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프로바둑기사 9단 '억대 바둑판' 소송 패소

대법원 “매각한 바둑판 세트 증여 받았다는 주장 납득 어렵다”

신종철 기자 | 기사입력 2009/02/21 [10:58]
대법원까지 간 ‘억대 바둑판’ 소송이 프로 바둑기사 윤기현 9단의 패소로 끝났다.
 
법원에 따르면 바둑애호가였던 김영성씨는 한국기원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프로 바둑기사인 윤기현 9단과 친분을 맺어왔다.
 
김씨는 1972년 프로 바둑기사인 조훈현 9단의 소개로 일본 유명 바둑기사가 소유하고 있던 비자나무 바둑판 세트를 200만원에 구입했고, 1992년에도 일본 유명 바둑기사와 일본 대신들의 서명이 기재돼 있는 비자나무 바둑판 세트를 구입해 2개를 갖고 있었다.
 
이후 병세가 악화돼 가던 2004년 6월 김씨는 바둑판 세트 2개를 윤 9단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한 달 뒤 사망했다.
 
2005년 7월 윤 9단은 보관하던 바둑판 세트 1개를 일본인에게 일화 1000만엔에 팔았다. 이에 김씨의 유족들이 바둑판 세트의 반환을 요구하자, 윤 9단은 “매각한 바둑판 세트는 증여 받은 것”이라며 남은 1개의 바둑판 세트만 2006년 11월 돌려줬다.
 
이에 김씨의 유족이 윤 9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부산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김씨 유족의 손을 들어주며 바둑판 세트 매각(1000만엔) 당시의 환율로 계산해 “피고는 원고들에게 9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거들에 의하면 고인은 병세가 악화돼 가자 치료비와 향후 가족들이 사용할 현금을 확보해 둘 목적으로 프로 바둑기사 중 활동범위가 넓고 수완이 있는 피고에게 바둑판 세트를 매각한 후 즉시 매각대금을 자신의 처에게 줄 것을 부탁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위임계약은 김씨의 사망 후에도 종료하지 않은 특약이 있다”고 밝혔다.
 
또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들이 김씨의 사망 후 피고에게 위임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매각 여부를 문의해 온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묵시적으로 위임계약을 존속시키기로 하거나 새로이 위임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봄이 상당하고, 2006년 10월 원고들이 바둑판 세트의 반환을 요청함으로써 위임계약은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위임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바둑판 세트 매각대금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패소한 윤 9단은 매각한 바둑판 세트는 증여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부산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윤 9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김씨가 피고에게 바둑판 세트 하나를 증여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한 반면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자신의 질병이 위중함을 알게 된 김씨가 원고들을 위해 현금을 마련해 둘 목적으로 바둑판 세트의 매각을 결심하면서 피고에게 매각을 부탁하는 상황에서 바둑판 세트 하나를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증여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김씨가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면서 평소 친분 있던 바둑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더 친분이 두터웠고 바둑판 구입을 소개받았던 조훈현 9단이 아닌 피고에게 증여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바둑판을 산 사람의 인적사항을 삭제하고서라도 매매계약 관련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법원의 수 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에 대한 아무런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는 윤 9단의 증여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매수인이 일본인이고 매매대금이 고가이며 매매에 대한 소개비로 200만엔이나 지급하면서도 매매계약서나 영수증이 전혀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수 차례에 걸친 촉구에 따라 피고가 제출한 매매대금에 관한 자료만으로는 실제 매각대금이 1억원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프로 바둑기사는 1990년경 이 사건 바둑판 한 세트에 2000만엔 정도 한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매각대금은 피고가 자인하는 1억원을 초과할 것인데, 피고가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매매계약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쉽사리 배척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증여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윤 9단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 12일 “원심 판결 및 상고이유서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며 윤 9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 브레이크뉴스 / 로이슈(www.lawissu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