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전국적 정전사태로 민-군(民·軍)을 가리지 않은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으나 책임공방만 난무할 뿐 정작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는 뒷전인 양태로 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정전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으나 정부 내 책임공방만 가열되면서 단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사퇴로 종결지으려는 움직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 속에 청와대는 최 장관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인데다 여야 정치권 역시 정부 특히 지경부 책임으로 귀결 지으려는 양태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17일 “한전사고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책임질 사람은 스스로 책임져야할 것”이라며 “만일 국가비상상황에서 예고 없는 정전이 왔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한전의 모든 임원들은 근무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책임공방에 가세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거센 공방 속에 근본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은 뒷전에 밀리는 형국이어서 갖은 우려와 논란을 사고 있다. 실제 비상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은 있었으나 현실과 동 떨어진 데다 이번에 무용지물화 되면서 화만 키웠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일 정전사태로 민간피해 뿐 아닌 군(軍)시설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나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순환정전사태로 군 시설 124곳도 단전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전방관측소 및 해안레이더기지 등도 포함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국방위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밝힌 ‘정전발생부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순환정전으로 육군 116개소, 공군 8개소 등 총 124곳에 정전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58(육군 56 공군 2), 경기도 32, 전남 17곳, 경북 5, 대전 4, 서울·부산 각각 3, 충북 2곳 등이다.
뭣보다 수도방위사령부 일부 건물이 약 30분여간 정전된 데다 강원도 GOP초소, 경기도 해안 초소, 전남 해안레이더기지 등이 정전됐다. 다만 군 비상발전기를 가동한 탓에 정전에 따른 피해사례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이번 정전사태로 군 전방 소초뿐 아닌 사령부 건물과 레이더 기지들까지 정전되면서 자칫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었던 만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발생 원인을 둘러싼 지적도 야권에 의해 제기됐다. 국회지경위 소속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현 정부출범 후 4년 간 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의 주요임원 대부분이 비전문가로 채워진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을 요하는 한전 핵심에 대통령 측근 비전문가들로 채워진 게 이번 사태를 야기한 원인으로 본 것이다.
조 의원은 “08년부터 11년까지 한전 및 자회사 감사명단 확인결과 1백%가 MB선거캠프 및 인수위,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 등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한전감사는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이었던 한대수 씨였고 전임역시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자문위원 강승철 씨가 역임했다.
동서발전감사 경우 이정원 전 이명박 대통령후보 조직특보, 서부발전감사는 남동우 전 한나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이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감사 경우 한나라당 민원실장 출신인 정인학 씨와 인수위 백서발간팀 전문위원 신우룡 씨가 잇따라 맡았다. 특히 사장 자리도 대부분 이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KND사장 경우 이 대통령이 나온 동지고 출신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이, 한전 김중겸 신임사장은 고대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CEO로 있었던 현대건설사장을 거쳤다. 한전전력기술 안승규 사장 역시 고대출신으로 현대건설 플랜트 사업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조 의원은 “전력산업 등 기술 집적산업분야 공공기관 인사에서 업무경험과 전문성이 필수적인데 보은, 낙하산 인사를 한 결과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하게 된 주요요인”이라며 “재앙 수준의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한전과 자회사 임원 전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는 17일 감사관실 직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6명의 감사단을 전력거래소로 보내 정전사태 발생원인 등을 집중 조사한 가운데 정전에 앞서 사전예고를 하지 않은 한국 전력에 대한 감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여야의 사퇴압력에 직면한 최 장관은 조만간 사퇴를 포함한 거취 결정에 나설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미 청와대에서 사퇴압박 시그널을 보낸 데다 여야 모두 사퇴·경질론이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최 장관이 18일 오후 정전사태 관련대책발표와 동시에 거취결정에 나설 공산이 큰 가운데 근본원인규명 및 재발방지책은 여전히 요원한 형국이어서 우려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