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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과 웃음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얼굴만 고치지 말고 마음을 고쳐야 품격을 얻는다!

이래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3/13 [09:40]
◆연화(蓮花!)

연은 온갖 더러운 하숫물과 진흙탕으로 범벅인 곳에 발을 깊이 뿌리내리고 얼굴은 넉넉한 인상으로 하늘을 향해 웃는다. 아무리 더러운 물결이 덤벼들어도 가볍게 몸을 바람에 털어 청정히 생을 산다. 사바세계의 더러움을 구도의 일념으로 치열하게 수행하는 선승들도 연잎의 화이부동 무구심(和而不同 無垢心)을 얻지 못하고 열반한다. 성철 스님 같은 분도 완전하지 못한 생을 뒤집어 부족을 느끼고 다음과 같이 열반송을 남겼다.
 
“生平欺狂男女群 (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 (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 (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 (일륜토홍괘벽산)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둥근 수레바퀴, 생로병사 흥망성쇠 사바세계에서 불필(不必)스님이란 따님을 남겼고, 이승을 떠나려 서산에 높이 올라 마지막에 내려다보니 역사와 세상에 바르게 처신 못한 삶이 덧없고, 산 아래의 사부대중에게 미안함과 공양으로 명을 이은 처지에 빚이 천만 냥이라 미안하고 죄스럽다. 즉, 서방정토에 가서도 더욱 치열하게 수행하고 사바세계의 평강을 부처님께 빌 테니 내 무거운 발길을 놓아 달라.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나는 이렇게 스님의 열반송을 가슴에 새겨놓고 산다.
 
스님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한 말씀은 능엄경에 나오는 경구였다. 자연과 백성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평이한 죽비소리였다.
 
 “산산수수 각완연 (山山水水 各完然 - 능엄경)”이라고 하여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각자 완연하니 그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래권 작가     ©김상문 기자
앉은뱅이는 장님의 발을 얻고, 장님은 앉은뱅이의 눈을 얻는 것이 소통이요 화합이요 시너지 일 것이다. 호박은 백성의 생명을 잇게 하는 귀중한 아름다움이요, 담벼락 너머로 지는 넝쿨장미는 청소부의 고단한 빗질을 강요하는 죄업이 될 수도 있다. 향기가 없다고 해서 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산의 독버섯은 다 아름답다.

요즘이야 압구정동에 가면 수백 개의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라서, 웬만하면 양귀비 서시 마릴린 먼로로 변신하는데 약 이천만원이면 호박이 장미로 변신할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의 몸뚱이야 정신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데, 여성은 과시욕 남성은 쾌락쟁취로 수많은 돈을 들여서 얼굴의 뼈를 잘라내는 과감히 감행한다. 있는 집에서야 방학 중 또는 휴학 중 대학 3학년 정도 개강 시즌이면  채 부기 빠지지 않는 푸르댕댕한 얼굴로 변신해서 남학생들의 눈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백여만 원이 드는 쌍꺼풀 수술을 과반의 여학생들이 해서 깜박이는 눈짓이나 바라보는 눈이나 정적 속에 서로 미소를 터트린다. 밀로의 비너스로 재탄생한 교실분위기는 서먹한 아름다움의 장미꽃밭으로 변한다. 남학생들은 안다. 같은 학번 같은 반의 여학생을 찜해둔 남학생의 속은 타들어가고, 이미 자신의 마음을 떠난 비정한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인공의 꽃시장으로 날아가 버릴 연인의 배신에 깡소주로 달래다 이를 앙당물고 도서관 붙박이 범생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꽃 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 사랑의 꽃이로구나~”, 신파조 사랑가도 이젠 CM송이 되어 결혼이나 취직시장에 나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될 물적 투자 육체적 고통을 감내한 여학생의 투혼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할 터이다.
 
◆여자는 성형하지만, 남자는 가발쓰고 보톡스로 인상 잡는다.
 
돈이다! 돈이면 10년 유학 지지리 성적이 오르지 않는 유학생활도 젊은 날의 고난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영연방 국가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거 학업을 중도하차하고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학비가 유럽에 비해 아주 비싸다. IMF이후로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는 중산층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만년부장은 가발 쓰고, 술상무로 전락한 50대 중반의 고급 임원들은 보톡스를 맞아가며, 후배들에게 밀리는 외국어와 각종 자격증의 도전에 헛기침과 보고서 재작성하라는 호통으로 늦가을 까치밥처럼 살아가는 실정이다.
 
실력과 소신이 있으면 전두환 대통령처럼 보수의 한복판의 지원을 받아 빛나리로 대권잡고 지금껏 떵떵거리고 살아간다. 오산에 투기해놓은 땅은 이순자 여사께서 연희동에서 미장원을 하며 고생 끝에 겨우 장만한 알토란같은 내 땅이라고 검찰과 언론에 항변했다. 그래도 이순자 영부인께선 주걱턱을 깍지 않고서도 영부인이 되어 무인정권 노태우 세습까지 10여년의 영화를 누렸다. 이점은 현재 성형열풍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처자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호박은 서민을 먹여 살리지만 지는 장미는 퇴비로 쓰지도 못하고 쓰레기로 처리된다. 동양인이 서양인 보다 더 우수한 피부를 가졌다. 서양인들은 어릴 적엔 주근깨투성이로 영양제를 먹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정복자들의 후예답게 많은 활동과 여행으로 여가를 즐기며 젊은 날엔 화려한 장미처럼 살다가, 늙으면 눈가와 목덜미에 반얀트리 같은 주름살을 늘어뜨린 흉한 모습으로 여생을 고독하게 보낸다. 주일대사 케네디 따님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나이에 비해서 눈가의 잔주름과 목덜미의 늘어진 주름이 동양인 팔구십 모습이다.
 
◆이조 초기 개국공신과 훈구대신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정변으로, 목숨이나 부지하자고 강원도 영월에 자진 낙향한 대감이 있었다. 말이 낙향이지 가문의 멸족을 피하여 자진 피신한 훈구파였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화전민이 득실거리는 영월 땅에 뇌물축재에 사리가 밟은 부인 덕에 문전옥답을 사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지었다. 권력을 버리고 생촌 선비들을 가르치며 사는 일상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야말로 가문 좋고 관운 좋은 대감이 충청도 양반 고향을 버리고 생면부지인 영월 땅에 정착한 것은 사화 중에 생존을 위한 고육책이기도 했지만, 정작 대감이 결정적으로 영월 땅을 고집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삼녀를 내리 얻고서 겨우 외동아들을 두었는데, 딸들은 다 출가시키고 아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홍역으로 얼굴이 곰보가 됐고 소아마비를 피하지 못해 걸음걸이가 마치 바닷가의 드세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올랐다 내려갔다 하니 동행 외출에 행인들이 웃음을 겨우 참으며 길옆으로 비켜났다. 대감 나이 환갑을 지나 흰 수염으로 변하고 사지육신이 쑤시기 시작했다. 대감은 할 수 없이 지역유지들을 불러 딸을 달라고 졸라댔지만, 추상같은 대감일지라도 여식을 가진 토호들은 혼기가 이르다느니 혹은 정혼자가 있다느니 하며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대감의 청을 피해갔다.
 
한해 두해 덧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대감 또한 저승길을 대문 앞에 이른 시점에서야 수평적 신분결혼, 즉 윈윈하는 결혼이 불가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조상을 탓하자니 불효요 하늘을 탓하자니 허공에 주먹질이라 몸져누웠다. 사실 아들의 혼사가 불가하면 재산만 남고 종들이 설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판단하여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늦은 야밤에 대감은 집사 겸 행랑아범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예예 대감마님 부르셨사옵니까?”

한양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온 행랑아범은 생원을 패스한 9급 공무원 실력에, 연륜이 더해져 6급의 노련한 집사장이 돼 있었고, 집안내력과 경조사 게다가 재정 상태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 수하였다. 대감은 자신이 죽으면 이놈이 재산을 축내고 빼돌릴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가지고 있었고, 늙어가는 아내와 소아마비 곰보 아들이 휘둘려 살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었다. 가문에 후사가 없으면 양자를 들이는 것이 상례인데, 한양에서 피신해 목숨 부지하는 은거대감으로서는 소문이 두렵기도 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던 중 대감이 심사숙고 끝에 노련한 집사장을 불렀던 것이다.
 
대감은 허릴 굽히고 무릎을 꿇고 있는 집사장에게 두 개의 돈 꾸러미를 던졌다.

“옜다! 적은 것은 네 것이다. 그간 못난 나를 따라 이런 촌구석에서 마빡에 서릿발이 내리기 까지 노고가 많았다. 이번 내 부탁을 들어주면 나머지 큰 꾸러미 돈도 네 것이다. 그 돈이면 어디 가서 문전옥답 사고 신분세탁이 가능 할 것이다. 또한 너의 똘똘한 아들 공부를 시켜 出仕시키는데 종자돈으로 삼아라.”

대감은 집사장의 음흉한 전략을 알고 있었고, 치밀하게 계산하여 용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장리빚 이자와 곡물 소출보고에서 15% 정도가 빠진 것이다. 집사장 놈이 삥땅을 친 것을 속으로 알고서도 내칠 수가 없었다. 당장에 집안 인적 물적 관리시스템이 한방에 붕괴될 수도 잇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옛 말에 검은 머리 짐승은 오래 두지 말라고 했던가?

“너를 오늘 밤 긴히 불러낸 것은 내 아들 때문이니라. 이 길로 산을 열 개 넘어 백리를 벗어나 내 아들 며느리를 구해오니라. 노비만 아니면 되고, 엉덩이가 큼직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온순한 성품의 처자여야 하느니라.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야 하느니라. 너 내가 한양에서 훈구대신으로 따르던 사병들 대장을 알고 있지? 내가 서찰을 보내면 득달같이 달려와 네 삼족을 멸할 것이야! 말귀 알아듣겠느냐? 기한은 보름 안에 돌아와야 하느니라.”

순간 집사장은 사지가 파르르 떨렸다. 이런 노랭이 여우같은 대감을 봤나? 토사구팽이라 이거지. 그리고 이 돈으로 내 인생 내 청춘 충복심을 잘라내려고……. 집사장은 돈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대감 아들 성혼시키고 몇 푼 더 뜯어내리라 마음먹고 마당쇠와 같이 행장을 꾸려 대문을 나섰다.
 
집사장과 마당쇠는 주막집을 전전하며 앞으로앞으로 나아갔다. 열흘이 돼갈 무렵 수다스런 주모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던 차에 드디어 규숫감을 찾았다. 문제가 있었다. 사돈의 기본 스펙이 생원이라고 했는데, 화전을 일구면서 천자문도 겨우 떼지 못한 무지렁이 하류 농사꾼 겸 만학도의 여식이었다. 대감이 명한 날은 다가오고 집사장은 초조했다. 집사장은 시장에 가서 마당쇠에게 돈을 떼어주며, 대감이 했던 대로 비밀을 요구하며 잡들령 했다. 마당쇠는 식솔들의 옷을 해줄 요량으로 옷감과 참빗 등을 사서 행랑에 쑤셔 넣고 잔돈푼은 허리춤에 찼다.

시오리를 걸어 산골짜기 화전민의 집을 찾아갔다. 말이 집이지 쓰러져가는 싸릿대 울타리며 거적데기로 겨우 한기를 막은 문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산적 두목 같은 아비가 갓을 쓴 두 불청객에게 허리를 굽히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예예, 장리빚은 수확이 끝나야 되겠는뎁쇼. 어차피 사채, 러시앤 캐시인데, 본전상환은 어렵고 이자는 이달치만 내면 되는 거쥬?”

“그 게 아니다! 내가 오늘 네 식구들을 다 살리고 집과 전답을 마련해 줄 터이니 내말에 명심해야 하느니라.”

화전민은 어리둥절하고 황송한 모양새로 일행을 방으로 안내했다. 멍석 위 초라한 밥상이 차려져 있고, 조금 있으니 낡은 강목으로 겨우 젖가슴을 가린 옷차림새의 딸이 풀죽을 끓여 동생들에게 더 퍼주었다. 집사장은 대감이 명한대로 엉덩이가 펑퍼짐한지 이목구비가 뚜렷한지 구석구석 전후좌우 비스듬히 양옆구리까지 스캔했다. 딱이네…….

“내 듣자하니 자네가 주경야독으로 산골에 처박혀 있다는데, 천자문도 공부하고 있다면서?”
“아니, 아직 떼지 못했구만요. 紅東白西 魚東肉西, 조상님 상차리는데 필요한 글 하구 엽전 이자 정도 계산하는 수준인뎁쇼.”

“그으래, 그럼 그 정도면 이 산골에 비추어 생원이나 다름없지. 내 자네를 생원으로 불러도 되겠는가? 본이......?”

“경주김씨는 틀림없는데, 조실부모하여 몇 대조 손인가는 모르겠구요. 그까짓 것이 밥을 멕여주는 것도 아니고 해서........”

“허어, 이사람. 경주김씨 양반이구만. 그리고 멍첨지도 있는데 개참봉도 없겠는가? 오늘부터 자네는 김생원일세. 그리고 저기 저 처자는 볼수록 새코롬한 미인일세 그려. 거두절미하구, 나는 영월에서 온 대감집 집사인데, 자네 여식의 품행을 바람으로 듣고 열흘을 걸어 청혼사절로 온 사람일세. 어떤가? 나리 따라 자네 여식과 함께 길을 떠나세?”

집사장은 김생원의 멍석에 돈 꾸러미를 던져놓고 마당으로 나왔다. 달이 밝았다. 이웃집 개도 짖어댔다. 거적데기 안방에서는 긴급 가족회의가 벌어졌다. 동생들은 울었고, 아내는 말렸으며, 김생원은 호통 치기를 두어 시간을 하더니 가족회의가 끝났다.

“가죠! 어서 따라오너라. 애비 걱정 말고 시어른과 서방에게 너 강원도의 삼종지도로 살아야 하느니라.”
 
길을 가다가, 주막집에 이르러 김생원과 딸은 집사장이 던져주는 돈으로 옷을 사서 갈아입었다. 주모가 빗질를 해주고 머리를 닿아주니 양귀비가 따로 없었다. 걷고 산을 넘을 때마다 김생원과 딸의 용모는 압구정동파 선비와 양가집 규수로 바뀌어갔다. 집사장은 김생원의 딸을 보고 가끔씩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다. 이윽고 보름간의 대감집 며느리 채홍사 역할을 끝냈는데, 아직 한낮이라서 뒷동산에 몸을 숨겼다가 밤중에 대감집 대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가솔들이 나오는 것을 대감이 호통으로 물리치며 버선발로 일행을 안방으로 안내했다. 대감은 헥헥거리는 사이 부인이 큰 술상을 방으로 내왔다.

“허벌라게 욕봤다. 그래 어디서 이런 사돈과 며느리를 구해왔는고?”

집사장은 저간의 사정을 대감께 보고했다. 대감은 웃음을 그치지 못하고 흐뭇하게 며느릿감을 스캔했다. 막말로 한양에서 태어나 교육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후궁이나 사대부집에 연을 대도 흡족할 만한 비주얼이었다.

“그래, 처자의 결심은 어떠한가?”

“땡잡은 것은 아니고요. 우리 엄니 아부지 그리고 철없는 동생들의 앞길을 위해 왔구먼요. 설마 새우잡이 배처럼 개 부리듯 때리고 무시하진 않는 거죠? 아 임 올 레디입니다요. 노 프라블럼이라구요.

”김생원, 아니 사돈! 예식 없이 야밤에 신방을 꾸리는 나를 너무 땡감이라고 부르진 않겠지요? 내 정치판을 떠난 몸이지만, 사둔은 이 돈으로 공부하여 내년에 생원 진사 시험에 응시하구려. 내 후학이 사돈 동네 현감으로 온다고 하니 내 잘 말해둠세. 내 중앙정부에서 일급으로 낙향했지만 그깟 9급 7급은 면접이 장땡 우선이지요. 명년에 꼭 응시하시구려. 내 뻐꾸기 날려 사돈을 출사시켜드리리다. 사람은 모름지기 줄을 잘서야 살아남는 것이지요. 괜히 5급 패스했다고 꼬장부리고 선배한테 대들면 지방으로 날려버리는 게 우리 정계의 관례지요. “

대감은 허연 수연을 아래로 쓰다듬으며 거들먹거렸다.

“아니옵니다. 그리고 생원이라니요, 말씀 낮춰서 김 군이라고 불러도 괜찮구먼요.”

농담반 진담반 취기가 올라올 무렵 대감은 돈 꾸러미를 김생원에게 더 내줬고 주위를 물리쳤다. 이어 병풍과 이부자리 원앙목침이 방안에 디스플레이 되고 청사초롱이 마당에 내걸렸다.
“들어오너라. 에이 쯧쯧, 사내놈이 몸이 성치 않으면 베짱이라도 있어야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데리고 살 네 부인이니라. 생원집 여식이니 많이 아껴주고 가르치거라. 이놈이 몸은 저렇게 흉해도 마음만은 대쪽 같고 정도를 걸으니, 이 시아비를 탓하지 말구 있는 데서 기쁨과 열락을 찾아야 하느니라. 일체유심조니, 좋고 싫은 것은 너 맘먹기 달렸느니라. 아알 겠느냐, 며늘 아가?”

“앗, 이분은 누구시래요?”

김생원의 딸은 뒤로 넘어질 뻔했다. 아무리 촛불로 가리려 해도 얼굴의 곰보자국은 어느 정도 카버가 됐지만, 금세라도 자빠질 듯 상으로 다가와 건너편에 앉은 모습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산골짜기지만, 노동으로 단련되고 친환경 워터와 삼림욕 에어를 섭취하며 살아온 고향에서 이런 행색을 보기가 어려웠다. 무식하지만 몸들은 튼튼하고, 항생제 없어도 잔병 없이 커온 그녀였다.
 
효녀 심청이도 있었다는데, 살아서 효도하고 가끔 친정을 보살필 대감쯤이면 나 하나 희생해도 된다고 효심어린 각오를 다잡았다. 소아마비 서방이 따라주는 술 서너 잔을 먹으니 처자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가슴이 답답했다.

“저어, 지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요?”

혼례 구경은 다녀봤지만, 첫날밤의 신부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처자였다. 이에 반해, 춘화를 보고 마스터베이션의 대가로 변신한 서방은 드디어 뜨끈한 육체를 만나 천추의 한을 풀게 되었다. 상이 물러가자, 서방은 촛불을 껐다.

“왜 불을 끄는 가요? 컴컴한 데서 어떻게 뭣을 할려구요?”

“내자~ 가만히 계시오, 이 몸이 팬터지컬 어메이징 월드로 이끌 것이니까!
 
꼬오끼오~! 닭이 울고 울다가, 해를 넘긴 봄날에 장닭은 소아마비 아들의 보신용으로 삶아졌다. 병아리가 태어날 즈음 아내도 몸을 풀었다. 사내 아이었다. 부인은 우선 아기의 얼굴과 다리를 만져보았다. 멀쩡했다. 산고보다도 기쁨의 폭죽이 하늘과 땅을 울렸다. 내림 병이 아닌, 그 당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생긴 후진국형 질병이었다. 대감의 예측대로 며느리는 손자를 셋이나 낳은 것을 보고 소천 했고, 눈치 빠른 집사는 자신이 채홍사로 뽑아온 며느리에게 늙도록 허릴 굽혀댔고, 처자의 부친은 대감의 말대로 생원 진사로 고속 승진하여 세리가 되어 장리빚을 놓고 사는 레벨 업 라이프를 즐기다 죽었다. 거적데기 집터엔 고래등 같은 집이 생겼고, 대문 양 기둥엔 입춘대길 소문만복래라고 쓰여 있었다.
 
◆요즘 결혼 정보회사가 활황이다. 일반인은 97만원에 일곱 번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다가 경쟁업체 서비스 경쟁으로, “될 때까지 주선합니다!”를 캐치플레이를 부르짖고 있다. 로열 클래스에겐 300만원 500만원 받고, 의사 검판사 회계사 교수 다양 다량 보유를 자랑하며 노블한 신혼 재혼 중매로 삥뜯기 사업으로 기업화되어가는 추세다. 자연스럽지 않은 결혼관이다. 수평적 신분의 등가 교류 내지, 머리와 자본의 결합 등의 유인 매뉴얼도 참으로 다양하다. 자본주의의 병폐다!
 
그리하여, 후대에 가끔씩 된서리도 맞는다. 서초동의 비극-우수한 두뇌의 양친에 비해 돌머리 탄생! 난곡의 글로리-고시 열 번 낙방생과 김밥집 딸의 결합-자식 고시패스!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가공되지 않고, 서로 바라지도 않으며 자기 것을 덜어줘 챙겨주는 그런 사랑!
 
묻고 싶다! 왜 공부합니까? 왜,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선택하여 결혼합니까?
 
나는 오늘도 직장에서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된장국을 끓인다. 무직자 일용직 나를 받아준 아내에게 나는 열 번 다시 태어나도 빚을 갚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16년 전에 길바닥에서 주운 밥상이 비좁았는데, 오늘 재수 좋게도 또 하나의 작은 밥상을 주웠다. 두 개를 붙이니, 웬만한 사장 응접실의 테이블처럼 널찍하다. 아, 행복하다! 알콜을 묻힌 솜으로 주워온 밥상을 닦으며 저녁을 차린다! 찌질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하고, 밥상을 버린 사람에게 감사까지 전하고 싶다.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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