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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황혼이별 유행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얘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김덕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3/31 [09:30]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얘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황혼이혼(黃昏離婚)을 말함이죠. 실버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나리타의 이별’이 대유행이었습니다. 막내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나리타공항에서 자식의 신혼여행을 떠나보낸 일본인 부부가 함께 한 평생을 뒤로하고 남남으로 갈라서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무사히 출가시키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일차 마무리한 일본인 아내들이 “나도 인간” 임을 내세우며 억압받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훌훌 내 갈 길로 떠난 것입니다.
 
10년 전 일본에서 일기 시작한 황혼이혼 바람이 이제 우리 사회에도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1998년 전체 이혼상담의 10%가 황혼이혼 관계라는 통계가 이를 실감케 합니다.60대 이상 노부부의 황혼이혼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수십 년간 인생의 동반자로 살다 늘그막에 새 삶을 선언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2006년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이혼 가운데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한 황혼이혼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1995년 8.1%에서 2000년 14.3%, 2003년 17.8%, 2004년 18.3%로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더하면 더 했지 줄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황혼이혼 연령층도 자녀들이 출가한 60대 이후에서, 자녀들의 대학 입학 이후인 50대로 내려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황혼이혼의 특징을 보면 첫째로, 연령대가 주로 50대에서 60대 이상이고, 둘째로 자녀가 대부분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라는 점, 셋째, 황혼이혼의 원인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술 더 떠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두둑한 퇴직금 받을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다가 퇴직 다음날 코앞에 이혼서류를 들이민다는 것입니다. 당하는 남편 입장에서는 당황을 넘어 기절초풍할 노릇이죠. 그것도 진작 이혼해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참고 참아 지금까지 살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서는 할 말을 잃을 것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에 실린 ‘남편’이라는 시(詩)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를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어떻습니까? 수 십 년을 살아도 서로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부부인가 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이 많은 부부가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되어 무난히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죠.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통닭에 맥주 한 잔씩 하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할머니도 쾌히 승낙하고 변호사도 동석했죠.
 
통닭이 나오자 할아버지가 닭 날개를 찢어서 할머니를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버럭 화를 냅니다. “헤어지는 마지막까지 당신 맘대로 하는구려. 내가 좋아하는 닭다리는 안 주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닭 날개를 주다니…” “아니 내가 닭 날개를 좋아해서 당신도 좋아하는 줄 알고....” 분을 못 참은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먼저 나가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자기도 할아버지가 닭 날개를 제일 좋아하는지를 몰랐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할아버지는 받지를 않는군요.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받네요. 그리고 하는 말이 이 전화의 주인은 어젯밤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죽기 전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시도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문자 내용이 “여보 미안해 당신이 닭다리를 좋아하는지를 정말 몰랐어.”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혼소송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혼이 되고 재산분할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이혼이란 것이 때로는 한 사람의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재판을 하는 법관들도 충분히 납득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받아들여 준다고 하네요. 더군다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경우 더 많은 걸 따지게 됩니다. 주위에 의지할 곳 없어 외로워질 나이에,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버리고 갈라서려는 이유가 뭔가 하고 더 꼼꼼히 따져보는 거지요.
 
그래서 만약 단순한 재산분할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될 때는 이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 다 공연한 소송으로 얻는 것 하나 없이 잃기만 할 수 있지요. 더 이상 부부간의 관계유지도 어려울 수 있고, 자칫 자녀들과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고, 물론 적지 않은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하고요.
 
이와 같이 황혼이혼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최선일까요? 인하대학교의 윤태익 교수의 <부부학 5계명>이 있습니다. 이 5계명대로 살면 그런대로 가슴 아픈 황혼이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첫째,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 다름을 인정하라
둘째, 성격 탓을 하지 말고 성격 덕을 보고 살아라. - 칭찬하라
셋째,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가 달라지자 - 포기할 것은 포기하자
넷째, 색깔을 빛깔로 바꿔라 - 나의 기본성격에 상대의 다른 성격을 가미하자.
다섯째, 영혼의 친구가 돼라 - 물과 같은 부부가 되어라.
 
우리 부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들의 눈에 화목하게 보이고 우리 둘 사이에도 별 트러블 없이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 사람이 왜 이럴까?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때로는 섭섭하기도 한 적이 있죠. 물론 집사람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부부의 도>가 있습니다,「신위만선지본(信爲萬善之本) 화위만복지원(和爲萬福之源) 성위만덕지종(誠爲萬德之宗)」이지요, 즉, 믿음은 모든 선의 근본이요, 화합은 모든 복의 근원이며, 정성은 모든 덕의 으뜸인 것입니다. 이 나이에 이르도록 우리 부부는 이 <부부의 도>를 실천한 덕분인지 아직은 우리 부부 사이에 ‘나리타의 이별’은 오지 않을 것 같네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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