서 구경에 나섰다.
 
공원 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호수 풍경과 주변의 시설들을 살펴보았는데 꽤 넓은 지역이다.

소형차가 이곳에 자리 잡은 불교 명승지인 자운사 사찰 입구에 멈추어 일행들이 내려 사찰 구경을 하고서는 되돌아 나와 입구에서 야유회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 샤오하이공원에 자리잡은 자운사 입구에서 상지시 출신 회원들 기념사진 
   ©브레이크뉴스
 
점심시간이 되어 마땅한 자리를 찾다가 공원내 조용한 곳에 자리를 깔고서 식사를 했다. 회원 각자가 점심을 준비해왔는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맛있는 반찬들을 많이도 준비해왔다. 간두부말림, 취나물, 쑥갓, 고추볶음 등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반찬이었다. 각자의 정성이 담겨진 반찬들이 푸짐한데 어떤 분은 산꿩 요리를 직접해왔다면서 먹어보라고 권한다. 여기저기서 인정이 가득 담긴 대화가 넘쳐난다. 60대의 여인이 곁에 있는 선배에게 “언니 죽순 먹어봐. 내가 따 왔어”하고 입어 넣어주기도 한다. 강 선생이 직접 만들어 왔다는 강선생 잡채도 인기를 끌었다. 
 
각자가 가져온 것 중에는 더덕술, 복분자술들도 있어서 여럿이서 나누어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속에서 함께 있으니 마치 나의 고향사람 같이 마음이 편하다. 모두가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고향이야기나 최근에 있었던 사연들을 주고받으며 상지사람들이 타향에서 회포를 풀고 있다.
 
아버지 고향이 경남 하동이라고 소개하는 60대 중반의 여인이 청동에는 작년에 왔다고 하는데, 자신도 한국에서 7년간 있었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자신도 글을 쓰고 있는데 지난번 한국에서 작가들이 중국에 왔고, 내년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갈 차례라고 하며 부부가 함께 필자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각 자 알뜰히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 
    ©브레이크뉴스
 
여기에 온 분들 대다수는 상지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칭다오로 이사왔다고 한다. 그리고 한중 수교가 된 이후에 한국에 취업하여 몇 년씩은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식사 도중에 즐겁게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은 그 당시 한국에 가니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업신여기고 깔 보더라며 좋지 않는 감정을 쏟아내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그런 사람도 있지만 중국과 재중동포들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좋은 시간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르신들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여기저기서 “경주, 포항, 영일, 안동, 경남 하동, 전라도 나주”라고 답변하는데 흑룡강성의 특징답게 경상도가 뿌리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이 참 많다”고 했더니 ‘파평 윤씨’라 자신을 소개하는 분은 “경상도 사람들은 전을 좋아 한다”는 내용까지 일러주었다. 이 모임이 상지시 조선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교분을 쌓다가 차차 넓어져 지금은 칭다오 청양구에 사는 상지 사람이면 회원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필자의 마음에 또렷이 새겨진다 “고향 모임은 과거 직업이 어떻던, 직위가 높던지 낮던지 간에, 또는 돈이 많고 적음은 별 문제가 안 된다. 타향에 사는 고향 선·후배들이 만났으니까 허심탄회해야 된다. 고향사람 모임은 인생 늘그막에도 축복이다. 흑룡강성 상지와의 인연에 만족한다”는 말이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회원들이 상지에 거주할 당시 비슷한 시기에 동문수학을 했거나 선후배, 혹은 교사와 제자 사이였는데 지금은 함께 늙어간다고 하면서 흉허물 없음을 자랑하면서 이 모임에 교사 출신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행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놀던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하고서는 공원 주변의 호수나 경치를 둘러본다. 고향이 경남 하동이라는 정 선생님이 내게로 와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즉흥시를 부탁할 거라며 회장에게 이미 통지했다고 한다. 청명한 가을에 중국에 와서 그 사람들의 순수한 인정을 느끼며 좋은 구경을 한터라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선 오후 2시반경에 호수공원을 출발하여 청양구로 돌아왔는데 노래방으로 직행했다. 
 
그들은 모두가 윗대 어른들의 고향이 한국이지, 모두가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임에도 현재의 한국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한국 유행가를 정말 잘 불렀다. 필자도 서울에서 고향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상지 사람들은 한국의 유행가 등을 최신곡까지 잘도 불렀다. 정감이 있는 노래를 감정을 넣어 다소곳이 노래를 부르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인 상지의 인연으로써 한국의 어느 고향모임 놀이보다 끈끈한 정으로 모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멋진 가락을 뽑는 정 선생 부부 
 
노래방에서 정한 시간을 다 보낸 뒤에 저녁식사를 위하여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거의가 부부이건만 남자는 남자대로 앉고, 여자들은 여자끼리 앉았다. 그리고선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노래를 부른다. 남자팀이 부르고 나면 여자팀들이 부르고 몇 차례 부르고 회장이 마지막 마무리 말을 했다. 이어 정 선생이 일어나서 자신이 먼저 시 한수를 읊고서 나를 소개시킨다. 필자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재중동포모임에 초청받아 느낀 점을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상지 사랑을 축하해주는 의미에서 『고향, 상지모임이 즐겁다』는 시를 낭송했다.
 
“아름다운 칭다오(靑島)에서

흑룡강성, 항일의 성지, 상지(尙志) 출신
고향사람들이 오늘 교주에 놀러갔다.
“반갑다” 인사 나누며 즐겁게 지내는 사이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
형님, 아우님!
언니, 동생!
선배님, 후배님! 다정하게 부르며
어릴 적 상지 땅에서 놀던
옛 시절 그리며 이야기꽃 피우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오육십, 혹은 칠십이 되어
옛날을 떠올리며
그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만큼은
아직도 청춘인 것을,
날씨마저 청명한 가을
오늘 하루, 볕 좋은 날에
흑룡강성 상시의 인연들이 모여
그 시절, 추억담을 떠올리는 이 자리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흥겹구나.”(전문)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조상지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언제나 애국심이 정열의 불꽃처럼 활활 불타올라 자긍심 높은 그 마음 위에, 눈을 감으면 백설의 설원이 끝없이 떠오르는 고향땅, 상지를 떠나와서 한시도 그곳을 잊은 적이 없다는 순수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조상님의 고향인 한국의 발전이 자신들에게 힘이 된다는 재중동포들의 삶에 녹아 있는 흔적들을 느껴보았다.
 
이미 오육십 혹은 칠십이 되어 고향을 떠나와서도 옛정으로 오순도순 인정 붙이며 살아가고 있는 칭다오 청양구의 상지분들의 모습을 다만 하루의 여정으로 지켜보았고, 일정대로라면 그들이 여행지인 계림에서 고향의 정을 듬뿍 느끼며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또 한국의 최신 가요들을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 햇살이 곱고 청명한 어느 날, 우연찮게 칭다오에서 동행했던 재중동포와의 소중한 시간들이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소롯이 피어난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 천지일보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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