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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출범 1백일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성적표를 매기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잔여 임기가 아직 1728일이나 남은 데다 유동성이 큰 탓이다. 하지만 첫 단추는 중요하다. 초반 국면에서 남은 시간들 구도가 대충 유추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지난 1백일 간 새 국정텃밭에 다양한 ‘파종’을 했다. 걔 중 ‘인사문제’는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한 천거를 배제한 박대통령 자신 ‘수첩’에 의존한 인사패턴이 검증부실을 낳았고, 결국 인사파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 중론이다.
박대통령 자신도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파동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김용준 국무총리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내정자, 김학의 법무차관 및 김병관 국방장관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후보자 등이 여론검증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특히 ‘박근혜 인사 1호’인 윤창중 전 청와대대변인의 ‘성추문 의혹’은 결정타였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박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의혹 탓에 지난달 15일 직권면직 처리됐고, 이남기 전 홍보수석 역시 책임지고 물러났다.
박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청와대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석상에서 “인사위에서도 조금 더 다면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 하겠다”며 검증시스템 미비를 사실상 인정했다. 또 특정 대학 및 지역 등에 치우친 인사로 지난 18대대선 당시 내걸었던 ‘대 탕평인사’ 원칙의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가 만사’란 측면에서 ‘인사’는 여전히 박대통령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선 지난 대선에서 박대통령을 지지한 투표자 45.4%,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투표자 75.7%가 박대통령 인사정책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 56%가 박대통령 인사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인사’는 남은 임기 내 풀어야할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국민대통합’ 과제 역시 풀어내기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박대통령은 역대 대선 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을 치르고 당선된 가운데 갈라진 국민여론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초반 흐름은 사뭇 더딘 형국이다.
박대통령이 최근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5년 만에 참석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아직껏 출범하지 못한 게 한 반증이다. 그러나 안보-외교 분야에선 대체적 긍정평가 부분도 있는 등 엇갈린다.
북(北)의 제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잠정폐쇄 등 고조되는 대북리스크 속에서도 ‘북의 선 변화’란 일관된 원칙으로 대응하면서 대북관계에 새 흐름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또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미국 측 지지를 얻는 성과도 거뒀다. 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국가이나 이전 정부에서 멀어진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대북문제에 공조하는 것도 주목사안이다. 이달 앞둔 방중 후 향배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또 일단 거시경제 상황은 어두운 가운데 국정과제 부문에선 긍정-부정평가가 교차한다. 민생경제 경우 추경예산안과 부동산대책 등으로 극도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기반은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느냐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또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 ‘창조경제’는 여전히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말 예정이던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실현계획발표가 4일로 연기된 게 해당 분석에 힘을 싣는다. 경제민주화 역시 판단유보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실천의지를 거듭 내비치며 논란이 된 갑을 관계 역시 “불공정 거래는 없애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선 박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다소 의구심도 내비친다. 박대통령은 경제난으로 일자리창출이 사뭇 쉽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듯 대기업 규제완화 및 투자 장려 등을 강조하고 있어 일단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박대통령이 강조한 4대 사회악(성-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척결은 최근 윤 전 청와대대변인의 성추행의혹과 육사생도의 후배 여생도 성폭행 사건 등으로 구호가 무색해진 형국이다. 박대통령의 현주소는 북의 거듭된 도발위협 및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남북대치가 심화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가 뚜렷해지는 등 도전-긴장의 연속선상이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란 성경구절이 있다. 1백일이란 숫자의미는 일종의 ‘씨 뿌리기’ 개념이다. 역대 정권들 역시 예외 없이 초반에 뿌린 대로 거두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예외 없을 전망이나 남은 시간이 무려 1728일이다. 일단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