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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갈라놓을수 없는 것이 부부의 인연

정은 두고 몸만 가네

김덕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2/25 [08:05]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도대체 부부란 무엇일까요? 남남으로 만나 둘이 하나 되어 살아오기 수 십 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사이가 부부인 것 같습니다. 살아 오면서 어쩌면 얼굴도 닮아가고, 식성도 성격도 그렇게 닮아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나이 들어가면 잠시도 옆에 없으면 살 수가 없을 지경이 되지요.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라면 그것은 은혜(恩惠)의 관계 아닌가요? 

전북 익산에 원불교의 왕궁공원묘원이 있습니다. [원불교 도운회(道運會)] ‘원콜’ 기사 한 분이 전해 준 얘기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밤이었죠.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택시를 세우더니 울면서 말합니다. “왕궁공원묘원으로 가 주세요!” 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말했죠. “아니 이 어두운 밤에 비까지 내리는데 어찌하여 그곳에 가십니까?”

여인이 울면서 말합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 며칠 전 돌아가셔서 왕궁공원묘지에 모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내리니 온 몸이 젖어 얼마나 춥겠어요! 그러니 저라도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드려야지요!” 이 말을 들은 택시기사는 죽은 남편을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을 위해 무서움도 잊은 채 차를 몰았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은 이런 것입니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부 아닌가요?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암 병동의 한 간호사가 야간 근무할 때였습니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습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죠.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습니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습니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합니다.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습니다. 그러자 예쁘게 잘라 달라네요. 할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 못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습니다.

간호사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 환자를 뒤로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습니다. 며칠 뒤, 그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간호사를 찾아왔습니다. “사실 그날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 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시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정말 고마웠어요.”

간호사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나는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서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간호사는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부인이 눈물 흘리는 간호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며 말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어요! 남편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거든요.”

어떻습니까?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신 ‘해당화’님이 보내오신 글이었습니다. 이 가슴 아픈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우리의 매 마른 가슴을 적셔주지 않는가요? 부부의 사랑은 이런 것입니다. 이렇게 절절한 사랑을 쌓아가려면 우리는 평소에 부부간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덕복(德福)이지요. 그 부부가 지켜야할 도리를 한 번 알아봅니다.

<부부의 도>

첫째, 화합(和合)입니다.
부부가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 특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善)은 서로 권장(勸獎)하고 허물은 서로 용서합니다, 또한 사업은 서로 도와서 끝까지 알뜰한 벗이 되고 동지가 되는 것이지요.

둘째, 신의(信義)입니다.
부부가 서로 그 정조(貞操)를 존중히 하고 방탕 하는 등의 폐단(弊端)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드러난 대악(大惡)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過失)이라도 관용(寬容)하고 끝까지 고락(苦樂)을 함께 하는 것이지요.

셋째, 근실(勤實)입니다.
부부가 서로 자립(自立)하는 정신 아래 부지런 하고 실(實)답 게 생활하여 넉넉한 가정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륜(人倫)에 관한 모든 의무를 평등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지요.

넷째, 공익(公益)입니다.
부부가 합심하여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 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화(敎化) 교육(敎育) 자선(慈善) 세 가지 사업 등에 힘 미치는 대로 협력하여 공덕(功德)을 쌓는 것이지요. 

이 네 가지 부부의 도가 쉬운 것 같으나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의 도를 실천하지 않으면 그 가정은 깨어지고 부부간의 정은 파탄이 나는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불행한 가정은 이 부부의 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어 갈 때에 서로에게 미안하고 애틋한 사랑이었음을 확인하며 마음 편히 떠나려면 이 부부의 도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지요? 한날한시에 함께 떠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정(情)은 두고 몸만 갑니다. 그래도 이 가슴 시린 사랑 남기고 가야지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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