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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가 써준 <10억원 확약서>의 진실은?

[긴급진단] 영덕 방폐장 유치홍보비 파문 - 1탄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7/10/10 [21:41]
▲방폐장 유치 찬반과정에 반대단체가 거행한 화형식.    

 
방폐장의 진실
군수가 써준 '10억원 확약서'의 진실은?
 
▲영덕군청

지난 2005년 전북 부안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와 여러 지자체들의 유치경쟁 등 갖은 우여곡절 끝에 경주로 결정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만 2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유치 찬반을 놓고 지역주민들 사이에 누적된 감정의 앙금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자체 간 유치경쟁에 사용된 홍보활동비를 보전하는 과정에서 정산되지 못한 자금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 일부 언론에 보도됐던 이 문제는 지자체 선거와 맞물려 논점이 흐려졌다가 최근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유치신청 지역 중에서 가장 많은 홍보비를 쓴 영덕군의 경우 지난해 8월 시민단체가 제기한 유치 홍보활동비 관련 의혹에 제대로 된 답변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활동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 썼던 사람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태.
 
소송은 김병목 영덕군수로부터 '확약서'를 받고 방폐장 유치단체에 홍보활동비를 빌려준 김아무개씨가 영덕군을 상대로 제기한 것인데, 이번 재판과 관련해 5월31일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민사제1부는 재판시작 1년여 만에 '기각' 판결을 내렸다.
 
처음부터 대법원까지 갈 것을 예상하던 김씨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으며,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은 10월25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김씨는 최근 <사건의내막>에 이번 항소 관련 준비서면을 보내왔는데, 김씨가 보내온 준비서면의 법리를 정리해보았다.
 
'확약서'의 의미와 작성동기
 
확약서 문구는 "일금 일십억원정/상기 금액 정도를 영덕군 방폐장 유치 신청을 위한 관계법에 의거 홍보활동비로 사용하여도 추후 보전금으로 처리할 것을 확약함/05.10.24/영덕군수 김병목"이며, 문서 상단에 영덕군 로고가, 하단에 김 군수의 직인 및 서명이 날인돼 있다.
 
이 확약서에 대해 1심은 피고 영덕군의 주장대로 '이 사건 금원을 관계법에 따라 방폐장 유치를 위해 사용한 경비로 인정하여 한수원으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도록 그 지급신청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하여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보전금으로 처리할 것을 확약함" 문구 논란
 
하지만 문언 어디에도 '보전 신청'이라는 문구나 '피고가 한수원 또는 정부에 위 10억원에 대한 보전을 신청해주겠다는 내용은 없고, 문언 내용만으로는 '원고가 방폐장 홍보비용으로 지급하는 이 사건 금원을 피고가 추후에 보전해주겠다, 즉 갚아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부합한다는 것이 원고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도 "의사표시 해석은 당사자가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 서면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기재 내용에 의해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논리칙과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준비서면은 "확약서의 의미가 '피고가 이 사건 금원을 책임지고 원고에게 반환하여 주겠다'는 취지라는 것은 작성 동기 및 경위, 원고와 피고가 확약서 작성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과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 합리적으로 해석해도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원고 김아무개씨는 이 사건 금원 지급 이전에 '국책사업영덕추진위원회'(이하 영덕추위) 남효수 위원장에게 1억8000만원 가량을 홍보비로 지급했다가 방폐장 유치신청 주체 당사가가 영덕군임을 알게 된 후 금액 반환을 염려해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있었다.
 
확약서 받고 추가자금 지원
 
원고는 2005년 10월5일 남 위원장 소개로 김 군수를 처음 만났고 10월18일경 남 위원장이 '금번 목회자 연합회의 방폐장 유치에 대한 소요경비(약 6억원 정도)에 대해 추후 보전하기로 합의합니다/2005.10.17/영덕군수 김병목'이라는 문구의 합의서를 팩스로 보내주면서 6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김병목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지원해줄 수 없다"면서 요청을 거절했다.
 

 
1심 "한수원에 보전신청을 해주겠다는 뜻" 해석
"주민투표법 위배 보전대상 제외…불가항력이다"

 
남 위원장은 원고와 함께 안동으로 가서 10월21일 경상북도 생활체육대회 참석차 그곳에 와 있는 김 군수를 만나게 해주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군수는 원고에게 "조금만 더 도와주면 영덕이 방폐장을 유치할 수 있으니 홍보활동을 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원고는 빌려주는 돈에 대해 영덕군에서 후일 책임지고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확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으며, 원고가 영덕군수의 공식 직인이 날인된 확약서를 요구해서 다음 업무일인 10월24일 월요일 확약서를 받고, 10월17일자 합의서를 김 군수에게 돌려준다.
 
같은 날 원고는 남 위원장에게 2200만원을 지급하고 11월1일까지 영덕추위 명의 통장에 9억7800만원을 송금하는 등 합계 10억원을 지급한다.
 
한편 김 군수는 "보전 신청해도 좀 곤란하겠다 싶은 것은 언제 알았나요"라는 재판장의 심문에 "신청하고 난 뒤에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준비서면은 "비록 김병목이 보전 신청을 하면 한수원으로부터 유치활동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지원금을 원고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게 된 동기에 불과하므로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위 동기를 고려함이 없이 '피고가 원고의 지원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을 피고의 의사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전수거물센터 조감도    

 
원고측 "원고의 지원금 돌려주겠다는 의사" 주장
"김 군수가 선거법 위반 여부 사전에 파악했어야"

 
준비서면은 또한 "제1심 판단대로 원고가 이 사건 금원에 대한 보전을 신청해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하여 김병목이 원고의 요구대로 한수원에 이 사건 금원에 대한 보전 신청을 해주겠다는 의미로 확약서를 해석한다 해도 당시 원고와 김병목은 공통적으로 '피고가 보전을 신청하면 한수원으로부터 방폐장 유치를 위해 사용한 경비로 인정돼 이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잘못 판단한 상태에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기해 이 사건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는 법률행위의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를 일으킨 경우라 할 것이므로 '쌍방의 동기의 착오'에 관한 법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같은 착오를 하고 이로 인해 그에 관한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금원을 책임지고 반환해 주겠다'고 약정한 경우에야 금원을 지급했을 것이고, 김 군수 또한 당시 막바지에 이른 유치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기 위해 원고의 요청대로 '피고가 이 사건 금원을 책임지고 반환해 주겠다'고 약정했을 것임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고 준비서면은 주장했다.
 
준비서면은 "확약서의 의미를 의사표시 해석의 원칙에 비춰 판단하면 '피고가 이 사건 금원에 대해 보전을 신청해주겠다'는 취지로 본다 하더라도 쌍방의 동기와 착오를 고려한 보충적 해석에 의해 '피고가 이 사건 금원을 책임지고 원고에게 반환해 주겠다'는 내용으로 약정을 했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회에 계속>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성폐기물 제1저장고.



 
청구원인 추가 - "예비적 청구 2가지"
제1 예비청구 : 계약의사 철회 따른 부당이득 반환
제2 예비청구 : 직무상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준비서면은 '제1예비적 청구(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당사자 쌍방의 동기의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위에서 본 것처럼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계약의 취소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준비서면은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당시 김병목이 '피고가 이 사건 금원을 책임지고 원고에게 반환하여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을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때에는 착오에 의한 취소가능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착오가 없었다면 원고가 금원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고, 피고도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 사건 금원 지급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라는 지적으로, 원고 측은 "준비서면으로써 이 사건 금원지급에 관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금원 지급에 관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게 되면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 사건 금원을 지급받음으로써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금원 상당의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준비서면은 주장했다.
 
준비서면은 또한 '제2예비적 청구(손해배상청구)'에서 김병목 군수의 직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 지적했다. 주민투표법 제21조 제1항은 "투표운동은 주민투표발의일부터 주민투표일의 전일까지에 한해 이를 할 수 있다"고, 제2항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투표운동을 할 수 없다"며, 제1호에 "주민투표권이 없는 자"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0조 제2호는 제21조를 위반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제주도선거관리위원장의 질의에 대한 2005년 6월20일자 회신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특정 안에 관해 찬성 또는 반대를 유도하는 행위는 투표운동기간이 아닌 때의 투표운동에 해당되어 위 규정에 위반될 것임"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선관위의 주민투표법 유권해석 있었다"
 
또한 산자부 장관이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의 경우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관해 보낸 질의에 중앙선관위는 같은 해 7월14일자 질의회답에서 '산자부 장관이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사실을 공표한 날을 말함'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산자부 장관이 '지자체장, 지역언론, 지역시민사회단체, 지방대학 등이 사업자 비용(전부 혹은 일부지원)으로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 간담회를 개최하는 행위'가 주민투표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질의한 데 대해서 중앙선관위는 8월25일자 질의회답에서 '주민투표 요구사실 공표 후에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지역언론·지역시민사회단체·지방대학 등이 개최하는 설명회 등의 개최비용을 지원하는 행위는 투표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투표운동에 해당되어 법 제21조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며, 투표인에게 금품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때에는 법 제28조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라고 유권해석했다.
 
이와 같은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방폐장 건설 사업자인 한수원은 영덕군수인 김병목의 주민투표 요구사실 공표일인 그해 9월16일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이 설명회 등을 개최하면서 사용한 비용을 일절 지원할 수 없다.
 
산자부가 그해 12월23일 한수원에 지방자치단체의 방폐장 유치경비를 보전하도록 방침을 정하여 협조요청을 하면서 '2005.9.15까지 사용한 경비'로 지원기준을 한정한 것도 이러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나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위 유권해석에 반하는 경비보전을 해주는 것은 주민투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돼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준비서면은 원심에서 "군수 김병목이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할 당시까지도 산자부나 한수원이 방폐장 유치경비에 대한 보전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병목이 결정되지 않은 보전방침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라고 판단한 부분은 주민투표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군수가 적어도 중앙선관위 유권해석 이후에는 '2005.9.16. 이후 사용한 비용은 주민투표법상 전혀 보전받을 수 없다'는 것을 중앙선관위에 대한 질의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방폐장 유치활동을 위한 경비로 보전 신청을 하면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한수원으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피고의 행정업무를 통괄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직무상 과실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준비서면은 지적했다.
 
준비서면은 "이상과 같이 김병목의 직무상 과실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는 이상, 피고는 국가배상법 또는 민법상 사용자 책임에 의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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