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다영(왼쪽)-이재영, 2020-2021시즌 V리그 경기 모습 © 한국배구연맹 |
지난해 2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학창 시절 온갖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의 폭로로 시작된 '학교 폭력 사태'. 이는 배구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됐고, 지금도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는 학폭에 연루된 배우를 겨냥한 사청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수백억을 쏟아 부은 드라마를 방영 2회 만에 폐지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쌍둥이 자매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학폭에 대해 더 이상 '과거의 일'이라며 면죄부를 주거나 관용을 베풀어선 안된다는 인식이 매우 커졌다.
그 과정에서 쌍둥이 자매는 대중들로부터 '국민 밉상' 수준으로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다. 쌍둥이 자매 관련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만, 그 안에 나타나는 대중들의 반응은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싸늘하다.
툭하면 1만 개가 넘는 '화나요' 버튼이 찍히고,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기사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만 보고 전체 여론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쌍둥이 자매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작성된 기사들에도 화나요-좋아요의 엄청난 격차가 생기는 건,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이쯤 되면, 쌍둥이 자매 기사를 과연 '배구 기사'로 봐야 할 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쌍둥이 자매 사태가 발생할 때만 해도, 배구계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면 비난 여론도 잠잠해질 것이고, 슬그머니 국내 V리그 복귀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지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사과문 삭제, 피해자 고소, 언론 인터뷰.. '대중 분노'만 키워
쌍둥이 자매와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여론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자업자득 측면이 더 많다.
쌍둥이 자매는 학폭 사태 발생 초기에는 자신들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스스로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되레 피해자들을 고소했다. 두 자매는 사과문을 쓴 것도 구단과 피해자의 요구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대중들의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결국 쌍둥이 자매를 끝까지 감싸려고 했던 흥국생명 구단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6월 30일 두 선수의 선수 등록을 포기하고, 자유신분선수로 등록하면서 사실상 방출했다. 또한 구단 모기업 대표이사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팬들의 불매 운동 조짐 등 엄청난 비난 여론을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모두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쌍둥이 자매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흥국생명 구단이 선수 등록을 포기한 그 날 저녁, 지상파 방송사 뉴스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돼버렸다.
그들의 황당한 발언 때문이었다. 이다영은 "저는 칼을 들고 욕을 했을 뿐이다. (피해자들을) 찌르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재영도 "당시에 이다영이 화가 나서 숙소에 있던 접이식 과도를 들고 말았다. 그러나 휘두르지는 않았다"고 거들었다.
이 발언으로 대중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쌍둥이 자매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 여전히 모르고 있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칼 들고 욕했지만 찌르지 않았다".. 너무 큰 '패착'
변호사들조차 쌍둥이 자매의 인터뷰 내용을 '완벽한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법률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두 자매가 인터뷰에서 '칼을 들었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학폭 사실을 증명한 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터뷰가 대중들에게 남긴 건, 두 자매가 '억울하겠다'가 아니라 '칼을 들었다'라는 사실뿐일 것"이라며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지난해 3월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흉기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피해자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비록 다른 사건의 재판이지만, '칼 들고 욕을 했다'고 스스로 밝힌 이다영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비난 여론으로 국내 리그에서 사실상 퇴출된 쌍둥이 자매는 해외 리그로 갈 수밖에 없었다. 두 자매는 지난해 그리스 리그로 이적했다. V리그에서 받았던 연봉의 1/10에 불과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국내복귀 불가능 상태.. 남 탓하기 민망한 '자업자득'
이다영의 24일 인터뷰 기사 이후에도 자신의 모교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가 "감사하게도 모교에서 도와줘 야간에 개인 훈련을 했다. 혹시나 나 때문에 도와주신 분들이나 학교가 욕먹을까 걱정이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쌍둥이 자매의 모교에 팬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해당 지역 교육청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훈련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다는 뜻으로 플이된다. 지금은 해당 인터뷰 기사에 모교 관련 대목은 통째로 삭제됐다.
학폭 논란 발생 이후 쌍둥이 자매의 대응과 처신들을 돌아 보면, 학폭 사례 중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학폭 논란이 발생했지만,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은 당사자가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한 사례는 사실 전무하다. 어떤 면에선, 쌍둥이 자매를 '국민 밉상'으로 만든 당사자는 본인들과 그 주변의 조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쌍둥이 자매가 국내 V리그로 복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국내 프로구단이 쌍둥이 자매를 영입하려면, 배구단 유지는 고사하고 대중들의 불매 운동으로 모기업까지 휘청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복귀를 위해서는 쌍둥이 자매의 진정어린 사과와 피해자들의 용서, 그리고 대중들을 납득시킬 만한 처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다. 쌍둥이 자매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백 마디 말보다 진정성 있는 책임감과 실천이었다. 그런데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