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ktf 합병 논란이 드디어 마무리 지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kt-ktf간 합병에 관해 논의한 끝에 조건부로 인가를 내렸다. 이로써 연간 매출 2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융합(컨버전스) 기업 ‘통합 kt’가 출범하게 되었다.
금번 통합 kt의 출범은 점점 복잡해지고 격렬해지고 있던 기존 방송통신 시장 경쟁 구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온 사건으로 특히 향후 통신 전쟁의 양상은 필연적으로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경쟁사인 sk그룹과 lg그룹 통신계열사 등 통신사업자의 합병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내전화 등 유선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 1위를 마크해온 kt와 무선통신 2위 업체 ktf와의 결합은 처음 말이 나올 때부터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특히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공룡 기업의 탄생으로 인한 시장 왜곡”, “방송·통신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 등을 거론하며 반 kt진영을 이루어 합병 반대에 앞장서 왔었다.
수개월간에 걸쳐 계속된 kt-ktf 합병 논란은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인가 쪽으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모든 금융계열을 아우르는 ‘메가뱅크’의 탄생을 노리며 만들어진 ‘자본시장통합법’ 등에서 보여지듯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우선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합병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공정위는 “kt와 ktf가 합병해도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kt가 전주와 관로 등의 필수 설비를 독점하는 문제는 ktf와의 합병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다만 경쟁 사업자의 이용 요구를 거절하면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f가 kt의 자금력에 힘입어 마케팅을 하더라도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반kt 진영은 합병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아래 필수설비 문제와 번호이동 문제 등 합병 인가 조건을 부각시켰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부터 방통위 합병 심사에 관한 업계의 관심은 합병 자체가 아닌 인가 조건에 쏠리기 시작했다. 금번 kt-ktf 합병에 붙은 인가 조건은 향후 방통위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비공개 회의로 사전 조율
방통위도 이번 결정이 향후 방송·통신 시장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인가에 대한 최종결정을 앞두고, 지난 16일 오후, 비공개로 회의를 열어 합병과 관련된 14개의 이슈에 관한 사전 논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 14개 이슈 중 6개 이슈에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면서 이후 18일의 전체회의에서도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임위원 모두 100페이지가 넘는 kt-ktf 합병 보고서에 대해 정독하며 인가조건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며 “1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이날 회의에서는 kt-ktf 합병 이후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비롯하여 합병 이후 투자 확대 및 서비스 경쟁, 일자리 창출 등 방송통신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산업발전을 도모하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복지을 확대하는 대안을 도출에 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노동조합은 같은 날, “kt-ktf 합병은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자 시대적 요구”라며 방통위의 조건 없는 합병 승인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통위 kt-ktf 합병 조건부 인가
이어 지난 18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필수설비제도 개선 ▲유선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 개선 ▲무선인터넷 접속체계 개선 등의 조건을 달아 kt와 ktf 간 합병을 인가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판단은 통합 kt 출범 이후 경쟁 활성화를 기치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 복지 혜택 등 소비자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방통위의 합병인가 조건에 따라 통합 kt는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 제공 제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90일 이내에 필수설비 정보 시스템 구축 망 정보 공개, 설비 제공기간 단축 등의 개선계획을 제출 및 승인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한 필수설비 제공 제도를 개선,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 여건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위 필수설비 관련 사항은 skt와 lgt에게는 특히 중요한 장기적인 경쟁 조건으로 방통위에서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찬성했다.
또 이동통신 번호이동 절차와 비교,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번거롭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된 유선통신의 번호이동 절차 개선도 인가 조건으로 부과됨에 따라 통합 kt는 60일 이내에 본인확인 절차 개선 및 개통 절차 간소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skt, lgt 등 반kt 진영이 주장한 유선전화 시장지배력 전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인터넷전화 활성화 등을 통한 경쟁 활성화 등 다목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반kt 진영은 “시내·인터넷 전화 번호이동 제도가 과도한 개통 소요기간과 낮은 개통 성공률 등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저조해 후발사업자의 가입자 유치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아울러 방통위는 무선인터넷 시장과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통합 kt의 무선인터넷 접속 체계의 합리적 개선 및 내·외부 콘텐츠 사업자 간 차별을 금지할 것을 인가 조건으로 달아 이의 실행방안도 6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통합 kt는 합병 인가일로부터 향후 3년간 반기별로 방통위에 이행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며 “합병 인가 조건 실행 여부에 따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합병 취소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당초 예상됐던 와이브로 활성화 조항은 인가 조건에서 빠졌다.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온 kt로서는 한결 부담을 던 셈으로 공식적인 표명은 안 했지만, 와이브로가 인가 조건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 sk텔레콤 역시 내심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합병 조건에는 안 붙었다고 해도, 정부는 국가 정보통신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에 대한 책무 이행을 강조해 와이브로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 독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인가조건 부여와 함께 전국 농어촌 지역 광대역통합망 구축, 국가 주요 통신시설의 안정성 유지, 국가 정보통신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에 대한 책무의 지속적 이행 및 가입자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통합 kt'에 촉구할 방침이다.
이번 합병 인가 및 조건과 관련하여 kt는 합병이라는 큰 틀에서 승리한 반면, 조건에서는 핵심 쟁점인 필수설비와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붙인 sk텔레콤이 선전했다는 평가이다.
kt, skt, lgt 합병 인가 건 관련 입장 발표
kt는 금번 합병 인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 결정은 유.무선 융합을 통한 it산업 재도약이란 시대적 소명을 반영한 결과”라면서도 “합병과 무관한 인가조건들이 부과된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고객 친화형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편의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it기업들과는 상생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융합산업의 본격화에 따른 지식기반 일자리 창출, 1인 창업 기회의 확대, 농어촌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정보격차 해소 등 합병 편익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내부적으로도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환골탈태를 위한 경영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고객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kt 진영의 선두주자로 활동했던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kt-ktf 합병에 대해 다각적인 의견 수렴과 검토를 통해 내린 조치사항에 대해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시장 안정화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조치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하고, 향후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향후 시장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많은 정책과 제도의 개선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앞으로도 방송·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sk텔레콤은 앞으로 컨버전스 서비스 시장 및 ict 산업의 발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lg텔레콤은 “향후 kt 합병에 따른 통신시장의 복점화로 경쟁 제한적 폐해 발생 시 엄격한 시장 감시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고, 국내 통신시장의 발전 및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후발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합병 인가의 효과
한편 kt는 오는 27일, ktf와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오는 5월 18일 ‘통합 kt’ 출범을 선언할 방침이며, ‘통합 kt’의 신주 상장은 오는 6월 9일로 예정되어 있다.
kt-ktf 간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kt'는 시내전화 89%, 이동통신 31%, 초고속인터넷 4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거대 유무선 통신 컨버전스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자산 규모는 23조 6000억원, 매출액은 연간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합병 인가가 발표된 직후 kt와 ktf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급등세를 탔다. 지난 19일, 코스피시장에서 kt는 전일보다 3.63% 오른 4만원을 기록했으며, ktf는 3.28% 오른 2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으로도 kt는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가를 띄울 예정이며, 반대로 경쟁 기업들은 주가 방어의 부담을 지게 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의 합병 인가 조건이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 규제 및 투자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kt의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덮은 이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너무 규모가 작아 해외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비판은 수차례 제기되어 왔었다. 그리하여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식’의 전문화보다는 같은 계열의 여러 기업들을 합병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더 나아가 해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는 방안이 다각도에서 논의되어 왔었는데, 이번 kt-ktf 합병도 그런 의미에서 유무선 통신의 컨버전스 시대를 연 시발점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이번 kt-ktf 합병으로 향후 유무선 사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kt가 규모를 확대해 글로벌 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을 갖추면서 동시에 다양한 결합상품 증가로 요금·품질·상품 경쟁이 제고돼 국민의 통신 편익과 선택권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국내 it산업은 cdma, adsl에 이은 또 하나의 융합산업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되었으며, 다른 경쟁사들도 ‘통합 kt’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와 sk네트웍스의 통신 부문 사업을 흡수하고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lg데이콤과 lg파워콤도 합병 계획을 서두르면서 나아가 lg텔레콤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어 당분간 통신업계에는 지각 변동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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