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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전락한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

쇄신구호는 선거용 여야 기득권 수호 정치색 초월 비판·빈축 동시화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3/01/03 [10:14]
▲ 국회 본회의장    ©김상문 기자

 
19대 국회가 ‘일구이언’ 도마에 올라 인상을 구긴다. 지난 4·11총선-18대 대선에서 사뭇 요란하게 울리던 특권 내려놓기(의원연금폐지) 구호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채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기득권 수호엔 여야가 여전히 정치색을 초월함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헛구호-공수표를 남발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 비판과 빈축을 동시에 사서 버는 형국이다. 여야는 올 예산안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했다. 거기다 국방·공공행정예산은 무더기로 쳐낸 반면 의원연금재원인 헌정회 지원금 128여 억은 그대로 둔 것이다.
 
헌정회 연금은 국회의원의 과도한 특권상징물로 여겨지면서 거센 국민적 비판여론이 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 총·대선에서 경쟁적 특권 내려놓기 레이스를 벌였으나 결국 ‘말잔치’로 끝나 스스로 선거용 구호임을 증명한 것이다.
 
의원연금은 전직 의원들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세 이상 회원들에 매달 120만 원씩 지급하는 ‘연로회원지원금’ 성격을 띤다. 문제는 회원들이 재직 중 사전 납입한 본인부담금이 아닌 모두 혈세로 충당된다는데 있다.
 
또 회원들 재산이 많고 적음은 따지지 않는데다 비리혐의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재산이 2조를 상회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경우도 전직이 되면 지급대상이 된다. 특히 재직기준이 따로 없다보니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만 65세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매월 120만원이 지급된다.
 
타 연금과 비교해도 과도한 인상이 짙다. 국민연금 경우 매월 30만원 씩 30년을 내야 한다. 20년 이상 재직해야 퇴직연금 수령이 가능한 공무원연금과 비교해도 사뭇 과도한 특혜란 지적이다. 의원연금을 두고 ‘퍼주기 지원금’이란 비판여론이 거센 배경이자 특권으로 치부되는 이유다.
 
헌정회 정관을 보면 전직 대통령과 공무원, 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에서 매월 보수나 업무추진비를 받는 이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외된 65세 이상 전직 의원 경우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불과 20명(836명 중) 선에 머물고 있다.
 
의원연금이 여론도마에 오른 건 지난 2010년 18대 국회 당시부터다. 당시 국회는 ‘헌정회육성법’을 개정해 정부가 헌정회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헌정회지원금을 스스로들이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의원연금 실체가 알려지면서 비판여론이 사뭇 들끓자 새누리당은 지난해 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연금자진포기’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그 후 총·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쇄신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자 여야는 지난해 9월 각각 연금제도개선을 위한 헌정회육성법 개정안을 냈다.
 
저소득 전직 의원들에게만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으나 논란은 지속됐다. 다른 사회보장제도가 있음에도 유독 전직 의원들에 ‘이중 혜택’을 줘야 하느냐는 게 논란의 요지다. 그러나 여야의 특권 내려놓기-정치쇄신 경쟁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대선후보들까지 가세한 채 의원연금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18대 대선이 끝난 뒤 연금예산은 결국 지난해와 똑같이 반영됐다. 선거 전 ‘밥값 하는 국회’ 여론이 확산되자 극심한 눈치 보기 및 쇄신경쟁을 벌였던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채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헌정회 연금은 선진국 경우를 봐도 사뭇 기형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 06년 의원연금을 폐지했고, 미국은 최소 5년 이상 재직요건을 갖춰야 하고 재직 중 급여일부 액을 납부해야 수령가능하다. 영국도 급여 일부를 지속 납부해야 하는데다 국가에선 일부만 지원한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항변한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삭감은 힘들다는 게 요지다. 헌정회육성법에 명시된 ‘국가가 헌정회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 조항은 임의규정이다. 강제규정이 아님을 모를 리 없다. 외치던 특권 내려놓기가 표 획득 차원의 단순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면 행동으로 스스로 증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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